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없이 한국경제도 없다-한국경제의 엔진 … 소득·고용 창출

지역내일 2000-11-09 (수정 2000-11-10 오전 11:19:26)
무엇보다 은행들이 기업의 부실을 우려한 나머지 재무구조가 건실하고 영업실적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서도
자금대출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200조원에 달하는 시중의 자금이 한꺼번에 우량 제1금융권으로 몰렸는데
도 돈을 풀지 않고 있다. 땅 짚고 헤엄치는 서민담보 대출에 역점을 두는 듯한 인상이다.
심지어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이나 정책자금 대출은 말할 것도 없고 1000만원만 넘어서도 담보를 요구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돈을 꾸어간 기업이 부도날 경우 금융기관의 담당자나 임원이 문책을 당하고 심지어
배상반환소송에 휘말리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라는 격언의 표현이 지
금의 금융기관 대출방식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사채를 끌어다 쓰기란 불가능하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뭉치돈을 들고 서성이던 명동에 사채업자들의 자취
가 감춘 뒤 오래됐다.
ㅎ그룹의 재무당당 ㅈ이사는 "하루일과는 새벽부터 자정 무렵까지 사채업자와 제2금융권을 맴돌며 자금대출
을 호소하거나 만기 도래하는 기업어음 연장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자금난의 심각성을 말했다.
대기업들의 자금난은 스스로 자초했다. 대기업들이 지난 3월 증시호황 때 쏟아져 들어오는 외자유치를 거부
해 자기 발에 도끼를 내려친 셈이다. 당시 대기업들은 증시활황으로 외자유치를 마다하고 유상증자를 채택
했다. 시중의 여유돈이 증시로 몰렸고 결국에는 증시물량 폭증으로 수급의 균형이 깨지도록 했다.
요즘 증시에서 자금을 구할 수 없는 기업들은 부동산이나 심지어 공장까지 매각하려하지만 사실상 덤핑이나
다름없는 헐값인데도 매수자가 없다. 유상증자로 회사를 키워 나중에 비싸게 팔려다가 오히려 문제를 꼬이
게 하고 말았다. 예상이 빚나갔다.
때문에 공장매매 브로커나 취급업체들에 나온 매물만도 700개가 넘어선 것으로 추계 되고 있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인체의 혈액이나 같은 기업의 자금이 돌지 않고 멈춘 실정이다"며 "기업이 몰락하
면 은행도 동반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처지임을 상기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어떤 형태든 기업은 소득과 고용을 창출하고 한국경제를 이끄는 엔진이 된다. 기업없이 한국경제도 없다. 자
금난에 봉착한 기업은 과감히 지원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 기업가의 힘이 솟구치게 마련이다. 투자와 생
산의 모험 속에 몸을 던질 수 있는 기업가가 되도록 이제 정부가 여건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그것의 우선 순
위는 용기와 신뢰를 기업에게 안겨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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