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북부(마포-서대문-은평) 분양시장 ‘답이 없다’

지역내일 2013-07-15 (수정 2013-07-15 오후 1:33:33)
뉴타운·재개발사업 줄줄이 미달
연말까지 대기물량 1만3천가구

서울 마포구와 서대문구, 은평구 등 서북부 지역에서 신규 청약시장이 줄줄이 참패했다. 중소형 아파트 일부를 제외하고 미달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간신히 3순위 마감한 아파트들은 실제 계약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신 인근 지역에는 '할인' 현수막이 걸렸다.

이들 지역에는 연말까지 추가로 1만3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팔리지 않는 아파트로 인해 서울 도심 한복판이 '블랙홀'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상반기서울서북부지역청약현황

1순위 마감사업장 한곳도 없어 =올해 들어 서울 서북부 지역은 마포구에서 4개, 서대문구에서 1개 등 5개 사업장에서 모두 6723가구가 신규로 공급됐다. 대부분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다.

특별공급을 제외한 일반분양물량은 2331가구로 전체 공급물량의 35%에 달한다. 하지만 일반분양 청약자는 1746명(평균 청약률 0.75대 1)에 불과했다.

대우건설의 '마포 한강 푸르지오'가 1.97대 1로 3순위에 마감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DMC 가재울 뉴타운 4구역'의 경우 1547가구 모집에 535명이 신청해 0.35대 1이라는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마포구와 서대문구, 은평구 지역은 대중교통이 잘 연계돼 서울 곳곳으로 이동하기 쉬운 편이다. 여기에 강북 도심권 출퇴근과 편익시설 이용이 어렵지 않아 수도권 택지지구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는 곳이다. 재래시장과 할인점, 각종 문화시설 이용이 강남 못지 않다. 분양가도 과거에 비해 '거품'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분양성적이 좋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청약성적은 기대이하다.

분양 허수, 상당수 될 듯 = 마포지역의 R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서북부 시장은 실수요자보다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더 큰 곳"이라며 "업계의 관심과 실수요자 관심의 차이를 인식못했던 것이 실패의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분양한 한 아파트 견본주택에는 수만명이 몰렸는데, 대부분이 조합원과 그 가족"이라며 "다급한 조합원들이 사업성공을 위해 '가장한 인파'가 됐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서북부 지역 분양시장에는 각종 편법이 동원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와 분양대행사들이 초기에 청약률을 높이기 위해 명의를 빌리거나 차명 통장을 활용하는게 비일비재하다"며 "실제 청약률은 집계된 수치보다 현저히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 대형건설사의 분양을 맡은 분양대행사는 '3순위 지원자'를 노골적으로 모집하다가 경쟁사에 적발돼 빈축을 사기도 했다.

3순위 지원자는 실제 청약의사와 상관없이 지원율만 높이는 역할을 한다. 청약통장이 필요없어 명의만 빌려주면 된다. 이런 경우에는 청약률은 높일 수 있지만 실제 계약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또한 청약과 상관없이 미분양 물량은 늘어날 전망이다.

일부 정비사업 조합원들은 건설사가 진행한 청약결과 성적이 안 좋자뒤늦게 '현금청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 조합은 조합원 19명과 현금청산을 놓고 협상중이다. 청약 결과가 저조하자 전매를 통한 수익보다 현금청산을 통한 수익확보에 나선것이다. 조합원의 현금청산 요구가 수용되면 해당 아파트는 일반분양 물량으로 전환된다.

20가구 미만일 경우 별도의 분양공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건설사는 19가구씩 끊어서 조합원 현금청산 물량을 미분양 물량에 합산할 수 있다. 실제 미분양 물량이 초기분양물량보다 늘어날 수도 있다.

강남권과 맞먹는 가격이 패인 =서울 서북부 지역은 저조한 성적표를 보이지만 판교·위례신도시, 서초 보금자리 등 강남권과 인접한 지역에서는 수십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들 지역은 도심지보다 기반 시설이 열악한 택지지구 사업인데다 중대형 아파트다. 소비자들이 흥미를 잃어버린 주상복합아파트도 있다.

강남권 택지지구에 공급되는 이들 중대형 아파트들의 분양가는 최근 서울 서북부에 공급된 아파트와 평균 분양가와 비슷한 3.3㎡ 당 1600만~1900만원이다. 결국 주택 실수요계층들은 '같은 가격이라면 강북 도심권보다는 강남권 택지지구가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서북부 지역 및 강북 도심권 지역에서 분양을 하는 건설사들은 3.3㎡ 당 평균 분양가는 1500만원 이하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근 서울지역에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사 임원은 "도저히 더 가격을 낮출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재건축 사업과 달리 재개발 사업의 사업비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뉴타운 사업은 과도한 기부채납을 하기 때문에 일반분양가를 낮추면 사업성이 더 떨어진다"고 말했다.

뉴타운 사업 비관론 커져 = 업계가 서북부지역에 관심을 보인 것은 대부분이 정비사업장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 사업은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올 상반기 서북부 지역의 청약 실패로 인해 하반기 대기 사업장의 분양시기와 분양가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하다.

마포, 서대문, 은평 일대에 올해 분양키로 한 정비사업지는 12개, 1만3396가구 이상이다. 이중 일반분양 물량은 절반을 차지한다.

여기에 강서구 마북지구나 종로 일대, 일산지역 등 인접지역의 우수 공급 물량을 고려하면 서울 서북부 지역의 '주인없는 집'은 더욱 늘어갈 전망이다.

정비사업은 일반분양가를 낮출수록 조합원들이 부담할 분담금 규모는 더 커진다. 조합원은 개개인이 내야할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 일반분양가 인하에 반대한다.

결국 일반분양가가 비싼 아파트는 팔리지 않아 악성 미분양으로 남게 되고, 조합원과 건설사의 금융 이자 비용은 늘어나게 된다.

업계에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문제처럼 사업성이 낮은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건설사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주택마케팅팀장은 "올해 상반기 성적으로 서울 강북도심권에는 중대형보다 소형아파트 수요만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건설사들이나 조합들이 기존 정책이나 계획을 전면 수정하지 않을 경우 미분양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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