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경 칼럼] 싸이의 ‘자기긍정’ 마인드

지역내일 2013-04-15 (수정 2013-04-15 오후 1: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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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로 일약 월드스타가 된 싸이가 신곡 '젠틀맨'을 발표하는 'HAPPENING' 콘서트를 13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었다.

공연장에 가지는 못했지만 TV와 유투브, 인터넷등을 통해 공연이 전 세계적으로 생중계 됐으므로 나도 실시간으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신곡 젠틀맨이 강남스타일에 비해 좋으니 별로이니 하는 평가는 여기서 할 생각은 없다. 나는 공연을 보면서, 또 그 앞에 있은 기자회견을 읽으면서 싸이라는 한 가수의 충만한 '자기 긍정의 마인드'가 참 인상 깊었다. 우리가, 우리아이들이 가졌으면 싶은 삶의 자세를 그는 갖고 있었다.

우선 그는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 전혀 없어보여 좋다. 연예인이 '저런 얼굴(ㅎ!)'로 칼을 대지 않고 버틴다는 것은 강한 자존감이 없고는 힘들다.

거기다 키도 안 크고 뚱뚱하고 배도 나왔다. 그래도 그 얼굴과 몸매로 마돈나와 한 무대에 서서도 기죽지 않는 배포를 싸이는 보여줬다.

'못생겼지만 뭐 어떠냐, 고로 난 못 생기지 않았다'는 자기긍정이 싸이에게는 넘친다. 그래서 못생겨 보이지 않는다.

작년이든가 모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 그가 한말이 떠오른다. 싸이는 자기 아내에게 끌린 이유가 얼굴이 동양적으로 밋밋하게 생겨서라고 했다. 그래서 보기에 너무 편안해서 참 좋았다는 것이다.

서양인스러운 높은 코에 앞 뒤 트임 다해서 눈이 왕방울만 해진 미인들이 넘쳐나는 이 세계 최고의 성형공화국에서 얼마나 당당하고 멋지던지.

공연을 본 사람은 느꼈겠지만 싸이는 가창력이 아주 뛰어난 가수는 아니다. 실시간으로 공연이 생중계되는 동안 인터넷에는 '생목으로 저렇게 노래 부르는 것이 가수냐, 나도 저만큼은 한다'라는 식의 비방도 적잖게 올라왔다.

그러나 무대에서 쉴 새없이 뛰어다니고 와이어에 매달려 날아다니면서 노래를 섬세하게 부르는 것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키도 안 크고 배 나온 뚱뚱한 가수
특히 음원형 가수들이라면 디테일까지 섬세하게 부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겠지만 싸이는 퍼포먼스에 치중하는 엔터테이너형 가수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기자회견에서 "(나의 노래, 활동은) 다 콘서트를 하기 위함이고, 모든 신곡 발표는 콘서트 레퍼토리 보강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가수로서 완벽한 가창력을 못 가졌다고 고민하는 대신 그는 공연연출 연구에 몰두하여 싸이공연에 가면 실컷 재미있게 즐겁게 놀다온다는 인식을 심는 데 성공했다. 싸이공연이 언제나 매진을 기록하는 건 이렇게 자기만의 차별성을 확고히 하려는 전략이 있었고 이 역시 자기긍정의 마인드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15억 뷰, 유투브 생긴 이래 최고 조회수가 한국인이라니 믿기지 않는다'는 한 네티즌의 감격처럼 '강남스타일'은 전혀 예기치 못한 기적적 성공을 이뤘다.

전세계가 지켜보고 온 한국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채 후속곡을 성공시켜야한다는 부담을 지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두려울까. 올림픽에 임하는 김연아의 심정과 비슷할까.

그러나 싸이 개인을 위해서는 걱정 안해도 될 것 같다. 그는 "부담이 컸고 곡이 호불호가 굉장히 갈리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곡이고 선택이다. 젠틀맨이 망한다 해도 상관없다. 그저 한국에서 12년 동안 가수하던 사람이 발표했던 곡 중 하나가 해외에서 각광받았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넘어갈 자세가 되어있음을 보여줬다.

'인기가 유지되면 감사한 것이지만 유지하기 위해 절실히 노력하기보단 내가 해왔던 걸 내 주관과 감각이 느끼는 대로 꾸준히 제시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자신을 통제할 줄 아는 지혜로움 갖춰
하는 데까지 열심히 하겠지만, 부담도 없지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것을 할 뿐이고 그게 호응 못 받으면 또 그 뿐이라는 자세.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초조해지고 피폐해질 일이 싸이에게는 없을 것 같다. 자신을 잘 알고 그런 자신을 긍정하고 통제할 줄 아는 사람의 영리함이랄까 지혜로움이랄까를 그는 갖고 있는 것 같다.

공연 마지막 곡으로 '거위의 꿈'을 5만 관중과 떼창으로 부르며 싸이는 눈물을 흘렸다.

"저는 참 복 받은 사람입니다. 다시 나가서 외로운 도전을 할 텐데 오늘 보내주신 눈빛과 마음과 함성을 담아 가서 외로움 타지 않고 씩씩하고 저답게 해보겠습니다"라는 싸이의 각오를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싸이는 알다시피 몇번의 실수를 했다. 그는 그 댓가를 치렀고 대중은 다시 그를 받아줬다. 그는 더 성장했고 책임감 있어졌고 그러면서도 자유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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