KDI 민자사업 적격성검토 ‘엉터리’

지역내일 2013-09-05 (수정 2013-09-05 오후 1:59:36)
감사원 "탈락대상사업 적격 판정" … "재정 낭비, 비싼 통행료 국민부담 우려"

대한민국 최고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민간투자사업(민자사업) 적격성검토를 엉터리로 해, 재정낭비를 초래하고 국민들이 비싼 통행료를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감사원은 4일 국회 요청에 따라 실시한 '민간투자 교통사업의 수요예측 및 타당성조사 관리실태' 감사결과에서 "KDI가 경제성이 낮아 검토대상이 아닌 사업을 민자사업에 포함시키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공사비나 낙찰률을 적용하는 등 부실한 적격성조사로 민자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경실련 기자회견

<사진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해 8월 30일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된 지하철 9호선이 과도하게 수익률을 보장한 불합리한 계약이라면 당시 협상책임자 등을 검찰에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공>

◆KDI 권위 먹칠하는 '피맥' = KDI 부설기관인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 피맥)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의거해 민자사업의 적격성조사를 담당하고 있다.

적격성조사란 그동안 민자사업이 부실한 수요예측으로 인해 과도한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에 따른 재정부담이 가중되자, MRG를 폐지하고 민자사업의 추진 적격성을 검증하기 위해 2005년 도입한 제도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피맥은 성남경전철을 비롯한 총 4개 민자사업에 대해 △탈락대상사업을 민자사업으로 판정했고 △엉터리 경제성검토와 수요예측을 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피맥이 민자사업 적격성조사를 수행하는 방법은 '타당성 판단→민간제안 적격성 판단→민간투자 실행대안 구축'의 3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에서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돼야 2단계로 넘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타당성이 없어 민자사업에서 탈락한다. 하지만 피맥은 타당성이 없어 탈락대상인 사업을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잘못 판단했다.

타당성이 있으려면 경제성 분석 결과 비용대비 편익(B/C) 비율이 0.9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피맥은 2008년 11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으로부터 요청받아 실시한 '세종시 연결도로 민자사업'의 경제성 분석결과 B/C 비율이 0.74~0.89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사업을 반려해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고 2단계 검토를 추진했다.

◆경기개발연구원보다 못한 KDI = 또한 감사원은 '피맥이 2009년 성남시가 요청한 성남경전철 민자사업의 수요예측을 엉터리로 B/C 분석을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피맥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장래 교통수요 추정방법 지침에 따르면, 도시개발로 인한 통행발생량을 산정할 때에는 종사자수와 거주인의 합에 통행량 원단위를 곱해 산정해야 한다.

하지만 피맥은 자체 지침에 따르지 않고, 추가적으로 도시개발로 인한 고용유발효과인구를 반영해 계산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수요가 과대 추정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규정에 따라 수요를 다시 계산해보니 피맥이 계산한 것보다 47.9%로 감소했다. 당연히 B/C 비율은 0.98에서 0.51로 낮아져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맥은 2008년 용인시가 요청한 '삼가~포곡' 간 민자도로 수요 예측도 엉터리로 했다. 택지개발계획에 따라 늘어나는 교통수요는 반영하고, 광역도로망 계획과 도시계획 도로는 누락한 채 교통수요를 예측했다. 교통수요를 조작해 민자도로가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둔갑했다.

하지만 2010년 경기개발연구원이 다시 정부지침에 따라 수요예측을 제대로 하자, 피맥이 검토한 교통량보다 1일 3만4000여대가 적은 것으로 나타나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인시는 이를 반영해 민자사업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신분당선 연장선, 경제성 없어 = 또한 KDI 피맥은 2010 국토부에서 요청한 신분당선(용산-강남) 복선전철 민자사업(총사업비 8721억원)을 검토했다. 이 사업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성사여부가 수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피맥이 적격성조사 당시 사업이 불투명해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등 2가지 시나리오로 구분해 교통수요를 예측했다.

수요조사 결과는 용산개발사업이 추진되더라도 당초 민간사업자가 제안한 통행량에 비해 수요가 감소해 B/C 비율도 0.59~0.92로 경제성이 미흡한 사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피맥은 교통요금체계를 바꾸는 수법을 통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둔갑시켜 민자사업을 추진되게 했다.

더욱이 2013년 4월 코레일이 이사회에서 용산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않기로 최종 결정해 사업이 중단됐다. 이 경우 피맥은 수요예측의 중대한 변화에 해당돼,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수요예측을 재조사하도록 요청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피맥은 이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 기재부장관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 사업은 그대로 추진돼 재정 낭비가 우려되고 있다.

감사원은 '신분당선에 대한 교통수요예측 재조사를 실시하고 적격성조사 재검증과 실시협약 변경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국토부 장관에게 통보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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