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업계, 금융위에 쓴소리

지역내일 2013-08-26 (수정 2013-08-26 오후 2:42:53)
"정부 재원조성만 신경 … 펀드조성이 능사 아냐"
금융위, 9월에 벤처캐피털 생태계 조성방안 발표

벤처캐피털업계가 금융위원회에 조언과 쓴소리를 쏟아냈다. 지난 23일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벤처·창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개 세미나'에서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은행권 청년창업재단 디캠프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에는 벤처캐피털, 사모펀드(PEF) 관계자 등 10여명이 참석해 금융위 정책에 훈수를 뒀다. 특히 벤처 활성화 관련 정부정책이 너무 재원조성쪽에만 쏠려 있고 실제 활성화를 위한 제반여건에는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창업투자사)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잘 된 이유는 규제 ,시장, 자본, 사람, 문화, 인프라 등이 받쳐줬기 때문"이라면서 "한국은 인프라 하나만 좋고 다른 부분은 저급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문 대표는 또 "벤처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가 돈만은 아니다"라면서 정부정책이 재원조성에만 집중돼 있는데 문제를 제기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중소·벤처기업 투자를 위한 1조8500억원 규모의 성장사다리펀드를 출범시킨 바 있다.

글로벌 PEF인 유니슨캐피털의 김수민 한국법인 대표는 "(정책금융으로 인한 돈이 너무 많으면) 문제가 많은 기업으로 돈이 흘러들어갈 수 있는 역선택의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김 대표는 "자금과 금융 위주의 정책이 금융, 인재, 경영 노하우 전수 등의 정책으로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회계상의 이슈, 그리고 상법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최병원 스틱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우선주로 투자할 때 보통주보다 청산 과정이 복잡하다며 상법 개정으로 우선주 투자자의 자금 회수를 도와야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토론회 내용을 바탕으로 벤처기업과 창업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벤처캐피털(VC) 관련 규제 합리화를 추진한다. 9월중 '벤처캐피털 생태계 조성방안'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신 위원장은 "모험자본 역할을 할 성장사다리펀드를 만든 데 이어 중소·벤처기업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이 제대로 평가받는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조만간 발표할 정책금융 개편안에서도 정책금융기관의 투자 기능이 소홀해지지 않도록 할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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