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하숙생활을 해야 했다. 시골 출신이어서 시내로 나와 학교를 다녀야 했는데, 학원도 없고 과외도 없는 지역이어서 하는 수없이 시간을 많이 들여 공부하는 수밖에 없었기에 왕복 한 시간 남짓한 등하교 시간을 아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3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밤늦게 공부를 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잠도 4시간 밖에 못자고 이 고생을 하나 싶었다. 너무나도 잠이 자고 싶었고, 일 년 중 추석과 설날만 쉬는 생활이 너무 지겨웠다. 집중력도 떨어져 꾸준히 오르던 성적도 정체 상태에 빠졌다. 결국 수능 전날 사고가 터졌는데, 갑자기 잠이 오지 않으면서 가슴 두근거림과 공황 상태에 빠지면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수능 시험을 볼 때 이미 비몽사몽 상태였는데 정신력과 본능으로 겨우 치를 수 있었다. 이때 느꼈던 교훈은 체력과 정신력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과 힘든 수험 생활을 이겨낼 확실한 동기 부여의 필요성이었다. 그랬다면 고단한 수험 생활에서도 행복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한의대 입학 후 동의보감을 보다가 장원환(壯元丸)이라는 약을 설명하는 구절을 읽게 되었다. 그 유명한 총명탕 등과 함께 건망을 치료하는 약으로 소개되어 있다.
“심(心)을 보하고 혈을 생기게 하며 마음을 편하게 안정시켜 준다. 또한 공무에 마음을 쏟고 불 밝혀 독서하는 노고로 인한 건망증과 가슴 두근거림, 불면증을 치료한다. 이 약을 복용하면 하루에 천 마디 말을 외우고 흉중에는 만 권의 책을 담을 수 있다.”
‘불 밝혀 독서하는 노고’라는 문장은 아마도 수험생들과 이를 지켜보는 부모라면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장원급제에 이르게 한다는 의미로 장원환이라고 이름을 붙인 듯한데, 장원환의 성분은 총명탕(의외로 간단한 구성이다. 3가지 약재로 이뤄짐) 성분을 포함하고, 혈과 기를 보충해 체력을 강하게 해주는 약재가 두루 들어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그대로 쓰지 않고 수면 여부, 체력 여부, 소화 여부 등을 가려서 가감을 한다.
대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수험생과 부모님은 잠시 마주보고 앉아, 지금의 힘든 생활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혹시 등 떠밀리듯 남들에게 휩쓸리며 공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보면 좋겠다고 조언을 드린다. 한가한 이야기라 할 수 있지만, 동기부여와 희망은 큰 힘을 불어넣어 준다는 점은 누구나 아는 부분이다. 사실 체력과 집중력의 문제는 어찌 보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황호 원장
강남경희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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