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부동산시장 혼란 줄이려면

지역내일 2013-04-05
정치팀 허신열 기자

'4·1 부동산대책'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실효성부터 강남과 비강남 사이의 차별,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까지 논란의 폭과 깊이도 다양하다.

더구나 부동산대책 세부항목 46개 중에서 20개는 법개정 사항이다. 국회 협상 과정을 거쳐야 '확정'된다. 나머지 26개도 여야 협상과정에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법률 개정 전제조건으로 내걸면 일부라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닌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가 대표적이다. 말하자면 4·1 부동산대책은 '정부의 제안'일 뿐이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확정되지 않은 '안'을 확정된 것처럼 발표하고, 이를 일부 언론과 시장이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도 정부와 여당의 경제수장이 발표 나흘 만에 수정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 않은가.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따지고 보면 이런 발표방식은 국회가 '거수기' 역할만 하던 구시대의 유산이다. 대통령은 여당 총재를 겸했고, 행정부가 입법부를 압도했던 시대였다. 행정부 발표는 그대로 법률이 됐고, 시장은 발표 따라 출렁였다. 발표 내용을 미리 빼내는 게 대단한 능력으로 통했다. 국회 의결과정은 염두에도 없던 때였다.

1972년 유신부터 1987년 민주화 이전까지는 '공식적으로' 그랬다. 국회는 행정부의 '아래'였다. 헌법은 이를 뒷받침해줬다. 1972년 유신헌법과 1980년 신군부 헌법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규정이 국회보다 '앞서' 등장한다. 제헌헌법이 국회(3장)를 정부(4장) 앞에 뒀던 것에서 후퇴한 것이다. 지난 1일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 장면은 이런 시대엔 흔했다. '발표하면 끝'이었다.

1987년 헌법은 국회와 정부의 관계를 제헌헌법 대로 복원했다. '국회의 복권'이었다. 그렇지만 이게 현실에 적용되기까지는 또 20여년이 걸렸다. 2004년 국회의 대통령 탄핵은 불행하지만 '결정적인 사건'이 됐다.

이제 누구도 입법부 보다 행정부가 높다고 말하지 않는다. 정부 발표보다 여야 협상과정을 주시한다. 국회선진화법 이후로는 더해졌다. 의석 3분의 2 이상을 갖지 않고는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52일 만에 처리된 것이 단적인 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발표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장관들이 도열해서 정책을 발표하고, 이를 확정된 것처럼 받아들이는 모습 말이다. 혼란도 그대로, 피해도 그대로다.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 취임선서는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로 시작한다. 5선 국회의원 출신 대통령의 구시대 유산 폐기와 균형 잡힌 삼권분립 인식을 기대한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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