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6월 보육대란 오나

지역내일 2013-04-17
서울 6월 보육대란 오나 … 20개 구 양육수당 바닥
9월이면 25개 구 모두 예산 소진
구청들 “세수 줄어 국비지원 절실”
복지부 “지방비 확보 않고 손벌려”

서울 강서구청 여성가족과 이미선(35·여) 주무관은 올해 3월부터 보육예산 업무를 맡고 있다. 올해부터 만 0~5세 아이를 위한 무상보육이 확대돼 업무량이 만만찮다. 강서구 내 2만4000여 가정의 양육수당이나 유치원·어린이집 비용(보육료)을 모두 챙겨야 한다. 많은 아이들이 혜택을 받는 일이어서 힘은 들어도 보람이 크다. 하지만 요즘 마음 한구석이 늘 불안하다. 만 0~5세 아이를 가진 가정에 매월 10만~20만원을 지급하는 가정양육수당은 지난달로 1년치 구예산이 모두 바닥났다. 이번 달은 남아 있는 보육료(월 22만~39만4000원 지급) 예산을 끌어다 양육수당을 지급했지만 이런 상태론 7월께 보육료 예산까지 바닥날 판이다. 이 주무관은 “확보한 예산이 부족해 양육수당이나 보육료를 지급하지 못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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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서울 강서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16일 서울시구청장협의회에 따르면 강서구를 포함해 광진·동대문·성북·노원·서대문·마포·금천·강동구 등 서울의 9개 구가 지난달 가정양육수당 예산을 모두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구도 강서구처럼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6~7월이면 한계에 부닥친다. 이달 중에는 도봉구 등 5개 구, 다음 달엔 성동구 등 3개 구, 6월엔 강남·서초·동작구의 가정양육수당이 바닥난다. 서초구의 경우는 6월에 양육수당과 보육료 예산이 함께 소진된다.

 서울시내 만 0~5세 아동의 무상보육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1조658억원이다. 이 중 중앙정부가 3073억원, 서울시가 5111억원, 25개 자치구가 2474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와 자치구가 확보하지 못한 금액은 2174억원에 달한다. 이마저도 국회가 추가로 지원하기로 승인한 1355억원을 받는다는 전제에서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의 추가 예산 지원이 없다면 6~7월부턴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지급하지 못하는 ‘보육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은 지방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무상보육 예산 분담 비율은 지방의 경우 중앙정부와 50 대 50이지만 서울은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비율이 20% 정도에 불과하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인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지자체의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상보육이 확대 시행됐다”며 “부동산 경기침체로 재산세 등 지방세수가 감소해 무상보육을 위한 추가 예산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중앙정부의 무상보육예산 부담 비율을 서울은 20%에서 40%, 지방은 50%에서 70%로 높이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지만 논의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 김관용 경북지사는 이날 국회를 찾아 기자회견을 하고 “이달 말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예산 편성 지침을 각 부처에 주기 전에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도 보육예산을 편성하는 데 차질이 생긴다”며 “국회가 이달 안에 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올해 예산 부족분은 따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서울시 성은희 출산육아담당관은 “지난해 9월 국무총리실이 마련한 중앙부처와 시·도 간담회에서 정부가 보육 지원 체제를 개편하더라도 지방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지난해 수준으로 올 보육예산을 편성했다”며 “중앙정부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신중한 반응이다. 복지부 이상진 보육사업기획과장은 “지자체가 국비 지원을 받기 위해 지방비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어떤 경우든 지자체가 양육수당이나 보육료를 지급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방 재정 확충 대책 마련해야=김필헌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열린 ‘새 정부의 복지 확대,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박근혜정부 4년간(2014~2017년) 지방정부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복지비용이 17조89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김 연구위원은 “국세인 부가가치세 중 지방소비세로 넘겨주는 비율을 5%에서 10%로 높이고 지자체도 선심성 사업을 축소하는 등 지출 구조조정을 해 복지 수요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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