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균 경제평론가
'전세 시대'가 저물고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금을 은행에 예치해 봐야 이자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월세를 선호한다.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전세금을 떼일 위험 때문에 대출이 있는 집에는 전세로 들어가기를 꺼린다.
쓸 만한 전세물건이 줄어들어 '전세난'이 생겨나고, 전세금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전세가 상승이 조만간 집값을 밀어 올릴 거라면서 또 다시 바람을 잡는다. 그러나 그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반대의 결론에 이른다.
전세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이고, 투자수요 혹은 투기수요를 위한 자금조달의 한 방편이라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5억원을 주고 구입한 집을 3억원만 받고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을 외국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자기 돈 2억원을 6% 금리로 은행에 예치하면 매달 100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이 돈을 포기하는 것은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가 수그러들면 자연히 전세 투자도 시들해진다. 지금처럼 집값이 오를 거라고 전망하는 사람이 소수일 때가 바로 그런 때다.
전세 투자가 사라지면 아파트에 대한 투자수요는 소멸되고 실수요만 남게 될까? 꼭 그렇진 않다. 매달 일정한 수입을 겨냥한 월세 투자가 있기 때문이다.
저물어가는 '전세의 전성시대'
전세가 시세차익을 노리는 주식투자와 유사하다면, 월세는 고정수입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채권투자 혹은 정기예금에 가깝다.
지금 상황에서 월세 투자가 활발해져 전세 투자가 떠난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까? 월세 투자는 수익률에 좌우된다. 월세 수익률이 높을수록 은행 예금이나 채권에 투자한 돈들이 월세 시장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커진다.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월세 수익률은 어느 수준일까? 얼마 전 KB국민은행의 부동산 정보사이트인 'KB부동산 알리지'가 일반고객 6538명과 공인중개사 894명에게 물었더니, 응답자의 81%가 "연 수익률이 6% 이상이 되어야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부동산은 환금성의 제약, 거래 비용, 미래의 불확실성 등으로 은행예금보다 수익률이 2배는 되어야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가격에서 아파트를 구입하여 월세를 놓으면 수익률은 어느 수준일까? 이 역시 'KB부동산 알리지'가 최근 조사했다. 그 결과에 의하면 2월 말 현재 서울 아파트의 월세 수익률은 3.66%라고 한다. 가격이 더 비싼 강남 아파트의 월세 수익률은 3.05%로 더 낮다.
'아파트 불패신화' 계속되긴 어려워
월세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6% 수익률이 되기 위해서는 월세가 많이 오르거나 아파트 가격이 크게 하락해야 한다. 월세가 그대로일 경우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금보다 40%는 더 하락해야 6% 수익률이 나온다.
지난 수십 년간 수도권 아파트의 불패신화를 굳건히 떠받쳐왔던 두 개의 기둥은 실수요와 전세 투자수요였다. 그 중 하나인 전세 투자수요가 무너지고 있다. 또 다른 투자형태인 월세 투자수요는 가격하락이 훨씬 더 진행된 다음에야 본격화될 것이다.
향후 상당 기간 투자수요 없이 실수요만 남아있게 될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서 가격이 우하향 기울기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전세 시대'가 저물고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금을 은행에 예치해 봐야 이자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월세를 선호한다.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전세금을 떼일 위험 때문에 대출이 있는 집에는 전세로 들어가기를 꺼린다.
쓸 만한 전세물건이 줄어들어 '전세난'이 생겨나고, 전세금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전세가 상승이 조만간 집값을 밀어 올릴 거라면서 또 다시 바람을 잡는다. 그러나 그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반대의 결론에 이른다.
전세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이고, 투자수요 혹은 투기수요를 위한 자금조달의 한 방편이라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5억원을 주고 구입한 집을 3억원만 받고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을 외국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자기 돈 2억원을 6% 금리로 은행에 예치하면 매달 100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이 돈을 포기하는 것은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가 수그러들면 자연히 전세 투자도 시들해진다. 지금처럼 집값이 오를 거라고 전망하는 사람이 소수일 때가 바로 그런 때다.
전세 투자가 사라지면 아파트에 대한 투자수요는 소멸되고 실수요만 남게 될까? 꼭 그렇진 않다. 매달 일정한 수입을 겨냥한 월세 투자가 있기 때문이다.
저물어가는 '전세의 전성시대'
전세가 시세차익을 노리는 주식투자와 유사하다면, 월세는 고정수입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채권투자 혹은 정기예금에 가깝다.
지금 상황에서 월세 투자가 활발해져 전세 투자가 떠난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까? 월세 투자는 수익률에 좌우된다. 월세 수익률이 높을수록 은행 예금이나 채권에 투자한 돈들이 월세 시장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커진다.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월세 수익률은 어느 수준일까? 얼마 전 KB국민은행의 부동산 정보사이트인 'KB부동산 알리지'가 일반고객 6538명과 공인중개사 894명에게 물었더니, 응답자의 81%가 "연 수익률이 6% 이상이 되어야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부동산은 환금성의 제약, 거래 비용, 미래의 불확실성 등으로 은행예금보다 수익률이 2배는 되어야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가격에서 아파트를 구입하여 월세를 놓으면 수익률은 어느 수준일까? 이 역시 'KB부동산 알리지'가 최근 조사했다. 그 결과에 의하면 2월 말 현재 서울 아파트의 월세 수익률은 3.66%라고 한다. 가격이 더 비싼 강남 아파트의 월세 수익률은 3.05%로 더 낮다.
'아파트 불패신화' 계속되긴 어려워
월세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6% 수익률이 되기 위해서는 월세가 많이 오르거나 아파트 가격이 크게 하락해야 한다. 월세가 그대로일 경우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금보다 40%는 더 하락해야 6% 수익률이 나온다.
지난 수십 년간 수도권 아파트의 불패신화를 굳건히 떠받쳐왔던 두 개의 기둥은 실수요와 전세 투자수요였다. 그 중 하나인 전세 투자수요가 무너지고 있다. 또 다른 투자형태인 월세 투자수요는 가격하락이 훨씬 더 진행된 다음에야 본격화될 것이다.
향후 상당 기간 투자수요 없이 실수요만 남아있게 될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서 가격이 우하향 기울기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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