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일반고 문제 고입제도로 풀어야

지역내일 2013-04-17 (수정 2013-04-17 오후 1:43:54)
신동원 휘문고등학교 교감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2년 우리나라 사교육 현황을 보면 초중등 학생들의 전체 사교육비가 19조 394억원이다. 이는 교육부의 유아 및 초중 교육부분 예산 41조원의 절반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초중고생 중 중학생이 사교육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는데, 1인당 월평균 27만6000원으로 일반고 학생 26만5000원보다 1만1000원이 많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이 통계를 믿지 않는다. 학교 수업 외로 부담하는 방과 후 교육 활동비, 교재비, 어학 연수비 등을 포함시키면 훨씬 큰 액수라는 것이다.

중학교 단계에서 사교육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고등학교 입시와 관련이 크다. 현행 고등학교입시는 대학입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과열돼 있다.

고교입시 중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과학영재학교다. 과학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에 의해 설립된 학교로 기존 과학고와 완전히 다르다. 중학교 1학년도 지원할 수 있으며, 4월 중순부터 입시가 진행된다. 학생기록물 평가, 영재성 검사, 창의성 및 문제해결력 검사, 잠재력 평가, 과학영재캠프, 인성 및 리더십 등 대입 사정관제 전형보다 훨씬 어려운 과정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과학영재학교 입시가 끝나면 7월 말부터 과학고 입시가 시작된다. 과학고 입시도 영재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으로 100%를 선발하지만, 지원 동기, 진로계획, 성장과정과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담은 자기 계발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서울예고와 같은 예술계 특목고, 외국어고와 국제고, 하나고와 같은 전국단위 모집 자율형 사립고, 산업수요마춤형고(마이스터고), 특성화고 등의 입시가 10월부터 12월 초까지 이어진다.

특정지역 특정학교로 모이는 우수학생
이를 전기고 입시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전형이 과목별 내신 성적이나 교과 성적과 학교생활을 종합해만든 석차 연명부의 석차 백분율, 면접시험 등을 통해 선발한다.

전기고 입시가 끝나면 후기고 입시가 진행되는데, 후기고는 평준화지역은 추첨으로, 비평준화지역은 시험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대도시는 대부분 평준화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겉으로 보기에 성적과 관계없이 단순 추첨을 통해 신입생들이 배정되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직간접적으로 성적과 관련이 있다.

일단 학군별로 성적 차이가 상당히 크다. 일반계고의 대학진학 실적이나 수학능력시험 성적을 보면 강남학군이 다른 학군보다 월등히 높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특정지역으로 모인다. 그리고 같은 학군이라도 학교 간 서열이 극명하다. 성적이 높은 학생이 주로 지원하는 학교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대 신입생 중 일반고 출신의 비율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일반고 출신 신입생 비율은 2008학년도에 75%였으나 2012학년도에는 66%로 크게 감소했으며, 과학고는 8.9%에서 11%로, 외국어고와 국제고는 7.6%에서 12%로 증가했다. 이는 고교입시 과정을 통해최상위권 학생들이 특정 고등학교로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반고의 위기는 고교입시정책에서 파생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수학생 집중현상은 속성 상 관성을 가지고 움직인다. 특목고나 자율형사립고의 진학실적이 좋으면 성적이 우수한 신입생이 많이 지원하게 되고, 그들이 3년 후 대학에 들어갈 때 더 좋은 진학실적을 내게 된다.

악순환의 고리는 정책으로 끊어야
이런 순환의 고리가 계속 돌아가며 특목고나 자율형 사립고도 진학실적에 따라 서열이 생기고, 이런 서열 때문에 고등학교 입시는 해가 갈수록 과열된다. 그 와중에 사교육의 역할이 커지면서 학부모의 부담 역시 계속 늘어나게 되고, 중학생들의 선행학습과 내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정책적으로 초기에 끊어야 한다. 고교입시는 교과부와 관계없이 교육감이 설계할 수 있다. 내년 지방교육감 선거에서 고교입시 정책이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차제에 고입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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