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저학년 독서고민

너무 앞서가는 걸까? 뒤처지는 걸까?

지역내일 2013-05-20

올해 큰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박미영씨(38세, 반포동)는 아이의 독서 때문에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다. 수업 시작 전 아침 독서 시간에 읽을 책을 집에서 가져오라고 해서 평소 아이가 즐겨 읽던 전래 그림책을 보냈다가 아이가 반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유치원생도 아닌데 아직도 그림책을 보냐는 것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벌써부터 그림이 없는 문고판을 읽는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는 과학, 수학 등의 학습만화도 많은 아이들이 보고 있었다. 아이가 그림책이나 전래동화를 즐겨보고 또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그런 책들이 맞는다고 생각한 박씨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혹시 내 아이가 너무 뒤처지게 책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과연 어떤 책을 읽혀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독서도 선행을 해야 한다?
그림책이나 명작동화 책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엄마들이 많다. 실제로 유명 출판사별로 초등 저학년 추천 도서를 보면 그림책이나 명작동화 책이 아닌 그림도 별로 없고 제법 글도 많은 창작동화 책들이 많다. 과연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그런 책들이 맞는 것일까?
여기에 대한 답은 ‘아니다’ 이다. 많은 독서전문가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무엇보다 책읽기의 즐거움을 배우고 또 꾸준하게 책을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 익히기를 넘어 글을 술술 읽는 아이들이 많지만 발달단계로 보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글자를 배우기 시작해서 읽고 쓰는 것에 대한 흥미가 왕성해지는 시기, 다시 말하면 글의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면서 읽기보다는 글자 자체를 읽고 쓰는 것에 더 흥미를 느끼는 시기다. 많은 부모들이 독서교육을 다른 교과학습과 마찬가지로 상급학교 진학 시 더 유리하게, 혹은 각종 논술 시험에 미리미리 대비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가능한 많은 책을 읽도록 강요하고 또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책읽기를 강요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부모의 과도한 선행이 독서교육에서도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오히려 이런 독서 선행이 아이에게 책에 대한 거부감을 심어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을 지적한다.


전래동화나 그림책도 적당
그렇다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히는 것이 좋을까? 먼저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만날 수 있는 일상생활의 일들에 대해 흥미와 호기심이 왕성해지는 때다. 따라서 무거운 소재의 책보다는 아이가 충분히 접해볼 수 있는 생활 속의 소재를 다룬 책들이 좋다. 또 초등저학년인 8~9세에는 상상력 또한 최고조에 이르기 때문에 무엇보다 아이의 흥미와 수준에 맞는 책을 읽도록 해야 한다. 쉬운 문장으로 되어 있고 길이가 짧은 단편동화나 그림책, 또 주제가 간결하고 선악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전래동화도 아주 효과적이다.
1학년정도의 아이들은 아직 소리 내지 않고 정독하는 것이 익숙지 않지만 2학년정도 되면 어느 정도 가능해지고 또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모습과 성격을 상상하기도 하고 자신과 주인공을 동일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또 사회적 관계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시기로 위인들의 어린 시절을 담은 책도 이 시기에 추천할 만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아이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또 지루해하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보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책 종류보다 더 중요한 독서 습관
어떤 책을 읽게 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독서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올바른 독서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옆에서 부모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먼저 이 시기에는 책읽기가 힘들고 지루한 활동이 아니라 즐겁고 재미있는 활동이라는 것을 느끼도록 해주어야 한다. 아직까지는 엄마가 함께 책을 읽어주는 것도 좋다. 또 책을 읽고 나서는 아이와 함께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읽은 내용을 이야기 해보도록 해서 아이가 책읽기에 대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또 아이들에게 자신이 읽을 책을 직접 고르게 하는 것도 좋다. 간혹 부모들 중에는 아이가 한 가지 주제에만 편중되어 책을 읽는다고 부모가 읽을 책을 골라주는 사례도 많다. 한 가지 주제에 편중된 독서는 독서량이 많아지고 또 관심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아이가 직접 읽을 책을 골라 책과 친근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좋다.
또 하루 10분 정도 매일 책을 읽도록 습관을 들여 주고 그림도 꼼꼼하게 보도록 해 전체적인 스토리를 기억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준다. 처음부터 너무 오랫동안 책을 읽게 하면 아이가 지루해하기 때문에 10분 내외로 짧은 시간동안 꾸준한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또 책을 읽고 나서 그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해 보게 하고 책을 읽은 후의 느낌을 간단하게라도 적어두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SOS! 초등 저학년 아이들 독서 고민
고민1. “방금 읽은 것도 기억하지 못해요”
글을 짧게 끊어서 읽도록 도와준다. 글을 한 문단씩 끊어서 읽고 전체 내용을 다 읽고 나서 내용을 확인하기보다는 중간 중간 아이가 이해했는지 나누어서 확인해주는 것이 좋다. 또 문단마다 소제목을 붙이면서 읽는 것도 좋다. 또 아이가 혼자 읽기보다는 엄마가 중간 중간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구연동화처럼 읽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고민2. 소리 내지 않고 읽는 것을 어려워해요
초등학교 저학년인 경우 암독 하는 것이 수월하지는 않다. 2학년정도 되면 조금씩 가능하지만 아직까지는 소리 내서 읽는 것이 더 편하고 아이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더 집중해 책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점차 암독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먼저 책의 분량을 나누어서 천천히 읽도록 한 뒤, 혼자 머릿속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짧고 간단한 단편동화를 이용해 암독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주어야 한다.
고민 3. “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요”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책은 많이 읽지만 책에 대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읽기에만 급급한 경우가 많다. 이때는 아이가 책을 읽은 후 줄거리, 그림, 배경 등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숙제 검사하듯 정확한 대답을 요구하기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전체적인 줄거리가 어땠는지, 또 어떤 장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또 나라면 어땠을지 등을 엄마와 함께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고민 4. “만화로 된 책만 보려고 해요”
학습만화가 유행하면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학습만화를 즐겨보는 경우가 많다. 학습만화는 일반적인 책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만화로 재미있게 습득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기 어렵고 또 문장이 짧아서 아이들에게 상상력이나 어휘력을 길러주는 데 한계가 있다. 아이가 만화로 된 책만을 고집한다면 먼저 그림이 많은 책부터 읽어줘 책읽기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읽었던 학습만화와 같은 주제의 동화나 글로 된 책을 다시 한 번 읽도록 해 아이가 줄글로 된 책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또 학습만화 역시 읽고 나서는 독후감이나 독서일기를 쓰도록 해 기승전결의 전체적인 내용을 정리해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국립어린이 청소년 도서관 추천-홈페이지에서 더 많은 도서 목록을 볼 수 있음.



신현영 리포터 syhy0126@naver.com
도움말 한국독서교육 개발원 남미영 원장님, 국립어린이 청소년 도서관 어린이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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