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잇단 침수가 박원순 시장 탓이라고?

지역내일 2013-08-13 (수정 2013-08-13 오후 2:34:20)
서초구, 주민 앞세워 "대심도 저류시설 내놔라"
시민사회 "삼성봐주기 하수관거 공사 사죄부터"

서울 서초구와 주민들이 강남역 일대의 잇단 침수 원인을 박원순 시장에 돌리는 모양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약속한 대심도 빗물저류시설을 추진하지 않아 시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서초구가 '삼성봐주기'로 왜곡된 하수관거에 대한 사죄부터 요구하고 있다.

'강남역 상습침수 방지를 위한 대심도 빗물 저류시설 설치 촉구 추진위원회'는 12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만5455명이 참여한 서명부를 서울시에 전달했다. 서초구 재향군인회와 민주평통서초구협의회 회원,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등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서울시의 강남역 침수대책이 시민들 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에서 지대가 낮은 강남역 일대로 몰려드는 빗물을 줄이기 위해 교대역에서 반포천에 이르는 대규모 하수관거를 추진 중인데 한강 수위가 높아지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추진위는 "한강이 홍수위까지 높아지면 사당역과 방배역 강남역 인근 빗물이 한 곳으로 집중돼 반포천이 범람하고 고속버스터미널을 포함한 반포 전 지역이 침수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에서 '근본적 대책'으로 요구하는 방안은 대심도 지하저류시설. 강남역과 한남대교 남단을 직선으로 잇는 대형 굴을 땅속 깊은 곳에 만들자는 이 안은 오세훈 전 시장 시절 강남역이 수차례 침수되자 내놓았던 방법. 당시 시민사회와 서울시의회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졸속대책"이라고 질타했다. 박원순 시장 들어 시는 이같은 외부 비판을 수용, 교대역~반포천 하수관거와 용허리공원 빗물저류조 등 여러 방법을 다각도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단체는 주민 44만명 가운데 1/4이 넘는 11만5455명이 동참한 서명부로 서울시를 압박하고 있다. 서초구 역시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내심 반색하고 있다. 그간 서울시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대심도터널을 관변단체 중심이긴 하지만 '주민'들이 나서서 구 편을 들고 있어서다.

그러나 서초구를 바라보는 눈길은 곱지 않다. 구에서 강남역 일대 하수관거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사옥으로 이어지는 지하통로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설계를 변경, 상습적으로 침수가 발생하고 있는데 정작 이는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감사원과 서울시는 설계변경으로 인해 하수관거가 빗물을 빼내는 제 역할을 못하게 됐다는 감사결과를 내놨고 시민사회도 지난 5월 현장조사를 통해 통수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하수관거가 침수피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시는 12일에도 당장 서초구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시는 "현재 시간당 60㎜ 강우에도 강남역 일대가 침수되는 원인은 서초구의 건축허가 절차상 착오와 삼성 관련 부적절한 하수관 설치가 취약성을 일부 가중시켰다"며 서초구 잘못을 재확인했다. 시는 이어 "대심도 빗물저류시설은 그 효과에 대한 검토·검증이 이루어진 바가 없다"며 "과거 서초구에서 시행한 강남대로 하수암거 신설공사가 비용만큼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던 사례가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재은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주민 1/4이 참여한) 서명 결과가 정말 주민들이 대심도 빗물저류시설을 원한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서초구는 주민을 앞세워 대심도 터널을 주장하기보다 현 하수관거 왜곡상황에 대한 사죄부터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강희용 서울시의원은 "대심도 저류시설이 필요한지 검토할 필요는 있겠지만 본질은 서초구의 실수 혹은 고의에 의한 특혜성 시설허가(삼성전자 통로)로 241억원을 투입한 하수관거를 무용지물로 만든 것"이라며 "그 해결 노력은 없이 서울시에 또다른 거액의 예산을 요구하며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건 정치적 의도까지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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