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나쁜 일자리 양산, 노사갈등 심화 우려"

정부 ''고용률 70% 로드맵'' 발표 … 현실 가능성 의문, 실패한 정책 답습 가능성 제기

지역내일 2013-06-05
정부가 4일 발표한 ‘고용률 70% 로드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로드맵의 요지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와 ‘여성 일자리 창출’이다.

하지만 노동계에선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자칫 질 나쁜 일자리 양산에 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여성의 경력단절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들도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노사정(노동자, 사용자, 정부) 합의를 중요시했지만, 현실을 간과한 정책으로 오히려 노사 간의 갈등을 심화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총론은 좋으나, 현실화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이다.

신규 일자리 40% ''시간제 일자리''로 충족 = 정부는 2017년까지 고용률 70%달성을 위해 신규 일자리 238만개를 만들겠다고 내세웠다. 이중 약 40%인 93만개를 시간제 일자리로 채우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시간제 일자리 성패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정착을 위해 공공부문 채용확대에 주안점을 뒀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시간제 일반직 공무원(7급 이하)을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무원부터 시간제 근무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공공부문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먼저 안착시키면 민간 기업들도 따라오리란 계산도 내재해 있다.

하지만 한 노동 문제 전문가는 "시간제 일자리는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신규 채용 중심이 아닌, 기존의 공무원들을 시간제로 전환하는 정책이 중심이 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외국의 시간제 노동 사례에 비추어 본 한국의 시간제 노동’ 보고서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정규직 시간제로의 전환이 기존 업무상의 지위나 위신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동안 하던 일자리에서 가능한 한 이뤄져야 한다"며 "시간제 노동으로 전환을 한 근로자에게 일정한 기간이 지나거나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전일제 일자리가 있는 경우 역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 노동을 정착, 확대하기 위해선 시간제에서 전일제로 ‘역전환 권리 보장''은 필수라는 뜻이다.

"2017년까지 고용률 70%달성 촉박"=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7년까지 고용률 70%를 달성한다는 것은 너무 촉박한 것 같다"며 "창조경제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보다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는데 주력, 일자리 질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사업은 2010년부터 시행했지만 신청한 기업이 많지 않다"며 "이번 대책에 따르면 시간제 근로제에 대해 시간에 비례한 임금, 4대보험, 승진과 정년을 보장해준다는 것인데, 파견이나 용역 등을 통해 인력을 쓰고 있는 기업들이 굳이 비용이 많이 드는 제도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4일 논평을 통해 "시간제 일자리만 지나치게 늘리려는 시도가 보이는데 일자리의 질이 나빠질까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박근혜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는 이미 이명박정부 시절 추진된 바 있다"며 "시간제 일자리,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는 결국 ‘저임금-불안정 노동’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이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종전의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말한바 있다.

"비정규직 여성 현실 반영해야"=정부는 고용률 70% 로드맵 실현을 통해 여성 고용률이 2012년 53.5%에서 2017년 61.9%까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여성고용률 추세를 봤을 때, 향후 5년간 여성 고용률을 8.4%나 늘린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과제다"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15~64세 여성 고용률은 1.5%p상승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여성 경력단절 요인을 없애기 위해 ‘자동 육아휴직 관행’을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자동 육아휴직 관행이란 출산이후 자동적으로 육아휴직을 하도록 하는 제도다. 개인 사정으로 육아휴직을 원하지 않은 경우에만 별도로 신청하는 식이다.

김영옥 선임연구위원은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경력단절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정책 기조는 옳은 판단"이라며 "하지만 대기업 정규직 여성들만을 위한 제도로 그칠까봐 걱정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노동자의 경우 비정규직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여성 비정규직들은 육아휴직을 쓰기도 전에 계약이 끝나거나, 육아휴직을 쓰려고 하면 계약이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노사 갈등 발생 요소, 무시못해"= 박근혜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선 노사정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30일 ‘노사정 일자리 협약''을 타결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고용률 70%달성을 위해 노사정 협력을 강조했지만, 이번 로드맵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노사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장시간근로관행을 타파하지 않은 고용률 70%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정부는 기업의 연차휴가사용촉진제도를 적극 장려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노광표 소장은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경우 연차를 사용하고 싶어도 못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정부 방침대로 2개월 전에 휴가사용 시기를 지정·통보한 경우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한 사용자의 금전보상 의무를 면제하면,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아영 구본홍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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