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의무에 대하여

지역내일 2013-05-02

서울중앙지방법원 15층 조정센타에서 조정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같이 타고 있던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엘리베이터 안을 불안하게 둘러보면서 말을 걸어 왔습니다.


“저 조정위원님이세요?”, “아니요, 변호사인데요.”, “저는 증권회사 직원으로 소송을 당했는데 좀 물어보고 싶습니다.” 상대방이 심각하고 불안한 표정으로 간절히 상담을 원한다고 느껴 그의 말을 들어주었습니다.
“저는 증권회사 차장으로 근무하는데요. 고객이 회사에 예탁금을 맡기면서 제가 관리하며 신경을 써서 수익을 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매매하면서 수시로 매수, 매도 상품에 대한 설명도 해 주었는데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았다며 소송을 걸어왔습니다. 1심에서는 제가 이겼는데, 항소심에서는 조정에 회부하더니 저보고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으니 일부 손해배상을 하라고 합니다. 저는 억울합니다.”


조정센터의 조정의견은 동 사건이 증권회사와 직원이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임의매매(고객 동의 없이 증권회사 직원 등이 마음대로 매매하는 것으로 손해배상 책임발생)는 아니고, 허용되는 일임매매(고객이 동의하여 증권회사 직원 등에 주식거래를 위임한 매매)이지만 그 과정에서 설명이 부족하여 손해를 분담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일임매매에서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는 재판이 진행되면 더 따져봐야겠지만 스스로 생각하여 주식거래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약간의 손해를 분담하여 분쟁을 빨리 끝내는 것도 좋겠다고 조언했습니다.

‘설명의무’는 과거에는 생소한 단어지만 이제는 많이 듣게 되는 단어입니다. 설명의무는 의료사고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현재의 상태와 치료방법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으면 위법 판단을 받게 되는 것으로 논의가 시작되었는데, 최근에 와서는 금융, 증권, 공인중개 등 서비스업 일반으로 그 적용이 확대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서비스업의 발전과 더불어 고객에 대한 서비스 수준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해당 분야의 종사자들은 때로는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시대의 추세가 고객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요구하는 만큼 우리는 각자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와 사정을 최대한 설명하는 것이 사건예방을 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나 자신도 되돌아봅니다. 변호사로서 최선을 다해 고객의 이익을 옹호한다고 자부하지만 충분한 설명도 함께 하고 있는지…



법무법인 율곡  김선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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