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잔소리, 그 공허함에 대하여

‘소귀에 경 읽기’ 엄마도 잔소리가 싫단다

지역내일 2013-07-01

70만 조회 수를 넘긴 ‘잔소리 송’을 들어보면 엄마는 아이가 일어나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 까지 끊임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밥 먹어라’, ‘비타민은 먹었니?’, ‘숙제는 잊지 마렴’, ‘과외는 가야지’ 등등. 엄마의 잔소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들의 ‘업’인 듯 보인다. 그러나 아이들은 잔소리를 새겨듣기는커녕 언제나 쓸데없는 ‘헛소리’ 취급이다. 잔소리, 그 뒤는 공허하다. 아이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다지만 그게 과연 자식을 위한 것일까. 결국 자식을 통제하려는 마음, 나의 수고를 덜기위한 마음이 아닐까 자문해 본다.


#확인형 잔소리 : 아이는 세월아~네월아, 엄마만 동동
“숙제는 다 했니?”
“준비물은 다 챙겼고?”
“선생님이 하라는 거 다했어?” 
아침 7시, 부산한 아침시간, 아이를 깨우자마자 다그쳤다. 8시 20분까지 학교에 가야하는 딸이다. 오늘도 하루를 아침인사 대신 잔소리로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어 스피킹 평가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몸을 뒤척이고 일어나더니 다시 소파에 누웠다. 다시 잔소리 시작.
“어서 일어나!”
“학교 늦겠다!”
“밥 먹어야지!”
아이의 머릿속에 시간개념이 들어 있기는 한 것인지 나만 노상 시계를 보며 동동 거린다. 딸은 7시 40분이 지나서야 소파에서 부스스 일어났다.
“밥 다됐어?”하며 능청떠는 딸, 8시, 오늘도 딸은 어김없이 그 시간에 등교를 했다. 그런데 나는…. 왠지 손해 본 느낌이다.


#질책형 잔소리 : 너는 떠들어라, 나는 듣지 않으련다
“고1이면 이 정도는 스스로 해야 되지 않겠냐?”
“왜 그렇게 생각이 없니?”
“전에도 그러더니 또! 이젠 그만 좀!”
아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고부터 부쩍 잔소리가 많아졌다. 아이가 어른이 된 것도 아닌데 마치 남편 대하듯 아들을 취급한다. 중학교 때까지는 잘 들어주던 아들의 부탁도 ‘이젠 다 컸으니까 니가 해라’란 식이다. 그러나 아들은 여전히 구멍 많은 아이일 뿐이다. 게다가 축구를 좋아하는 아들에게 학습 면에서도 불만이 많아져 해 줄 수 있는 게 없으면서도 잔소리를 한다.
“축구만하면 누가 대학 보내준대?”
“학교에서 공부안하고 도대체 뭘 하는 거야?”
아들은 대답대신 이어폰을 끼고 책상에 머리를 박는다. 아들아, 네가 축구를 좋아하는 만큼 공부에도 좀 신경을 써다오. 혹, 학교 공부가 어렵고 힘든 건 아닌지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위협형 잔소리 : 잔소리 마녀,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한번만 더 게임하면 갖다 버린다”
“숙제 다 못하면 알지!”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은 잔소리할 때마다 나를 ‘마녀’라고 부른다. 뾰족한 말투가 동화책에 나오는 이상하게 생긴 마녀와 똑같기 때문이란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접근이 쉬워지면서 게임을 시작한 아들에게 퍼붓는 잔소리는 늘 협박에 가깝다. 일단 일시적으로라도 게임을 멈추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쁜 행동이 습관으로 길들여 질 것이 두렵기 때문에 아들에게 무서운 얼굴로 다가갔다. 그래서 한번은 잔소리 끝에 진짜 핸드폰을 버리기도 했다. 그 순간 아이는 게임을 멈췄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마찬가지다. 나의 잔소리는 아직도 공포 그 자체이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마녀’이다. 잔소리의 반향이 너무 슬프다.


#반복형, 복합형 잔소리 : 일관성 없는 잔소리, 아이들은 침묵한다
“공부 다 했니?”
“너 정말 이럴래?”
“옷은 왜 그 모양이야”
“방이 이게 뭐니”
아들은 지난 6월 모의고사 성적이 좋지 못했다. 얼마 남지 않은 시험을 생각하면 울화가 치밀지만 수험생 본인은 오죽하랴 싶어 참았다. 그런데 아들의 못마땅한 행동을 볼 때마다 잔소리가 터져 나온다. 지금 생각하면, 모처럼 토요일 늦게 일어난 아들에게 방향 없는 화풀이를 늘어놓은 게 아닌가 싶다. 효과도 없고 거부감만 일으키는 잔소리에 아들은 고개를 돌렸다.


#비교형 잔소리 :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잔소리, 엄마는 소망한다
“걔는 다했다는데 넌 안했니?”
“여자애들은 안 그렇다는데”
“**경시 준비하는 @@은 신이냐”
나의 잔소리가 시작된 것은 아들이 특목고에 진학하고부터였다. 고등과정을 미리 선행해온 학생들과 경쟁하면서 성적이 떨어지자 늘 공부 잘하는 주변 친구들과 비교하며 아들을 닦달했다. 그동안 혼자서 착실히 준비하고 공부했던 아들의 강점에 대한 칭찬은 어느새 사라지고 옆집 친구 얘기로, 시험과 각종 경시대회 성적얘기로 남과 비교해 가며 아이를 자극했다. 그러나 이러한 잔소리의 본심에는 자존심을 세우고 싶은 나의 바람이 담겨 있다.
“넌 더 잘할 수 있어”
“**경시대회, 너도 상 받았으면 좋겠다”라는 엄마의 바람 때문에 아들은 피곤하겠지.
신수정 리포터 jwm8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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