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청중학교가 위치한 대치동은 강남 중의 강남으로 일컬어진다. 아이들의 학업성취도가 전국에서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최상위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학부모가 많은 만큼 성취도에 대한 아이들의 욕구 또한 하늘을 찌른다.
이런 상황에서 대청중학교 교장과 교사들은 더하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미 학업 스트레스로 가득찬 아이들에게 지식 하나를 더 주입하는 것은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청중이 예체능을 중심으로 한 인성교육에 무엇보다 매진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 학교 신춘희 교장은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제때 제대로 발산할 수 있도록 음악과 미술, 디자인, 스포츠 등 예체능을 중심으로 한 인성교육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성 관련 프로그램으로 눈에 띄는 게 클래식 기타 수업이다. 중1학생 전원이 매주 1시간씩 클래식 기타를 배운다.
신 교장은 "바이올린 등 현악기의 날카로운 소리보다 클래식 기타의 부드러운 소리가 아이들의 심성을 더 곱게 만든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강사를 초빙, 음악선생과 팀 티칭(Team Teaching) 형식으로 수업을 꾸린다. 아이들 반응이 폭발적인 것은 물론 학부모 반응도 호의적이어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중1 전원이 기타를 배운다면 중2학생들은 디자인이 접목된 미술을 배운다. 디자인이 강조되는 시대조류에 따른 것인데, 이 역시 아이들의 인성을 순화하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게 신 교장의 자랑이다.
인성활동이 열린 나눔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단원 80여명으로 구성된 대청 오케스트라단은 정기적인 공연을 통해 모은 수익금을 희귀난치성 질환의 아동을 돕는 데 쓰고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선음악회를 기획하고 홍보하고 있다.
또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하는 샤프론 봉사단은 독거노인 반찬만들어 드리기나 학교 내 분리수거, 환경정화활동 등으로 이름을 빛내고 있다.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자율탐구과제는 대청중만의 특색 프로그램이다. 매 학년이 시작되는 3월 학생들은 평소 관심이 가는 분야에서 한 가지씩 주제를 잡는다. 과학, 체육, 미술 등 어느 주제든 관계없다. 주제를 잡고 나면 해당 과목 선생님을 지도교사로 삼아 1학기 동안 스스로 탐구활동을 펼친다.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한 학기 동안 자율적으로 탐구한 주제를 논문으로 써 제출하면 9월중 심사를 거쳐 작품발표회를 연다.
신 교장은 "주입, 암기식의 사교육을 뛰어넘는 공교육을 확립하고자 자율탐구과제를 도입했는데, 아이들의 창의력이나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내고 있다"며 "아이들의 노력에 교사들의 헌신이 더해져 '대청'이라는 자랑스런 이름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자랑했다.
신 교장은 또 "교장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교사들의 호응이 없으면 아무 일도 못 한다는 건 학교현장의 오래된 격언"이라며 "교사 휴게실조차 없지만, 누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지도 않지만, 선생들 스스로 아이들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감사하다. 이 어려운 시대 학교에 희망이 있다면 그건 바로 헌신적인 교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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