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건설업자 ‘비리백화점’

지역내일 2013-07-18
윤중천, 상습강요·사기 등 10개 혐의 구속 … 김학의 전 차관 특수강간 불구속

'사회지도층 성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핵심피의자인 건설브로커 윤중천(52)을 비롯해 '동영상' 파문의 주인공이었던 김학의 전 차관 등 18명에 대해 기소의견 송치했다. 조사착수 4개월 만이다.

경찰 수사결과 윤씨는 상습강요, 입찰방해, 경매방해, 사기, 마약, 특경법 위반 등 10개 혐의로 구속의견 송치됐다. 연루인사들의 성접대 혐의 부분에 대해서는 처벌법규가 없거나 공소시효가 만료돼 불기소 처분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윤씨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 윤씨에게 320억원을 불법대출해 준 전 저축은행 전무 K(58)씨를 배임 혐의로 구속하고 김학의 전 법무차관, 대우건설 대표 등 16명(법인포함)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성접대 논란의 중심이었던 원주별장 동영상은 지난 2006년 8~9월경 촬영됐다. 동영상 및 성문분석 결과 동영상 속 등장인물 중 김 전 차관이 식별됐다. 이 동영상은 대상을 달리 해 여러차례 반복 촬영됐고 특정 여성은 집중적으로 찍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영상은 윤씨가 피해여성 권 모(52)씨로부터 빌린 후 돌려주지 않고 사용하던 차량에 보관돼 있었으며 지난해 말 권씨가 차량 회수를 위해 동원했던 건달들에 의해 노출됐다가 경찰에 압수됐다.

경찰은 이 동영상을 비롯해 다수 피해여성의 진술, 그리고 윤씨의 별장 출입자, 친인척, 성접대 사실을 시인한 일부 참고인들의 진술 등을 확보, 성접대 증거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피해 여성들이 지목한 전현직 공무원, 병원장 등 10여명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은 별장 등지에서 함께 식사하고 술을 마신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관계 혐의는 부인했다.

경찰은 의사에 반한 성접대가 이뤄졌다는 여성 4명의 진술을 토대로 김 전 차관 등 가해자들을 특수강간, 상습강요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별장에서 마약을 사용한 의혹도 받고 있던 윤씨는 지난해 8월 새벽 전직 검찰직원 G(61)씨가 알선한 필로폰 공급책 H씨(53, 현재 구속수감)로부터 필로폰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가 저축은행에서 320억원을 부정대출한 혐의도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2005년 11월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다른 건설업자 S(61)씨를 통해 서울 강남 소재 한 저축은행 전무 K씨에게 부탁, 2억원 상당의 빌라를 제공한 대가로 총 320억원을 대출받았다. 두 사람은 동일인 한도초과 대출금지 규정을 피하기 위해 유령법인을 설립, 담보물 감정평가도 없이 대출을 실행했으며 대출금은 한 푼도 상환하지 않아 고스란히 은행이 손실을 입었다. S씨는 원주 별장과 제주도 등지에서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산 백병원 암센터 공사 낙찰 비리혐의도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별장 성접대를 통해 알게 된 병원장 M(64)씨에게 당시 공사를 낙찰받게 해 달라며 공사예정가 등 정보를 미리 받아 공사를 낙찰받은 후 이를 다시 하도급해 수급업체 대표 J(52)씨로부터 1억원 상당을 받아 챙겼다. M씨는 성접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밖에도 윤씨는 지난 2010년 춘천의 한 골프장 클럽하우스 공사를 따내기 위해 당시 시공사 임원 출신의 컨설팅업자에게 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하는가 하면 한 저축은행이 자신의 원주 별장에 대해 경매를 진행할 때는 허위 유치권을 신고하는 등의 방법으로 유찰을 반복시켜 경매가를 떨어뜨린 후 되사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윤씨의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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