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보금자리주택, 평당건축비는 100만원 차이

지역내일 2013-06-25
SH공사 내곡7단지 분양가 LH보다 50% 비싸 … 경실련 "서울시 부채 줄이려 건축비 부풀렸나"

SH공사가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분양한 보금자리주택이 LH가 인근에 분양한 보금자리보다 1.5배나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비 부풀리기 의혹과 함께 부채 감축을 위해 무리수를 둬 서민주거안정을 외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2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서울시에 따르면 SH공사가 지난 4월 입주자모집을 실시한 내곡7단지 분양가가 인근 LH 보금자리주택보다 50% 이상 비싸다.



내곡7단지는 3.3㎡당 1494만9000원. 반면 LH가 2011년 8월과 2010년 12월 강남과 서초지역에서 분양한 보금자리주택 3.3㎡당 분양가는 각각 979만9000원과 1025만5000원. 평균을 내자면 1000만원이 안되는 953만3000원으로 내곡7단지 분양가보다 3.3㎡당 500만원 이상 저렴하다. 세 지역 보금자리사업은 같은 시기에 시작됐지만 SH는 후분양을, LH는 선분양을 택해 분양시점에는 차이가 있다.

경실련에서 각각의 분양원가를 비교한 결과 내곡7단지 건축비가 LH 보금자리주택보다 3.3㎡당 100만원 가량 비쌌다. SH 건축비는 3.3㎡당 656만원. LH가 강남과 서초에 분양한 보금자리주택 건축비는 각각 564만원과 540만원이었다.

SH 건축비는 공공 분양주택보다 오히려 민간 보금자리와 비슷하다. 지난해 6월 민간건설사가 강남지역에서 3.3㎡당 2020만원에 분양한 보금자리주택 건축비가 672만원이었다.

건축비 세부항목을 따졌을 때 특히 골조와 마감 분야에 사용된 비용이 비쌌다. 3.3㎡당 SH는 396만원을, LH는 평균 276만원을 썼다. 강남지역 민간 보금자리도 312만원으로 내곡7단지보다 저렴했다. 토목이나 기계설비 등 비용은 다른 LH 보금자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경실련은 "민간건설사들이 고급내장재 사용을 주장하며 마감공사를 부풀리는 등 수법을 쓰고 있는데 SH공사의 해당 분야 공사비용이 더 높게 나타났다"며 건축비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011년 9월 3.3㎡당 900만원대에 보급돼 '반값아파트'로 불렸던 강남서초 보금자리주택도 원가분석을 해보니 건축비가 세대당 3100만원이나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공기업으로 서민 주거안정에 힘써야 할 SH공사가 민간건설사와 다를 바 없는 건축비 부풀리기로 소비자들 호주머니를 노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건축비뿐 아니라 토지 조성원가와 분양가 차이도 SH가 훨씬 컸다. LH 보금자리는 조성원가와 분양가 차이가 3.3㎡당 60만원 안팎인데 내곡7단지는 340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경실련은 "30% 용적률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과도하게 차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내곡7단지 이후 7월부터 본청약이 시작되는 내곡 1·3·5단지 등 SH 보금자리 분양가가 비슷하게 책정될 우려가 있다는 점. 실제 내곡7단지는 내곡 1·3·5단지 사전예약가보다 3.3㎡당 150여만원 가량, 85㎡ 기준 5500만원 비싸다.

시민사회는 SH가 책정한 높은 분양가는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민에 약속한 것과 배치된다며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박 시장은 2011년 선거당시 '내곡·세곡지구 분양원가를 재검토해 건축비 거품을 제거하고 분양가격을 낮추겠느냐'는 시민사회 공개질의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당시 상대였던 나경원 후보는 '중립' 의견을 내놨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이 추세라면 내곡 1·3·5단지는 사전예약가보다 30평형 기준 1억5000만원이나 비싸진다"며 "서울시가 SH공사 부채 해결을 위해 고분양가를 책정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H공사는 "내곡7단지는 일반 보금자리주택과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맞지 않다"고 밝혔다. 층고가 최고 7층으로 제한돼 있어 용적률이 129%(LH 서초 208%)에 불과한데다 '100년 가는 아파트'를 목표로 한지라 건축비가 상대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LH보다 토지보상 시기가 1년 정도 늦어 그만큼 보상비 부담이 컸고 분양공고 시점이 달라 건축비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도 들었다.

공사는 7단지 분양가가 추후 다른 단지 분양가 책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7단지 특성 때문에 사전예약에서도 제외했는데 청약당시 경쟁률이 35대 1에 달할 정도로 인기였다"며 "1·3·5단지 분양가를 아직 책정하지는 않았지만 사전예약 당시 추정가를 참조하시라고 안내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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