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실패 전셋값 급등 불렀다

지역내일 2013-08-16 (수정 2013-08-16 오후 2:42:18)
소득은 제자리인데 주거비 치솟아 … 부동산 대책 재검토 필요

주택 거래가 급격히 줄면서 주택시장에서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전세보증금이 매매 시세를 역전하고, 전세보증금이 경매 최저가보다 비싼 아파트도 속출하고 있다. 집 사는 사람이 사라지자 건설사는 미분양 아파트를 전세로 전환할 정도다.

부동산114이 주간 전세보증금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한주도 쉬지 않고 전세보증금이 올랐다. 이번주 서울지역 전세보증금 변동률은 0.13%로 2011년 9월 이후 최고치다. 지난 1년간 서울지역 전세보증금 상승률은 6.73%다. 은행 금리를 뛰어넘는다.

지난해 통계청이 조사한 '도시 2인 이상 근로자가구 월평균 실질소득'은 388만2191원으로 연간 4658만원에 달한다. 올해는 1분기(394만5797원)를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연간 소득은 76만원 오른 4734만원이다. 같은 기간 서울 시내에서 전세보증금 1억원짜리 아파트는 673만원 올랐다. 실질 소득에 비해 주거비 상승이 9배 이상이라는 얘기다.

소득수준에 비해 주거비 부담이 크게 늘자 세입자들은 은행으로 몰려갔다. 시중은행의 전세대출은 올 1월만 해도 5조원대였으나 지난 7월 1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비해 전체 가계 대출은 큰 변화가 없다. 가계 대출 주범이 전세보증금이라는 얘기다.

실수요자 "하우스푸어 되기 싫어" = 정부는 가격 정상화를 꾀했지만 취득세 감면이 종료되면서 7월 이후 거래는 끊겼다. 전세대출을 해주면서 가계 대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전세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종전까지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은 주거가 아닌 재테크의 수단이었다. 짓기만 하면 팔렸고, 청약 경쟁률은 수십대 1을 기록했다. 분양권에는 웃돈이 붙었고, 세금을 줄이기 위해 '다운계약서'까지 돌았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거품이 하나둘 사라졌다. 아파트는 재테크가 아닌 주거수단으로 자리를 찾아갔다. 수요자들은 매매보다 임대에 관심이 보였다.

하지만 정부는 정부는 거래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나 양도세 감면 등 '쿠폰'을 내걸었다. 돈을 싸게 빌려주고 세금을 깎아줄테니 주택을 사들이라는 것이다. 효과는 미약했다. 정부나 전문가들은 주택가격 하락을 원인으로 꼽지만 실수요자들은 "'하우스푸어' 되는 것이 겁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금 감면으로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은 수천만원에 불과하다. 이에 현혹돼 빚을 내 주택을 매입하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을 실수요자들은 알고 있다.

주택을 매입하면 각종 세금을 내야하고 심지어 시세가 하락하면 대출받은 돈은 허공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전세는 확정일자를 받는 등 행정처리를 해 놓는다면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현금성 자산을 우선 확보하는 것처럼 서민들도 부동산 매입보다는 임대를 선호하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실장은 전세보증금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함 실장은 "연내 전세시장을 진정시킬 요인이 별로 없다"며 "내년 입주 아파트가 다소 증가하지만 전세보증금이 떨어질 이유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함 실장은 이어 "여름철 비수기에 전세보증금도 큰 폭으로 오를 정도"라며 "4·1 대책 후속입법이 국회 통과가 어려운데다 금리상황을 봤을때 이러한 현상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 변화 필요" =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집값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시장에 널리 퍼져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이 임대보다 매입으로 얻는 이득이 있다는 것을 못 느끼고 있는 상황"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이어 "정부가 주택 매입을 장려할 확실한 대책을 못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내에서조차 부동산 대책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오르리라 기대하기 어렵다"며 "규제를 풀어 매매를 활성화해 가격을 올리겠다는 방식으로 접근했던 기존 부동산대책을 전면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산가치가 조정됐던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거의 조정되지 않았다"며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가 없고, 그러면 실제 집값이 오를 이유가 없는만큼 주택정책도 접근을 달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오승완 구본홍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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