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제2의 물산장려운동인가 ④] 시나브로 파고든 일제, 골목상권까지 위협

지역내일 2013-03-12 (수정 2013-03-12 오후 1:49:16)
시민단체 "일본 유통기업, 한국서 수익내 극우정치가 후원"

화장품에서 속옷, 담배, 맥주, 학습지까지….

일식집에서 사케로 반주를 곁들인 저녁을 먹는다. 속옷부터 겉옷까지 일본제다. 심지어 아이들 학습지까지 일본서 들여온다. 일본 제품들이 시나브로 한국인 생활 깊숙이 파고 들고 있다. 거부할 수 없는 유통가 현실이다.

일본 유통기업들은 글로벌기업이란 이름으로 국적을 세탁하기도 한다. 일본제품인줄 모르고 쓰는 이유다. 동남아시아 공장에서 '노동력 착취'로 악명이 높은 제조·유통 일괄형(SPA)브랜드 유니클로가 대표적인 경우다. 일본 기업 가운데는 '전범기업'도 상당수다.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우기는 일본 극우단체를 직간접 지원하는 기업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도문제만 놓고 보면 당장 바꿔야 할 일본제품은 부지기수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몇년새 국적불명의 일본 음식들이 물 밀듯이 밀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 외식업체와 달리 규제를 받지 않는 일본 외식업체들이 한국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탓이다. 이들의 행보는 한국 입맛의 잠식을 넘어 골목상권마저 위협하고 있다. 독도문제가 아니더라도 제2의 물산장려운동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등 18개 시민단체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계 한국 현지법인 유통기업들이 골목상권을 잡고 한국의 영세상인들을 길가로 내몰고 있다"며 "이들은 한국에서 수익금을 얻어 일본 극우정치가들에게 기업, 개인 등의 형태로 정치후원금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케시마 후원 명단' 계기 일제 불매운동 인식 확산 = 지난 1월 국내 굴지의 그룹이 독도를 다케시마로 바꾸는 일본의 캠페인을 후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사회관계형서비스(SNS) 등 인터넷상에서 확산된 적이 있다. 이 그룹은 사실무근이라며 해명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발단은 '바르게살기운동 강원도협의회'가 지난해 8월 강원도 지역에 '소니, 헬로키티, 아사히맥주 등 8개 일본기업이 일본 우익단체를 후원하고 있기 때문에 구매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포스터를 부착하면서부터다.

한 누리꾼이 포스터를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는데 우익단체 후원 기업리스트가 시세이도, 다이소, 닌텐도, 캐논 등으로 확대되기에 이른 것. 이어 세븐일레븐은 다케시마 운동에 후원금을 내는 것으로 지목됐고 유니클로, 아사히맥주 등이 후원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세븐일레븐은 홈페이지에 "세븐일레븐은 전세계 19개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브랜드로서 자국 또는 타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그 어떤 정치적 행위나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띄었다.

세븐일레븐은 미국기업인데 일본에서 사업을 확대했다는 이유로 일본기업으로 오해를 받아 더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롯데의 합작 브랜드인 유니클로도 "독도를 다케시마로 바꾸는 운동에 수익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는 내용은 유니클로와 일절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했고 롯데아사히도 "아사히맥주가 일본의 새로운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지원하고 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에서 유통되는 일본 제품들이 이렇게 많았는지 새삼 놀라는 누리꾼들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한 누리꾼은 "인터넷에 떠돌던 불매운동 일본제품 리스트를 살펴보니 정말 당황스러운 곳이 한 두곳이 아니었다"면서 "역사 왜곡을 일삼는 일본 우익단체에 지원했던 안했던 간에 일본제품대신 국산품을 더 사용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일본 외식기업, 국내기업 규제 틈타 공세 강화 = 일본 외식기업들의 잇따른 국내진출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내 외식 대기업들이 규제에 묶여 추가 출점이 제한된 가운데 일본 기업들이 한국 시장 공략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당장 골목상권이 위협받을 정도다.

외식업체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국내 외식업체들을 규제하는 사이 일본 외식업체들이 소리없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외국계 외식업체들이 국내 대기업들의 규제를 틈 타 한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 도시락기업 호토모토는 이달중 일산에 호토모토 3호점을 개점한다. 지난 해 6월 압구정동에 1호점을 열며 국내 외식업계에 진출한 호토모토는 오는 6월부터 본격적인 가맹점을 모집할 예정이다.

호토모토는 일본 내 2500여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연간 3억개씩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는 일본 내 도시락 브랜드 1위 업체다. 회전 초밥전문점 스시로도 한국에서 매장 확대에 나섰다.

세계 최대 회전초밥인 스시로는 종로점을 비롯 신사점, 발산점, 연수점, 목동점 등 총 5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40년간 일본 햄버거 브랜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모스버거도 한국시장 확대에 열을 내는 모습이다. 모스버거는 지난해 초 국내 미디어윌그룹과 손잡고 잠실 롯데백화점에 1호점을 출점한 뒤 현재 강남역점과 신촌현대점 등 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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