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주택·상가임대차보호법

지역내일 2013-07-03
주택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포함 안 돼
상가도 월세상한제없이 계약갱신청구권만 인정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한 법으로 알려진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핵심내용이 빠져 임차인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하루전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주임법 개정안에 따르면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금융기관이 임차인에게 우선 변제하고 나중에 임대인으로부터 이를 상환받도록 했다. 세입자의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을 금융권에 넘길 수 있게 한 것이다. 중소기업 직원이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한 경우 대항력을 인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보장하기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빠졌기 때문이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료를 인상할 경우 연 5% 이상을 올리지 못하게 하는 제도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났을 때 한번 더 임대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임차인의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시행돼야 할 제도라는게 야당과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이들은 수레의 양 바퀴다. 한쪽만으로는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도 계약갱신청구권이 없으면 오히려 세입자는 재계약이 어려워진다. 집주인인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재계약을 기피하게 된다. 반면 계약갱신청구권이 보장되도 전월세상한제가 없다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재계약을 원하지 않으면 전월세를 터무니없이 높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전국세입자협회 김남주 변호사는 "임차인 보호는 장기간 주거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라며 "핵심 내용이 빠진 개정안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역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개정안은 일부 의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사전에 고지토록한 것이 그것이다. 앞으로 임차상인들은 건물주가 언제 재건축을 할 예정인지 확인하고 들어갈 수 있게 돼 예상치 못하게 쫓겨나는 일이 대폭 줄게 됐다. 지금까지는 건물주가 계약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재건축을 이유로 계약갱신 연장은 없다고 해도 건물주는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았다.

상임법은 또 임대차 금액이 3억원을 초과해도 5년 계약갱신요구권을 인정했다. 지금은 서울기준으로 환산보증금 3억원 이하만 5년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상한 9%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지역 상가의 75%가 환산보증금 3억원 이상이어서 세입자들은 3억원 제한 철폐를 요구해 왔다.

게다가 계약갱신요구권 역시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대항력과 임차료증가율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임차료증가율 상한(월세상한제)이 없을 경우 임대인이 계약갱신 연장을 하지 않으려고 마음 먹으면 임대료를 대폭 올려 임차인을 압박할 수 있다. 물론 인상폭은 주변 상가 임차료 및 보증금 등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분명한 선이 없어 논란의 소지를 남겨놨다.

또 개정안은 건물주가 새로 바뀌었을 때 임차인의 대항권을 보장하지 않았다. 개정안은 계약갱신요구권 5년을 보장했지만 새로운 임대인에게 기존 계약의 효력이 이전될 수 있도록 하지 않았다. 최근 사회적 관심을 끌었던 리쌍과 세입자간 분쟁이 재연될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이성영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팀장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월세상한제는 쌍둥이인데 계약갱신요구권만 따로 떼어내 법을 개정하다 보니 매우 기형적인 법이 나왔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월세상한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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