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주부극단 ‘유리구두’

무대에 서면 폭발하는 끼, 엄마도 자유로운 영혼이었어!

지역내일 2013-05-13

넘치는 끼와 열정, 솟구치는 에너지로 뭉친 주부극단이 있다. 창단 20주년을 맞는 강남 주부극단 ‘유리구두’가 바로 그들. 평범한 주부들이지만 무대에 서면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숨은 장기를 원 없이 발산하는 끼 많은 아줌마들이다. 20년 동안이나 오매불망 무대를 동경하고 사랑한 여인들을 공연 현장에서 만났다.



강남구민회관을 뜨겁게 달군 뮤지컬 <맘마미아>


지난 5월 2일 오후 4시, 강남구민회관 무대에선 강남주부극단 ‘유리구두’ 단원들이 공동 제작한 뮤지컬 <맘마미아>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그리스의 작은 섬, 하얀색의 작은 모텔을 배경으로 무대에 선 배우들은 그 옛날의 전설이 된 아바의 노래를 부르며 연기와 춤 실력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극이 전개될수록 귀에 익은 아바의 노래를 능숙하게 소화해 내며 열연하는 라이브 무대는 꿈틀거리는 바다처럼 생동감이 일었다.


남장을 한 여배우들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었다. 대부분 어디에서 많이 본 옆집 아줌마 같은 평범한 주부들인데 파워풀한 춤까지 소화해 내며 무대를 장악하는 그들의 넘치는 끼와 열정 앞에선 관객들도 박수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주부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극단 단원들이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인 <맘마미아>에 도전하고 무대에 올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반은 성공한 것이 아니겠는가.


무대에 서고 싶은 끼 많은 아줌마들


‘유리구두’는 강남에서 태동했다. 1993년 나산문화연극교실에서 출발해 ‘현대주부극단’으로 활동해오다 지난 2005년 ‘유리구두’로 이름을 바꾼 후 20년 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강남구청의 후원을 받아 강남구민회관에서 주로 공연을 해온 ‘유리구두’는 2001년 제5회 전국주부연극제에서 세미뮤지컬 ‘배비장전’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2003년 공연한 뮤지컬 ‘넌센스’는 강남구민회관 아마추어 부문 최다 관객동원을 기록했으며 2005년 문화재단 주최 ‘제1회 서울시민예술제’에서는 뮤지컬 ‘가스펠’이 그랑프리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매해 한 작품씩 무대에 올리고 있는 ‘유리구두’는 30대에서 60대까지 개성이 강하고 끼가 넘치며 어릴 적 무대에 서고 싶은 꿈을 가진 20명의 주부들로 구성돼 있다. 강남 주부들이 50퍼센트, 그 외 일산, 분당, 구리, 광주 등 다른 지역 주부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20년간 매회 무대 오른 손영실 회장


‘유리구두’ 창립멤버이자 극단 회장을 맡고 있는 손영실씨(60세)는 “정극과 달리 춤과 노래, 연기 삼박자를 맞춰야 하는 뮤지컬을 소화해 내기 위해 단원들이 지난겨울부터 5개월 간 연습에 매진해 왔다”며 “지난 20년간 한결같이 무대를 지켜왔듯이 앞으로도 좋은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것이다”라고 공연 소감을 밝혔다. 손 씨는 지금까지 20년 동안 26회 공연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연한 ‘유리구두’의 산증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손씨는 2009년에 공연했던 ‘거위의 꿈’을 꼽았다. 집에만 있던 아줌마들이 연극을 하면서 제2의 인생을 찾는다는 내용의 이 작품은 바로 단원 자신들의 이야기로 단원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무대에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단원들에게 큰 위로가 됐던 작품이다.


윤수진 씨(41세)는 이번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주인공인 소피 역을 맡았다. 40대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동안인 윤 씨는 “제 속에 끼가 있었는데 그동안 감추고 살았다. 생애 처음으로 맡은 주인공 역이라 부담감도 컸지만 단원들이 믿어주고 두 아이가 응원해 줘서 힘을 낼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친정식구들이나 남편이 ‘주부가 얌전히 살림만 하지’라며 연극 활동을 탐탁지 않게 여겼는데 이번 공연이 끝나자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는 것을 보고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무서워 꿈도 못 꿨던 배우의 꿈


정영 씨(55세)는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했는데 더 나이 들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었다”며 “공연 내내 너무 재미있고 행복했다”고 공연 소감을 밝혔다. 평생을 과학교사로 살아온 신덕희 씨(60세) 역시 “어렸을 때 아버지가 엄해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용기가 없었다”며 “이제는 나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한다. 특히 젊은 사람과 같이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 힘이 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유리구두’ 단원들은 모두 주부이다. 엄마 역할, 며느리 역할, 아내 역할까지 어떤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았기에 오늘도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고된 연습으로 밤에는 끙끙 앓다가도 연습시간에는 열일을 제쳐 두고 나온다며 집에서 연습실까지 왕복 3~4시간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매일 출근한 단원도 있었다. 이번 뮤지컬에서 가장 버거웠던 안무는 500번 이상을 연습하며 몸에 배일 정도로 연습한 덕분에 템포가 빠른 춤도 소화해 낼 수 있었다고 웃음 짓는 단원들, 배우의 꿈을 향해 자신들을 단련시키는 데 주저함이 없는 그들을 보며 인생은 꿈꾸는 자의 몫이란 걸 다시 한 번 실감한다. 현재 유리구두(cafe.daum.net/kangnamtheatre)에선 신입단원을 모집중이다.


김지영 리포터 happykyk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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