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사람 _ 수정약국 신수정 약사

“나는 강남 토박이, 약국은 동네 사랑방”

지역내일 2013-08-19

건담 프라모델과 고난도의 종이접기 작품, 손 편지와 아이의 그림, 커다란 첼로, 작은 넝쿨 화분, 그리고 산책 나온 동네 사람들까지 좁은 공간이 북적북적하다. 어쩌다보니 동네 사랑방이 됐다는 대치동 수정약국 신수정 약사의 특별한 이야기가 자못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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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약사가 만든 건담 프라모델과 종이접기 로봇, 취미로 배우는 첼로


닭 키우고 넝쿨 자라는 신기한 약국
신수정 약사가 운영하는 수정약국은 동네 사랑방이다. 약 처방에 대한 설명이 어느새 가족 안부로 넘어가더니 자연스레 일상 수다로 변모한다. 좁디좁은 공간이지만 약국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의자 3개가 마련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저는 1980년도부터 이곳에서 살았어요. 엄마께서도 선릉수정약국 약사이시고 결혼 전까지 저희 모녀가 함께 약국을 운영했습니다. 그때부터 찾아온 분들이 대부분이니 동네 분들과 인연이 오래됐네요. 어르신들은 친딸처럼 ‘수정아’라고 부르실 정도입니다.”  
작년에는 아들이 학교 앞에서 사온 병아리 10마리를 약국 앞에서 키웠다. 정을 준만큼 무럭무럭 자라 6개월 만에 모든 병아리가 건실한 닭으로 성장했고 오가는 사람들이 닭을 보러 약국에 들를 정도였다. 하지만 차도 옆 약국 앞에서 닭을 키우다보니 여러 모로 위험부담이 많아 지인의 시골집으로 닭의 새 집터를 마련해줬다.
좁디좁은 약국이지만 작은 화분에서 키운 넝쿨 콩이 어느새 벽을 타고 올라가 천장까지 줄기를 뻗었다. 마치『잭과 콩나무』 속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드는 공간. 약국 그 이상의 특별함을 만날 수 있는 ‘수정이네 사랑방’ 주인장이 바로 신 약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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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이정헌 약사가 딸에게 쓴 손편지


프라모델부터 첼로까지 취미 삼매경
약국을 찾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 외에도 신 약사에겐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손수 만든 건담 프라모델과 종이접기 작품은 물론, 플루트와 첼로까지 다양한 취미생활이 그것. 초등학생인 아들보다 더 로봇을 좋아하는 귀여운 워킹맘의 ‘이중생활’이 점점 더 궁금해졌다.
“프라모델은 4~5년 전부터 시작했습니다. 약국에는 2개만 전시해놨는데 집에 가면 수많은 로봇 군단이 우리 집을 안전하게 지키고 있죠.(웃음) 요즘은 한 달에 한 개씩 천천히 여유부리며 만들고 있어요. 첼로는 매주 일요일에 배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들에게 가르쳐주기 위해 시작했는데 이제는 제가 더 빠져들었죠.”
혼자만의 시간에는 로봇 군단 제작에 열을 올리고 플루트와 첼로를 연주하며 음악의 정취에 빠져 사는 신 약사의 일상. 이렇듯 인생의 소소한 재미를 위해 시작한 그의 취미생활은 약국을 오가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또 하나의 ‘재미난 수다거리’가 되고 있다.
손 편지 수집은 또 하나의 취미생활. 약국을 오가는 사람들이 신 약사에게 직접 보낸 편지와 쪽지를 차곡차곡 모아 놓고 지칠 때마다 꺼내 보며 삶의 위안을 받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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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랑 밑거름 삼아 나눔 실천
신장병으로 투석까지 하고 있는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몇 년째 돕고 있는 신 약사는 자신의 나눔 이야기를 전면에 드러내기 꺼려했다. 대신 가족에게 받은 사랑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로 대신하며 가족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5남매 중 맏이로 태어난 신 약사는 지금까지 직접 붓글씨로 딸에게 편지를 쓰는 어머니 이정헌 약사의 큰 사랑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삶의 즐거움과 행복을 가르쳐준 엄마이자 약사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이끌어준 대선배이기 때문이다.
“존중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어머니의 사랑 덕분에 아들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학원을 강요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 재윤이는 미술적 재능이 뛰어나다. 2학년 때부터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며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해 주위를 놀라게 했지만 지금까지 그 흔한 미술대회 조차 나간 적이 없다. 상장을 받는 것보다 그리고 싶을 때 그림을 그리겠다는 재윤이의 뜻을 존중해 미술대회나 미술학원에 보내지 않고 있다.
대신 아들이 그린 그림을 엽서로 만들어 약국을 오가는 이에게 선물한다고 했다. 아이가 그린 밝은 세상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약국 문을 연다는 신 약사의 일상. 수정이네 사랑방이 늘 북적이는 이유이다.     


피옥희 리포터 piokh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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