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디테일스’

인생의 한 지점을 되돌아보게 하는 블랙 코미디

지역내일 2013-04-15

살다보면 인생의 한 지점에서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그 이후의 인생 스토리가 달라지는 일을 경험하게 된다. 삶이 꼬이기 시작하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되짚어 보기도 한다. 영화 ‘디테일스’는 인생에서 놓쳤다고 생각하는 디테일, 되돌리고 싶은 디테일, 꼭 지켜야할 디테일 등을 디테일한 연출로 보여준다.


평범한 한 남자의 일상에 들이닥친 인생의 위기
예쁜 아내(엘리자베스 뱅크스)와 귀여운 아들이 있는 남부러울 것 없는 산부인과 의사 제프(토비 맥과이어)는 언제부턴가 아내와 서먹해진 것을 느낀다. 아내를 위해 뒷마당에 잔디밭을 만들어 선물하며 관계회복을 시도해보지만 밤마다 잔디를 뒤집어 놓는 너구리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다. 제프가 너구리 포획에 집착하게 되면서 아내와의 관계는 더 멀어진다.
제프는 정신과 의사인 친구 레베카에게 상담을 받던 중 묘한 분위기에 휩쓸려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우연히 불륜사실을 알게 된 이웃집 여자 라일라(로라 린니)는 제프에게 터무니없는 협박을 가한다. 한 번의 잘못은 또 다른 잘못을 낳고, 다시 걷잡을 수 없는 인생 최대 위기의 순간으로 이어진다.
영화 ‘디테일스’는 제프에게 닥친 인생의 위기를 다소 엽기적인 상황으로 보여주면서 인간 내면의 선한 본성과 악한 본성이 교차하는 미묘한 감정까지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뭐 저런 엉뚱한 상황이 있나’라고 생각하며 보다가도, ‘저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 제프가 선택한 마지막 상황에 공감하게 된다.


웃음과 함께 서늘함을 안겨주는 영화
팍팍한 현실, 무료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가끔 일탈을 꿈꾼다. 영화 속의 제프 또한 그렇다. 기분전환을 위해 만든 잔디밭은 예기치 않았던 너구리의 등장으로 엉망이 되고, 너구리 포획에 대한 집착은 아내와의 다툼과 외도로 이어지고, 외도는 이웃집 여자의 협박과 올가미의 빌미를 제공한다. 하지만 제프의 모든 행동은 항상 좋은 의도에서 출발한다. 아내의 기분전환을 위한 잔디밭, 자신의 문제점을 찾기 위한 심리 상담, 이웃집 여자에 대한 배려, 신부전증 친구에게 자신의 신장을 이식해준 행동 등은 제프라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선하게 부각시키며 관객들을 미소 짓게 한다.
반면, 그는 사소한 것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해 엉뚱한 실수를 유발하고, 중요한 것을 순간적으로 무시해 더 큰 사건으로 발전시킨다. 그렇다고 ‘디테일스’가 코믹영화는 아니다. 코미디로 시작해 점점 현실적으로 발전하고, 마지막에는 비현실 속에 숨겨진 진실을 보다 리얼하게 표현한다. 제프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결국 죽음을 맞게 되는 라일라의 상황은 서늘함까지 안겨준다. 영화 속 제프의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엉뚱한 것에 집착해 바보처럼 놓쳐버렸던 것들을 떠올리게 하며 색다른 공감을 선사한다. 


바보 같은 어른들을 위한 영화
‘디테일스’의 주인공 제프는 겉으로 보면 의사라는 직업, 화목한 가정, 이웃에 대한 배려, 거기에 신장이식이라는 선행까지 베풀며 살아가는 바람직한 인간상이다. 하지만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오래 전부터 어긋나 있다. 그의 생활에는 알게 모르게 편법과 변칙이 스며들어있고 그 편법과 변칙은 위기 상황에서 바보스럽게 적용된다.
‘디테일스’는 영화의 제목처럼 삶의 디테일한 여러 일화를 하나의 이야기로 조화롭게 엮어냈다. 여기에 특유의 유머감각과 냉소적인 시선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영화의 주제와 재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인생의 의미를 어렴풋이 느끼는 나이라면 누구나 바보 같으면서도 엄청난 실수 하나쯤 갖고 있지 않을까. 영화 ‘디테일스’는 차마 드러내지 못하고 가슴 속에 묻어야만 했던 비밀을 떠올리게 하는 블랙 코미디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