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우포늪 람사르마을의 ‘서울길’

지역내일 2013-06-12
이인식 우포늪따오기복원위원장

우포늪을 방문하는 입구인 회룡마을과 세진마을은 서울 길로 통한다. 2008년 람사르협약총회를 기념해 서울시가 재원을 마련해 가로수와 조형물을 설치한 것이다. 서울시가 경상남도에서 개최되는 국제습지회의를 지원하면서 서울시도 홍보하는 효과를 노린 셈이다. 그리고 우포늪 생명 길에는 강남구청이 만든 야생화단지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자체 간에 행사지원을 위해 만든 각종 시설물들을 사후관리 하지 않아 꼴사납다는 것이다 특히 강남구청이 만든 야생화단지는 보기흉한 풀밭이 돼 있다. 풀밭에는 강남구청이 세운 비문만 덩그러니 서 있다.

얼마 전 경남도 인재개발연수원에서 서울시 공무원 대상 특강을 할 기회가 있어 우포늪 초입, 이정표에 서울 길이라는 큰 표지판과 은행나무 길을 조성한 일에 대한 전모를 이야기 했다. 당시 서울시는 서울시화인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선정해 마을길을 조성했다. 지금은 나무들이 제법 잘 자라 여름철이면 녹음이 우거지지만 당시, 서울시화인 은행나무의 일방적인 식재보다 지형을 고려한 나무심기를 글쓴이도 자문한 바 있다.

애당초 길 주변에는 뽕나무와 과일나무들이 있었고, 우포늪 고유의 수종도 있었기에 이를 고려하도록 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그래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재정이 넉넉한 지자체가 국제회의를 앞두고 작은 지자체의 도로변에 가로수를 조성해 환경정비를 해주었으니.

그러나 5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우포늪을 방문하는 탐방객들은 서울길이라는 낡은 조형물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한다.

일부 사람들은 그 뜻을 알고 방문객들에게 설명을 해주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애초 좋은 뜻으로 서울시가 지원한 사업인 만큼 현장을 방문해 더 좋은 사업을 구상해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장 방문해 '좋은 사업' 지원해야
마침 서울길을 조성한 도로변 세진마을이 세계 최초로 람사르마을이 되었다. 서울길에서 람사르마을이 되었으니 그 운명 또한 재미있지 않은가.

람사르는 이란에 있는 아름다운 해변도시의 지명이다. 늪과 갯벌 같은 생태계의 보고인 습지를 국제적으로 보전하고 현명하게 이용하는 회의를 1971년, 처음 연 곳이기도 하다.

국제적으로 보전되는 습지 주변 마을을 람사르마을로 지정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주민이 스스로 훌륭한 습지자연환경을 잘 보전하면서 생태농업과 녹색관광 프로그램 등을 잘 구현하도록 람사르사무국과 환경부가 지원정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서울길이 관통하는 람사르마을인 세진마을은 오래 전부터 마을주민들이 앞장서서 농번기를 제외하고는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한 다양한 생태교육프로그램을 실현해왔다. 한때는 주민들은 우포늪이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는 것에 반대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도시로 나간 손자들과 방문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을주민들이 직접 운영한다. 주변 농경지의 습지복원과 멸종된 따오기 야생복귀를 위해 논습지 조성에도 나서고 있다.

이럴 때 람사르총회를 계기로 인연을 맺은 서울시가 세진마을의 빈집과 창고, 텃밭 등을 개보수해 서울시민들이 주말과 휴가, 방학 중에 이용하면 좋을 것이다. 마을주민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한다면 도농 간의 상생 기회가 될 법하다.

빈집 등 개보수해 서울시민 이용했으면
환경운동가로서 마을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쓰지 않는 마을 창고 구입이다. 이 창고를 활용해 우포늪의 자연자원을 활용한 생태전문도서관인 우포자연도서관을 만들고 있다. 방문하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우포늪에서 생태체험을 하고 휴식하면서 생태도서를 읽는 공간이다. 가끔 생태전문동화작가들과 함께 우포늪 현장에서 야생동식물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공부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래야 우포늪 주변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긴 시간 동안 자연 속에서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지 않겠는가. 람사르마을로 지정된 이곳도 평범한 농촌마을이다. 다만 마을이장을 비롯한 주민들이 프로그램의 주체가 되어 마을공동체가 살아나는 현장이다. 서울길과 람사르마을이라는 인연으로 만난 서울시와 환경부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도록 관심을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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