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싸이 현상’과 창조경제

지역내일 2013-05-01
이완형 서울사이버대 교수 국제무역물류학

가수 싸이의 두번째 뮤직비디오 '젠틀맨'도 새로운 신기록을 작성해가고 있다. 공개 80시간 만에 조회수 1억뷰를 돌파하는가 하면, 발표 2주 만에 빌보드 5위에 올랐다.

조회수도 어느 한 두 나라에만 편중되지 않고 팝의 본고장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전 대륙에서 골고루 관심을 끌고 있다. 게다가 단지 보고 듣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전 세계인들이 이 뮤직 비디오를 보고 커버영상, 리액션 영상, 패러디 영상들을 만들어 자신들의 생각과 관심을 표현한다.

경제적인 수익도 대단하다. 전작인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15억뷰가 넘으면서 음원 수입 수십억원에 광고 및 공연수입을 합하면 총 100억원을 넘게 벌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하여 한류 열풍을 전세계로 확산시킨 싸이의 경제적 가치는 1조원대가 넘는 것으로 추산하며, 이는 미국 MLB LA다저스 구단 전체의 경제적 가치보다도 많은 것이라고 한다.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이야기'가 담기기 시작
물론 비판적인 견해도 존재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수 싸이의 음악이 전 세계적으로 핫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이런 '싸이 현상'의 근원을 '콘텐츠'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즉 그의 노래와 뮤직비디오에 담긴 것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싸이는 공공연하게 TV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은 A급이 아닌 B급이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얘기해왔다. 처음 '강남스타일'을 만들 때 인터뷰 내용이 생각난다. 군대 재입대 과정을 거친 후 그는 여러 가지 이벤트를 기획하고 공연하면서 자신의 공연 컨셉은 소위 '놀이' 보다는 '공공성', 소위 '착한 싸이'에 초점을 맞추었다. 매우 예의바른 A급 콘텐츠로 자신을 무장했다.

그런데 어느날 이것은 '싸이스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자신이 그동안 대중음악계에 포지셔닝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만든 것이 바로 '강남스타일'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요즘 우리사회를 보면 이런 변화는 이미 진행 중에 있다. 이 변화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곳은 TV의 예능프로그램들이다. 과거의 예능 프로그램은 어떤 성과를 보여주는 장(market)이었다. 그것이 웃음이든 노래든 공연이든 강연이든, 그 결과물이 어떠냐에 따라서 성패가 결정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것만으로 되지 않는다. 그 안에 콘텐츠를 담아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만의 진솔한 이야기'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큐 프로그램같은 리얼 예능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신비 속에 갇혀 있던 스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TV에 나와서 자신의 삶의 이야기들을 서슴없이 털어놓고, 그 안에서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얻는다.

그리고 그것이 그 사람을 이해하는 코드가 되고, 그것이 나아가 인기를 지탱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모 방송사의 힐링 프로그램은 대선에서 이슈가 될 정도로 정치인들이 출연하고픈 프로그램이 되었다.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이야기가 담기기 시작한 것이다.

'나만의 이야기' 가 창조경제 이루어갈 핵심 조건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데 있어서도 지금까지의 절대 기준인 '스펙'보다는 '이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채용을 결정한다고 한다. 그래서 스펙을 강조한 지금까지의 지원서에서 점차 자신의 이야기를 요구하는 입사지원서로 변화되고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그 안에 '나'를 담아내야 비로소 '내 것'이 되고 그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는 것을 싸이의 콘텐츠는 증명해 보이고 있다. 국가에게나, 기업에게나, 개인에게나 '나만의 이야기' 는 이 시대의 '트랜드'이자 창조경제를 이루어갈 핵심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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