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권, 중대형 아파트 중소형으로 변경 … 사업성 높여도 청약은 실패
서울 강북권뉴타운 조합들이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중소형 아파트를 늘리고 있지만 경기침체 등으로 분양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구 돈의문뉴타운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지난 27일 임시총회를 열고 기존 중대형 위주 단지를 중소형으로 전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애초 이 단지는 중대형 위주의 2048가구였으나 최근 중소형 위주의 2366가구로 변경하는 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했고,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조합은 임대주택 496가구를 제외하고 1870가구를 조합원과 일반인에 분양할 예정이다. 분양물량의 소형 아파트를 늘리기 위해 기존에 없던 초소형 33·37·45㎡ 282가구를 신설하고 59·77·84㎡를 대폭 늘렸다. 상대적으로 101㎡ 이상을 242가구로 줄였다. 전체 분양물량의 87%를 중소형으로 설계변경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간헐적인 설계변경은 있었지만 1000가구 이상 대단지에서 전체 물량의 90% 가까이 중소형 아파트로 내놨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업성에 대해서는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설계변경 필수 = 인근에 위치한 서대문구 북아현 1-1재개발 구역은 애초 중대형 271가구를 포함한 1004가구를 짓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줄이고 중소형을 늘리기로 했다. 인근 1-2구역과 1-3구역도 중대형 아파트를 각각 50~78가구씩 줄였다. 북아현3구역은 애초 중대형을 650가구에서 492가구로 줄이기로 했지만 부족하다고 보고 중대형을 더 줄여 소형 아파트를 늘리는 계획을 세웠다.
금호15구역은 2007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을 당시 임대 94가구, 중소형 351가구, 중대형 678가구 등 1123가구로 계획됐다. 하지만 대형을 60가구로 줄이고, 나머지 물량은 중소형과 임대로 전환했다.
건설사와 조합들이 중소형 아파트를 늘리는 것은 수요자가 많아 장기 미분양 아파트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점때문이다. 이는 아파트의 환금성과 관련된다.
주택 실수요자는 전근이나 교육 등 각종 사정 때문에 집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것이 제때 팔리지 않을 경우 가계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수요가 많은 중소형 아파트는 거래가 손쉽기 때문에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다. 경제사정이 안 좋을수록 작은 집만 찾는 심리와도 일맥상통한다.
◆가격 낮추지 않으면 분양 어려워 = 문제는 이러한 설계변경도 현재 시장에서는 안 통한다는 점이다.
최근 분양한 가재울뉴타운4구역의 경우 대형아파트를 중소형으로 전환해 상품성을 높인 대표적인 사업장이다. 하지만 청약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왕십리뉴타운 1구역 역시 기대 이하의 청약 성적을 내놨다.
가재울뉴타운4구역의 평균 분양가는 3.3㎡ 당 1600만원선, 왕십리1구역의 경우 1700만원선이다. 왕십리1구역은 앞서 분양한 왕십리2구역에서 미분양이 발생하자 분양가를 대폭 낮췄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28일 1순위 청약결과 절반 가까이 미달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공사는 각종 뉴타운·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집값이 떨어진 상황에서 예정 분양가보다 낮춰야 팔릴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각 조합들은 조합원 부담 때문에 가격을 낮추지 못한다. 일반분양가를 낮추면 조합원은 추가분담금을 더내야 한다. 59㎡ 주택에 살다가 같은 면적의 새 아파트로 옮기는 데 1억원 가까이 더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분양가 산정과 관련된 시공사와 조합간 이견은 분쟁과 소송, 계약해지로도 이어진다.
서울 강북권에서 분양을 앞둔 한 재개발 사업장은 일반분양가 산정을 앞두고 시공사와 조합간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해당 조합은 3.3㎡당 1500만원대에 분양을 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시공사는 1300만원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근 지역에서 다른 건설사가 3.3㎡당 1100만원대에 분양했지만 장기간 미분양이 발생됐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비사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조합원 물량과 일반분양 물량 가격은 3.3㎡당 30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면서 "하지만 현재상황으로는 조합원이 현금청산시 추가된 분담금을 낼 경우 조합원과 일반 물량 가격차이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왕십리1구역은 2구역에 비해 분양가를 낮췄지만 중소형도 1순위에 마감하지 못했다"면서 "강남과의 접근성이나 학군 등 입지가 뒤쳐지는 뉴타운재개발 사업지는 현실적 분양가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승완 김선일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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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권뉴타운 조합들이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중소형 아파트를 늘리고 있지만 경기침체 등으로 분양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구 돈의문뉴타운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지난 27일 임시총회를 열고 기존 중대형 위주 단지를 중소형으로 전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애초 이 단지는 중대형 위주의 2048가구였으나 최근 중소형 위주의 2366가구로 변경하는 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했고,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조합은 임대주택 496가구를 제외하고 1870가구를 조합원과 일반인에 분양할 예정이다. 분양물량의 소형 아파트를 늘리기 위해 기존에 없던 초소형 33·37·45㎡ 282가구를 신설하고 59·77·84㎡를 대폭 늘렸다. 상대적으로 101㎡ 이상을 242가구로 줄였다. 전체 분양물량의 87%를 중소형으로 설계변경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간헐적인 설계변경은 있었지만 1000가구 이상 대단지에서 전체 물량의 90% 가까이 중소형 아파트로 내놨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업성에 대해서는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설계변경 필수 = 인근에 위치한 서대문구 북아현 1-1재개발 구역은 애초 중대형 271가구를 포함한 1004가구를 짓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줄이고 중소형을 늘리기로 했다. 인근 1-2구역과 1-3구역도 중대형 아파트를 각각 50~78가구씩 줄였다. 북아현3구역은 애초 중대형을 650가구에서 492가구로 줄이기로 했지만 부족하다고 보고 중대형을 더 줄여 소형 아파트를 늘리는 계획을 세웠다.
금호15구역은 2007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을 당시 임대 94가구, 중소형 351가구, 중대형 678가구 등 1123가구로 계획됐다. 하지만 대형을 60가구로 줄이고, 나머지 물량은 중소형과 임대로 전환했다.
건설사와 조합들이 중소형 아파트를 늘리는 것은 수요자가 많아 장기 미분양 아파트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점때문이다. 이는 아파트의 환금성과 관련된다.
주택 실수요자는 전근이나 교육 등 각종 사정 때문에 집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것이 제때 팔리지 않을 경우 가계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수요가 많은 중소형 아파트는 거래가 손쉽기 때문에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다. 경제사정이 안 좋을수록 작은 집만 찾는 심리와도 일맥상통한다.
◆가격 낮추지 않으면 분양 어려워 = 문제는 이러한 설계변경도 현재 시장에서는 안 통한다는 점이다.
최근 분양한 가재울뉴타운4구역의 경우 대형아파트를 중소형으로 전환해 상품성을 높인 대표적인 사업장이다. 하지만 청약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왕십리뉴타운 1구역 역시 기대 이하의 청약 성적을 내놨다.
가재울뉴타운4구역의 평균 분양가는 3.3㎡ 당 1600만원선, 왕십리1구역의 경우 1700만원선이다. 왕십리1구역은 앞서 분양한 왕십리2구역에서 미분양이 발생하자 분양가를 대폭 낮췄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28일 1순위 청약결과 절반 가까이 미달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공사는 각종 뉴타운·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집값이 떨어진 상황에서 예정 분양가보다 낮춰야 팔릴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각 조합들은 조합원 부담 때문에 가격을 낮추지 못한다. 일반분양가를 낮추면 조합원은 추가분담금을 더내야 한다. 59㎡ 주택에 살다가 같은 면적의 새 아파트로 옮기는 데 1억원 가까이 더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분양가 산정과 관련된 시공사와 조합간 이견은 분쟁과 소송, 계약해지로도 이어진다.
서울 강북권에서 분양을 앞둔 한 재개발 사업장은 일반분양가 산정을 앞두고 시공사와 조합간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해당 조합은 3.3㎡당 1500만원대에 분양을 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시공사는 1300만원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근 지역에서 다른 건설사가 3.3㎡당 1100만원대에 분양했지만 장기간 미분양이 발생됐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비사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조합원 물량과 일반분양 물량 가격은 3.3㎡당 30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면서 "하지만 현재상황으로는 조합원이 현금청산시 추가된 분담금을 낼 경우 조합원과 일반 물량 가격차이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왕십리1구역은 2구역에 비해 분양가를 낮췄지만 중소형도 1순위에 마감하지 못했다"면서 "강남과의 접근성이나 학군 등 입지가 뒤쳐지는 뉴타운재개발 사업지는 현실적 분양가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승완 김선일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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