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관계 뿌리는 관존민비

지역내일 2013-05-24

"'여승무원 폭행' 포스코에너지 왕 상무 해임" "남양유업 폭언 사태에 누리꾼들 시끌" "성추행 혐의 경질 윤창중 패러디 갑의 횡포 3탄" …. 대기업 임원의 항공기 여승무원 폭행 사건과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영업 그리고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다룬 기사 제목이다. 올 봄에 잇달아 터진 이 사건들은 '갑질', '슈퍼갑', '갑의 횡포' 등의 낱말을 양산하며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사실 갑을관계는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왜 유독 한국 사회는 '노예 관계'라는 말이 나올 만큼 유난히 심한 것일까? '갑과 을의 나라'는 그동안 지역감정, 언론 권력, 강남 좌파, 안철수 현상 등을 이슈화하며 한국 사회의 명암을 추적해온 강준만이 지금껏 대한민국을 지배해왔고, 이제는 심각한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은 갑을관계를 분석한 책이다.

조선 시대 관존민비에 뿌리를 둔 갑을관계는 해방 이후 '전관예우', '브로커'라는 사생아를 낳았고 선물과 뇌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을 '전관예우 공화국', '브로커 공화국', '선물의, 선물에 의한, 선물을 위한'나라로 탄생시켰다. 반대로 '을의 반란'이 표출된 것이 시위와 데모였다.

저자는 21세기 한국 사회의 시대정신으로 '증오의 종언'을 제시해왔다. '을의 반란'이 '증오의 종언'을 향해 나아가는 걸 전제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시대정신일 것이다. 갑을관계를 지속해나가는 건 을뿐만 아니라 갑에게도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밖에 없음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강준만은 "이제는 정의와 도덕이라는 관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이익을 나누는 성장과 혁신 차원에서도 갑을관계의 타파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인물과사상사/강준만 지음/1만3000원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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