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고문
전세대란이 코 앞에 닥쳐서야 정부와 새누리당이 부산해졌다. 그것도 박근혜 대통령이 두 차례나 채근성 지시를 내리고 나서야 허둥대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주택정책의 주안점을 전월세 해결에 두고 당정간 머리를 맞대고 조치를 취해달라"고 주문했다. 다음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가을 이사철 전에 선제적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거듭 재촉했다. 대통령이 선제적 조치를 주문했지만 정부 대책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집에 불이 나 무너질 단계에 소방차를 부른 꼴이다.
전월세 시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상증세였다. 수요가 뜸한 여름철 비수기이고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전셋값은 폭등했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47주 연속 올랐다. 올들어서만 4.8% 올라 지난해 연간 상승률 2.3%의 2배를 넘어섰다. 전셋값이 뛰면서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63.5%를 돌파했다.
10년 전인 2003년 5월 63.7%에 이른 이후 가장 높았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60%를 돌파한 아파트가 전국적으로 72%를 넘어섰다. 전형적인 전세난이다. 일부 지역에선 전셋값이 매매가와 엇비슷하거나 특수한 지역에선 매매가를 추월하기도 했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전셋값만 치솟는 바람에 '깡통전세'도 속출하고 있다.
정부, 어설프고 안이한 판단으로 전세대란 방치
전월세 시장이 부글부글 끓고 전세대란으로 확산될 우려가 높아지는 데도 정부는 맹랑한 낙관론에 젖어 무책으로 방관했다. 전세난을 국지적 현상으로 착각하고 2010년이나 2011년과 비교해 전세난으로 비화하지 않을 것으로 안이하게 판단한 것이다.
오히려 전셋값이 매매가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오르면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한 이들도 있다고 한다. 어설프고 안이한 책상머리 판단으로 전세난은 현실로 나타났고 서민과 중산층에 무거운 고통을 안겨줬다.
지난 세제개편안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박 대통령의 지시 하루 만에 부랴부랴 정부 여당이 대책마련이 착수했다. 당정이 논의하고 있다는 전월세대책의 골자는 주택거래 정상화, 전월세 수요자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임대주택 공급확대 세 갈래로 요약된다. 그러나 그 나물에 그 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택거래활성화 대책만 해도 취득세 영구인하 9월 적용,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추진 등 귀가 따갑게 들어온 대책이다. 대책을 거론할 때마다 써먹던 카드이고 보니 시장의 반응은 벌써부터 시큰둥하다. 창조경제를 핵심 키워드로 삼은 정부다운 창조적 발상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시장상황이 바뀌고 주택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으면 그에 걸맞게 현실성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변화된 시장상황과 동떨어진 정책은, 그것도 실기한 정책은 시장의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인식의 변화에 맞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부동산시장의 냉각에 따른 거래절벽 사태가 전세난을 촉발한 원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주택시장의 구조변화가 더 큰 영양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집값이 떨어지면서 주택에 대한 인식이 투자에서 주거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 이제는 주택을 자산증식 수단으로 여기는 국민이 크게 줄었다. 주택보유자들도 저금리로 인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전세가가 매매가의 60%를 넘어서면 매매수요가 살아난다는 속설도 깨졌다. 주택을 재테크 수단으로 삼았던 사람들이 줄어들고 렌트족이 늘어나는 게 요즘 일반적인 추세이기 때문이다. 가족수가 1~3인으로 분화되는 가구구조의 변화로 소형 주택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주택정책의 궤도를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할 이유다.
공공임대주택 중심으로 공급 늘려야
분양가 상한제 폐지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은 전월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매매 활성화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집값이 오른다는 확신이 서기 전에는 매매가 살아날 리가 없다.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은 오히려 전월세난을 부추기게 된다.
전세대출을 늘리는 것도 전셋값을 올리는 역효과를 낼 뿐이다. 빚 내서 집을 사고 전세값을 올려주라고 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전월세난의 해법은 주택공급체계를 바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회기적으로 늘려 수급 균형을 맞추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분양주택은 민간 자율에 맡기고 정부와 지자체는 소형 위주의 임대주택 공급에 전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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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란이 코 앞에 닥쳐서야 정부와 새누리당이 부산해졌다. 그것도 박근혜 대통령이 두 차례나 채근성 지시를 내리고 나서야 허둥대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주택정책의 주안점을 전월세 해결에 두고 당정간 머리를 맞대고 조치를 취해달라"고 주문했다. 다음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가을 이사철 전에 선제적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거듭 재촉했다. 대통령이 선제적 조치를 주문했지만 정부 대책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집에 불이 나 무너질 단계에 소방차를 부른 꼴이다.
전월세 시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상증세였다. 수요가 뜸한 여름철 비수기이고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전셋값은 폭등했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47주 연속 올랐다. 올들어서만 4.8% 올라 지난해 연간 상승률 2.3%의 2배를 넘어섰다. 전셋값이 뛰면서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63.5%를 돌파했다.
10년 전인 2003년 5월 63.7%에 이른 이후 가장 높았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60%를 돌파한 아파트가 전국적으로 72%를 넘어섰다. 전형적인 전세난이다. 일부 지역에선 전셋값이 매매가와 엇비슷하거나 특수한 지역에선 매매가를 추월하기도 했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전셋값만 치솟는 바람에 '깡통전세'도 속출하고 있다.
정부, 어설프고 안이한 판단으로 전세대란 방치
전월세 시장이 부글부글 끓고 전세대란으로 확산될 우려가 높아지는 데도 정부는 맹랑한 낙관론에 젖어 무책으로 방관했다. 전세난을 국지적 현상으로 착각하고 2010년이나 2011년과 비교해 전세난으로 비화하지 않을 것으로 안이하게 판단한 것이다.
오히려 전셋값이 매매가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오르면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한 이들도 있다고 한다. 어설프고 안이한 책상머리 판단으로 전세난은 현실로 나타났고 서민과 중산층에 무거운 고통을 안겨줬다.
지난 세제개편안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박 대통령의 지시 하루 만에 부랴부랴 정부 여당이 대책마련이 착수했다. 당정이 논의하고 있다는 전월세대책의 골자는 주택거래 정상화, 전월세 수요자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임대주택 공급확대 세 갈래로 요약된다. 그러나 그 나물에 그 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택거래활성화 대책만 해도 취득세 영구인하 9월 적용,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추진 등 귀가 따갑게 들어온 대책이다. 대책을 거론할 때마다 써먹던 카드이고 보니 시장의 반응은 벌써부터 시큰둥하다. 창조경제를 핵심 키워드로 삼은 정부다운 창조적 발상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시장상황이 바뀌고 주택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으면 그에 걸맞게 현실성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변화된 시장상황과 동떨어진 정책은, 그것도 실기한 정책은 시장의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인식의 변화에 맞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부동산시장의 냉각에 따른 거래절벽 사태가 전세난을 촉발한 원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주택시장의 구조변화가 더 큰 영양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집값이 떨어지면서 주택에 대한 인식이 투자에서 주거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 이제는 주택을 자산증식 수단으로 여기는 국민이 크게 줄었다. 주택보유자들도 저금리로 인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전세가가 매매가의 60%를 넘어서면 매매수요가 살아난다는 속설도 깨졌다. 주택을 재테크 수단으로 삼았던 사람들이 줄어들고 렌트족이 늘어나는 게 요즘 일반적인 추세이기 때문이다. 가족수가 1~3인으로 분화되는 가구구조의 변화로 소형 주택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주택정책의 궤도를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할 이유다.
공공임대주택 중심으로 공급 늘려야
분양가 상한제 폐지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은 전월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매매 활성화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집값이 오른다는 확신이 서기 전에는 매매가 살아날 리가 없다.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은 오히려 전월세난을 부추기게 된다.
전세대출을 늘리는 것도 전셋값을 올리는 역효과를 낼 뿐이다. 빚 내서 집을 사고 전세값을 올려주라고 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전월세난의 해법은 주택공급체계를 바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회기적으로 늘려 수급 균형을 맞추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분양주택은 민간 자율에 맡기고 정부와 지자체는 소형 위주의 임대주택 공급에 전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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