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설국열차’

엔진을 차지한 빅브라더가 통제하는 소인류

지역내일 2013-08-05

400억 원이 넘게 투자된 글로벌 프로젝트인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가 드디어 개봉되었다. 열차라는 길고 좁은 통제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균형을 위한 불평등’의 이야기. 쉬지 않고 달리는 열차처럼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전진을 위한 싸움의 연속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전진인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설국열차1

인류의 마지막 생존구역 ‘설국열차’
인류는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냉각물질 CW-7을 살포했지만 기상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새로운 빙하기를 맞이한다. 멈추지 않는 엔진으로 쉬지 않고 달리는 열차만이 인류의 유일한 생존구역이다. 기차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신분계층을 상징한다. 엔진을 장착한 맨 앞 칸은 엔진을 창조한 절대자 윌포드(에드 해리스)의 공간이고 열차의 맨 뒤 칸은 학대받는 빈민의 공간이다.
1년에 지구를 한 바퀴씩 달리는 열차가 쉬지 않고 달린지 17년째, 꼬리 칸의 젊은 영웅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는 불평등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킨다. 커티스의 반란은 꼬리 칸 사람들에게는 혁명인 셈, 그들은 불평등에서 벗어나 인간답게 살기 위해 절대자 윌포드가 있는 엔진 칸으로 향한다. 열차의 보안설계자 남궁민수(송강호)와 그의 딸 요나(고아성)가 열차의 칸과 칸 사이의 문을 열기 위해 혁명군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엔진 칸을 향한 질주가 시작된다. 

칸마다 달라지는 새로운 풍경, 생생하고 치열한 액션
열차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칸마다 테마가 달라진다. 꼬리부터 거슬러 올라가며 빈민거주지, 감옥, 조리실, 식물원, 수족관, 식당, 교실, 사우나, 유흥공간까지 다양하게 펼쳐진다. 한 칸 한 칸 나아갈 때마다 어떤 진풍경이 펼쳐질지 기대와 시선이 집중된다. 호흡이 가쁜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설정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충돌은 아비규환(阿鼻叫喚)을 방불케 한다. 폭이 좁은 열차 공간에서의 충돌이기 때문에 전진과 후퇴만 있을 뿐 벗어날 길이 없다. 꼬리 칸의 혁명군은 무기와 장비의 압도적인 열세에서 치르는 육박전인 만큼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희생자가 속출한다.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터널을 지나는 어둠 속에서 원시적인 무기인 창과 도끼로 피 튀기는 격투를 벌이는 장면은 그 잔인함에 순간순간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인 ‘설국열차’는 불평등이 빚어낸 잔인함이 극치에 달한 현장이었다. 

설국열차2

누구를 위한 반란이고 누구를 위한 전진인가
오락적인 요소는 충분해 보인다. 원작만화(프랑스 만화)에서 가져온 기발한 상상력은 흥미를 유발한다.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등 유명 배우들의 연기도 탁월해 각각의 인물에 빠져들게 한다. 그런데, 영화가 격렬한데 반해 여운은 감흥보다 허무로 남는다. 엔진 칸을 향한 전진 과정에는 치열한 싸움만 있을 뿐 원래 의도한 불평등으로부터의 해방이나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희망과 인간애가 느껴지지 않는다. 전진 과정에 약간의 디테일이 가미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엔진 칸에서의 마지막 반전은 허무감을 가중시킨다. 열차 안 인류의 균형을 위해 반란 또한 열차의 절대자 윌포드와 꼬리 칸의 정신적인 지주 길리엄(존 허트)에 의해 의도되었다는 것도 그렇고, 마지막으로 열차 폭발과 함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살아남은 두 아이가 온도가 상승한 땅에서 다시 인류의 시작을 예고하는 장면까지 영화의 긴 흐름을 허무로 남게 만든다.
철저한 계급분화와 하층민의 희생으로 안정과 균형을 이루는 ‘멋진 신세계’를 꿈꾸었던 윌포드의 ‘설국열차’는 결국 눈뜬장님들이 살아가는 ‘눈먼 자들의 도시’에 지나지 않았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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