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침수예방 첫걸음은 ‘잘못 인정’

지역내일 2013-06-13 (수정 2013-06-13 오후 2:23:05)
환경단체, 서초구에 공식사과 요구

"강남역 홍수 원인진단을 받아들여야 처방도 가능하다."

환경단체가 매년 반복되는 강남역 일대 침수피해와 관련, 서울 서초구에 공식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삼성전자 편의를 봐주기 위해 하수관거 설계를 바꾼 점을 인정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함께 마련하자는 얘기다.

서울환경연합은 13일 서초구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남역 홍수에 대한 서초구의 공식 사과와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감사원과 서울시 감사에 이어 환경단체 현장조사에서도 잇단 침수가 명백한 인재라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서초구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환경연합은 "강남역에서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하통로를 내기 위해 하수관거 설계를 무리하게 변경한 사실이 밝혀졌는데 사과는커녕 '천재지변'이라고만 둘러대고 심지어 천문학적인 세금이 들어가는 대심도관거만이 유일한 해법인양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초구는 하수관거 설계 이후 삼성전자가 강남역에서 사옥으로 이어지는 지하통로를 요구하자 하수관거 설계를 변경, 공사를 승인했다. 서울환경연합과 시민환경연구소는 지난 5월 현장조사를 통해 하수관거가 갑자기 좁아지고 중간에 직각으로 꺾이는 등 문제를 찾아냈다.

시민사회가 우려하는 부분은 장마가 코 앞에 닥쳐온 지금 침수원인에 대한 진단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대로 된 대책마련이 어렵다는 점. 서울환경연합은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 여름 대기불안정으로 평년보다 특히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며 "진단을 받아들여야 제대로 된 처방 역시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서초구가 그간 피해를 입어온 주민들과 강남역이 또다시 침수될까 불안해하는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게 시민사회 입장이다. 무리한 설계변경을 담당한 관계자 처벌과 하수관거 원상복귀, 가능한 저류시설 확보는 그 다음이다. 삼성전자와 서울시에 대한 요구도 포함돼있다.

서울환경연합은 "삼성전자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며 "서울시도 시 차원에서 협의기구를 구성하고 실질적으로 운영, 지속가능한 물순환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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