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타주. 영화나 사진편집 구성의 한 방법. 따로따로 촬영한 화면을 적절하게 떼어 붙여서 새로운 장면이나 내용으로 만드는 일, 또는 그렇게 만든 화면을 뜻한다. 형사들은 대개 목격자의 기억에 의존해서 용의자의 몽타주를 작성한다. 용의자의 얼굴도 짜깁기 하지만 사건의 단서들도 조각조각 이어 붙여 진범을 찾는다.
5월 16일 개봉하는 영화 <몽타주>는 단서가 몽타주 1장뿐인 아동유괴 살인사건의 범인을 집요하게 추적해가는 이야기다. 범인의 몽타주는 영화 내내 공개되지만 진범이 누구인지 밝히는 과정은 출연배우들과 함께 관객 모두가 만들어간다.
아이 잃은 엄마, 통한의 눈물
영화는 15년 전 있었던 아동유괴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5일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리면서 시작된다. 자식을 먼저 보낸 엄마의 눈물. 영화 ‘돈 크라이 마마’의 배우 유선이 떠오르고, ‘이웃사람’의 김윤진도 떠오른다. 엄정화도 이 캐릭터에 꽤나 잘 어울린다. 영화 ‘오로라공주’에서 스릴러에 모성을 가미한 캐릭터를 꽤 훌륭히 소화해냈던 그녀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감정의 깊이가 한층 더 깊어졌다. 연기의 깊이가 달라진 것은 상대배우인 김상경도 마찬가지.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 역으로 나왔던 터라 초반 이미지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점점 극이 흘러갈수록, 액션과 반전이 거듭될수록 관객들은 그의 감정을 총총히 쫓아가게 된다. 탄탄하고 충격적인 시나리오 역시 김상경의 연기에 몰입하게 해주는 최대의 장치다. 왜 그가 15년간 한 사건에 매달려야만 했는지 이유를 알게 되면서 관객은 형사 김상경을 측은지심으로 대하게 된다.
진부한 시작, 충격적인 결말
영화보다 더 끔찍한 현실 속에 사는 관객들은 여기저기서 수군거린다. “논픽션이야?”, “사건을 재구성한 거야?” 하지만 영화 ‘몽타주’는 픽션이다. 관객의 감정을 확 붙잡아 놓고 싶어 극단적인 소재를 선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일단 공분과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소재의 영화는 이미 많았다. 영화의 시작은 어디서 본 듯한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관객석 구석에서 영화 ‘그놈 목소리’를 떠올리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세븐 데이즈’나 ‘내가 살인범이다’를 즐겁게 본 관객이라면 영화의 절정부분을 기다리시라. 당신의 예상을 깨고, 당신의 허를 찌르고, 단죄와 용서에 대한 당신의 가치관을 섬뜩하게 치고 들어오는 결정적 한방이 날아온다. 아니 두 방, 아니 세 방쯤 날아온다.
감동이 있는 스릴러물
영화의 한 축은 연기파 배우 송영창이 담당한다. 15년 전과 똑같은 수법으로 재현되는 아동범죄. 송영창은 눈앞에서 손녀딸을 잃고 범인을 잡기 위해 애쓰는 할아버지로 나온다. 액션연기도 불사한다. 선한 얼굴과 악한 얼굴, 미스터리한 표정과 순박하고 얼빠진 표정을 넘나들며 극의 흐름을 강렬하게 주도한다. 스릴러물인데 감동도 있다. 한국 스릴러물의 진화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김상경은 말한다. “몽타주가 전혀 닮지 않았어. 이걸로 범인을 잡으려 했으니….” 관객들은 그와 비슷한 말을 하게 된다. “내가 그린 몽타주는 감독의 시나리오와 전혀 닮지 않았어. 뻔한 상상만 했으니…” 영화 ‘몽타주’는 끝까지 봐야 참맛을 알게 되는 그런 영화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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