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동아리 - 태화 ‘사랑빵회’

달콤한 빵 향기에 사랑을 싣고~

지역내일 2013-07-01

사회심리학 저널(The journal of social Psychology)에 실린 프랑스 남부 브르타뉴 대학 연구진의 ‘빵 굽는 냄새 효과’ 논문에 따르면 빵 굽는 냄새는 타인에 대한 친절도를 높인다고 한다. 관찰 실험 결과 손수건이나 티슈 등을 떨어뜨렸을 때 빵집 앞에 있던 사람 중 77%가 떨어진 물건을 주워준 반면 옷 가게 앞에 있던 사람은 52%만 물건을 주워주었다고 한다. 고소하고 달콤한 빵 굽는 냄새가 타인을 향한 조건 없는 배려와 이타심의 정도를 높인 것이다. 올해로 18년째 빵 굽는 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태화복지관의 ‘사랑빵회’. ‘빵 굽는 냄새 효과’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지역주민 동아리 ‘사랑빵회’를 찾아가 보았다.

사랑빵회


빵과 함께 부푸는 이웃 사랑
‘사랑빵회’는 1996년 태화기독교 사회복지관의 사회교육프로그램 중 하나로 운영되던 제과제빵 교실의 회원들이 시작한 모임이다. 빵에 대한 호기심으로 복지관 문을 두드린 것이 봉사를 시작한 첫 걸음이었던 셈이다. 제과 제빵 수업이 끝나고 자신만의 기술을 갖게 된 회원들이 이 재능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자연스럽게 의미 있는 일에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비공식적인 동아리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빵 굽는 냄새의 효과’ 덕분인지 낯선 이에 대한 배려와 이타심이 저절로 생겨난 것이다.
그 후 2000년 ‘사랑빵회’라는 공식 명칭이 붙으면서 지역 자치 동아리로 자리 잡게 되었다. 회원들은 재료비와 재능을 기부하고, 복지관은 제과 제빵 시설을 무료로 제공한다. 매월 셋째 주 화요일 오전이면 어김없이 빵 굽는 냄새로 가득 차는 태화복지관 4층. 서서히 부풀어 오르는 빵 속 이스트처럼 태화복지관 ‘사랑빵회’의 이웃사랑도 매주 솔솔 커져만 간다.


나이가 들어도 이사를 가도 계속되는 봉사
현재 ‘사랑빵회’에 등록된 회원 수는 29명. 그중 15명 정도는 매월 정기모임마다 빠트리지 않고 출석하는 정예멤버다. 초창기 회원으로 아이들을 다 키운 58세 회원도 있다. 태화복지관은 수서동에 있지만 회원 중에는 양평, 분당, 송파, 마포, 성수동 등으로 이사를 간 후에도 계속해서 태화 ‘사랑빵회’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월차를 내 꼬박꼬박 참석하는 이도 있다. 이들이 계속해서 ‘사랑빵회’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 ?
“처음에는 내 아이에게 먹이려고 제과 제빵 기술을 배웠어요. 하지만 배우고 나니 익힌 기술을 의미 있게 쓰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18년째 매월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나올 때마다 즐겁고 좋아요. 제 경우는 이사를 갔으니 자칫 그 지역 안에서만 갇혀있기 쉬운데 ‘사랑빵회’ 일로 멀리까지 나와 다른 이웃들 소식도 듣고, 옛 사람들을 만나니 기분도 좋고, 더구나 내가 정성스럽게 만든 빵을 누군가 맛있게 먹어준다니 또 좋고…, 올 때마다 내가 받아가는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양평으로 이사 간 노혜련 씨의 이야기다.
7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는 엄지연 회장도 “수영을 등록해 다니다가 우연히 ‘사랑빵회’를 알게 돼 참여하게 되었어요. 회원 분들의 나이대가 다양해 듣는 이야기도 많고, 올 때마다 배우는 게 참 많아요. 지금은 성수동으로 이사를 했지만 한 달에 한 번이라 부담스럽지 않아요. 보다 많은 회원이 참여해서 더 많은 빵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사랑빵회’ 3개월 차 막내회원인 이경옥 씨는 태화복지관의 봉사 경력으로는 13년차 회원이다. 봉투에 소식지를 넣는 봉사활동을 하다가 3개월 전 ‘사랑빵회’ 일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태화복지관의 반찬봉사 일도 함께 하고 있다
“봉사를 하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좋고, 나와는 다른 삶을 알게 되어서 좋은 것 같아요. 또 아이들에게도 잔소리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많은 것을 보여주게 되더라고요. 열심히 봉사하는 엄마 모습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것들이 있나 봐요. 같이 봉사하는 분들과 얘기를 나누면 마음도 정화되고, 일상을 열심히 살아갈 에너지를 얻게 되요”라고 말하며 뿌듯해 했다.


고소하고 따뜻한 빵 냄새, 사랑 냄새
아침 9시부터 오후 1-2시까지 꼬박 일을 하면 200여개의 빵이 만들어진다. 소시지 빵, 피자치즈 빵, 카스 테라 등 여러 가지 빵을 만든다. 이 빵들은 전해지는 지역과 계절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 지역사회 내 재가어르신, 노숙자보호시설인 희망의 집, 가출청소년들의 쉼터인 강남구 청소년 쉼터, 여성쉼터 등 빵이 전해지는 곳도 다양하다. 갓 구워 나온 빵의 고소한 냄새와 노릇노릇한 빵 껍질의 향연이 넘실거리는 점심시간이면 ‘사랑빵회’의 일도 마무리된다.
2대 강사로 ‘사랑빵회’와 인연을 맺은 뒤 매월 손수 빵 재료를 사 나르고 있는 황경 강사. ‘사랑빵회’를 통해 제빵 강의와는 또 다른 보람을 느낀다는 그녀는 “아무래도 재료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요. 받는 분들에겐 소중한 양식이잖아요. 밀가루를 골라도, 소시지를 골라도, 치즈를 골라도 한 번 더 생각하고 이왕이면 더 좋은 재료로 준비하죠. 좋은 재료에 정성이 담기니 더 맛있나 봐요”라고 말한다.
어느 때 가장 힘드냐는 물음에 그녀는 “이젠 생활이에요. 딱히 힘들 때는…글쎄, 없는 것 같아요. 회원들과도 손발이 척척 맞고, 재료가 좀 비싸면 회비를 좀 더 걷고, 많은 양이 필요하면 좀 더 일찍 모여 부지런히 만듭니다. 이 빵 하나를 받고 웃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힘들어도 잊어버리고 신나서 만들게 되니까요”라며 힘차게 말한다.  ? ?
태화복지관 내 동아리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박동산 복지사는 “오래된 동아리라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거창한 목표나 비전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주변 이웃을 돌아보고 살피는 ‘사랑빵회’ 회원들의 모습에서 제가 더 많은 것을 배우며 지냅니다”라고 말한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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