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농협, 도시농업 재해복구비 지원도 … 김제농협은 '자립형 귀농·귀촌마을' 뒷받침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마천동 마천사거리 인근에 있는 송파농협(www.songnh.com. 조합장 이한종)은 거친 손마디를 가진 농민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농협사무실에서 '유기질·발효퇴비 및 상토공급추진협의회'를 열고 올해 퇴비 및 상토공급 업체를 선정했다.
송파농협에는 송파구, 강남구 변두리와 서울근교에서 농사를 짓는 조합원들이 많다.
작목은 도시 및 도시근교농업 특징에 맞게 채소류가 대부분이다. 경기도에 있는 농장을 오가며 농사를 짓는 조합원들은 도시개발에 따라 서울시 외곽으로 밀려나면서도 농사를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다. 이한종 조합장도 경기도 연천에서 노지채소 농사를 하고 있다.
김기경 수서동 작목회장은 "1600명 가까운 조합원 중 비닐하우스 30동 이상 농사를 짓는 조합원만 14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하우스 1개동 면적은 보통 660㎡(200평)다.
◆폭설로 무너진 비닐하우스 복구 = 송파농협은 지난 2010년 5월 조합원 12명에게 폭설피해복구비 1억1300만원을 대출해주었다. 2009년 12월 폭설로 비닐하우스가 무너진 조합원들이 시설을 복구하기 위해 대출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12명 조합원은 모두 담보없이 신용으로 대출받았지만 그들이 부담한 금리는 3%에 불과했다. 조합원 사이의 자금운영을 기본으로 하는 농협상호금융은 조합원에게 대출할 때 비조합원에 비해 금리를 우대한다. 당시 일반신용대출금리는 9%였지만 조합원은 7.5%였다.
송파농협은 비닐하우스 복구를 도와주기 위해 조합원우대금리도 더 낮춰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지도사업비로 이자 4.5%를 보전해주었다. 조합이 4.5% 이자를 떠 안은 것이다.
김정인(78)씨도 당시 농협대출을 받아 비닐하우스를 다시 세웠다. 평생 농사를 짓고 있는 김씨의 손은 거칠었지만 독립가정을 이룬 자녀들에게 지금도 금전지원을 해줄 수 있다며 자부심을 내보였다. 김씨는 송파구 일대에서 비닐하우스 10동 규모의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주로 채소류를 키우고 전부 농협으로 출하한다"며 "2009년 연말에 내린 폭설로 하우스가 두두두 굉음을 내며 연속으로 무너졌다"고 회상했다.
송파농협은 김씨 등이 기른 농작물을 인근 가락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판매한다. 농협은 판매대금 중 수수료를 제하고 조합원에게 판매대금을 정산한다.
이른바 '수탁방식'이다. 수탁방식은 매취방식에 비해 협동조합 본연의 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유통구조개선의 핵심으로 거론된다. 농협이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입(매취)할 경우 조합원은 종종 계약을 파기하고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상인들에게 팔아 문제가 되고 있다.
송파농협이 도시농업을 지원하는 활동은 다양하다. 우선 조합원이 농지를 구입할 때 3.05% 금리로 대출한다. 금리 3.05%는 송파농협이 농협중앙회 상호금융특별회계에 예치할 때와 같은 수준이다. 농협이 예대마진 없이 농지구입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최근에도 선양숙 조합원 등 6명에게 7억5000만원의 농지구입자금을 지원했다. 비닐하우스를 건립할 때도 같은 금리로 지원한다.
금융상품 외에도 농경지 폐비닐을 집단 수거해 자원재생공사에 넘기고, 영농철을 앞두고 농경지와 하천 등을 정비하고 무너진 농로를 복구하는 일도 맡고 있다. 농기계회사와 함께 농기계순회수리와 기본정비교육도 매년 3월 진행한다. 퇴비 및 포장재 등을 지원하는 정부사업을 대행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베이비부머 귀농·귀촌 실패하지 않도록 = 전북 김제농협(www.gimjenh.com. 조합장 정식주)은 지난해 6월 조합원 김호원(50세)씨가 구상하고 있는 '지평선 표고마을프로젝트'에 6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변동형기준금리 6.06%로 상환일은 2015년 6월이다.
지평선 표고마을프로젝트는 금산사 초입 3만3000㎡(1만평)에 귀농·귀촌인들이 표고버섯을 재배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자립형 전원마을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농촌주택 20평, 창고형 표고버섯시설 50평, 텃밭 20평을 1가구당 2억7000만원씩 57가구에 분양할 예정이다.
김씨와 김제농협에 따르면 창고형 표고버섯시설 50평에서 월 1200~1500kg의 버섯을 생산해 비용을 제하고 월 200만원 정도의 고정소득을 올릴 수 있다. 2005년에서 2012년까지 8년간 서울 가락시장에서 표고버섯 평균가격은 kg당 평균 8000원이다.
원광대학교 교수로 표고버섯 시설재배에 대한 특허권을 가진 김씨는 갑작스러운 선친의 사망으로 사과과수원을 운영하기 어렵게 되자 과수원과 인근 부지를 활용해 자립형 전원마을을 설계했다. 베이비부머의 귀농·귀촌흐름과 지방자치단체의 귀농·귀촌인 유치 정책 등이 바탕이 됐다. 김씨는 "귀농·귀촌한 후에도 일정한 소득원이 없어 다시 도시로 되돌아가거나 귀농·귀촌 후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을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김제농협은 김씨의 사업구상이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대출했다. 조합원 고령화와 지역인구 정체에 따라 대출할 곳이 점점 없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출수요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김씨는 표고버섯판매를 담당할 영농법인도 설립했고 CJ, 대상 등 식품기업이나 인터파크 등 인터넷판매회사와 판매계약도 진행 중이다. 김씨는 또 금산사, 벽골제 등 인근 관광지와 연계해 표고마을을 체험형 관광농원으로도 발전시킬 계획이다. 농협 관계자는 "김제시도 인구유입과 귀농인 유치를 위해 이 사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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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마천동 마천사거리 인근에 있는 송파농협(www.songnh.com. 조합장 이한종)은 거친 손마디를 가진 농민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농협사무실에서 '유기질·발효퇴비 및 상토공급추진협의회'를 열고 올해 퇴비 및 상토공급 업체를 선정했다.
송파농협에는 송파구, 강남구 변두리와 서울근교에서 농사를 짓는 조합원들이 많다.
작목은 도시 및 도시근교농업 특징에 맞게 채소류가 대부분이다. 경기도에 있는 농장을 오가며 농사를 짓는 조합원들은 도시개발에 따라 서울시 외곽으로 밀려나면서도 농사를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다. 이한종 조합장도 경기도 연천에서 노지채소 농사를 하고 있다.
김기경 수서동 작목회장은 "1600명 가까운 조합원 중 비닐하우스 30동 이상 농사를 짓는 조합원만 14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하우스 1개동 면적은 보통 660㎡(200평)다.
◆폭설로 무너진 비닐하우스 복구 = 송파농협은 지난 2010년 5월 조합원 12명에게 폭설피해복구비 1억1300만원을 대출해주었다. 2009년 12월 폭설로 비닐하우스가 무너진 조합원들이 시설을 복구하기 위해 대출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12명 조합원은 모두 담보없이 신용으로 대출받았지만 그들이 부담한 금리는 3%에 불과했다. 조합원 사이의 자금운영을 기본으로 하는 농협상호금융은 조합원에게 대출할 때 비조합원에 비해 금리를 우대한다. 당시 일반신용대출금리는 9%였지만 조합원은 7.5%였다.
송파농협은 비닐하우스 복구를 도와주기 위해 조합원우대금리도 더 낮춰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지도사업비로 이자 4.5%를 보전해주었다. 조합이 4.5% 이자를 떠 안은 것이다.
김정인(78)씨도 당시 농협대출을 받아 비닐하우스를 다시 세웠다. 평생 농사를 짓고 있는 김씨의 손은 거칠었지만 독립가정을 이룬 자녀들에게 지금도 금전지원을 해줄 수 있다며 자부심을 내보였다. 김씨는 송파구 일대에서 비닐하우스 10동 규모의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주로 채소류를 키우고 전부 농협으로 출하한다"며 "2009년 연말에 내린 폭설로 하우스가 두두두 굉음을 내며 연속으로 무너졌다"고 회상했다.
송파농협은 김씨 등이 기른 농작물을 인근 가락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판매한다. 농협은 판매대금 중 수수료를 제하고 조합원에게 판매대금을 정산한다.
이른바 '수탁방식'이다. 수탁방식은 매취방식에 비해 협동조합 본연의 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유통구조개선의 핵심으로 거론된다. 농협이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입(매취)할 경우 조합원은 종종 계약을 파기하고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상인들에게 팔아 문제가 되고 있다.
송파농협이 도시농업을 지원하는 활동은 다양하다. 우선 조합원이 농지를 구입할 때 3.05% 금리로 대출한다. 금리 3.05%는 송파농협이 농협중앙회 상호금융특별회계에 예치할 때와 같은 수준이다. 농협이 예대마진 없이 농지구입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최근에도 선양숙 조합원 등 6명에게 7억5000만원의 농지구입자금을 지원했다. 비닐하우스를 건립할 때도 같은 금리로 지원한다.
금융상품 외에도 농경지 폐비닐을 집단 수거해 자원재생공사에 넘기고, 영농철을 앞두고 농경지와 하천 등을 정비하고 무너진 농로를 복구하는 일도 맡고 있다. 농기계회사와 함께 농기계순회수리와 기본정비교육도 매년 3월 진행한다. 퇴비 및 포장재 등을 지원하는 정부사업을 대행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베이비부머 귀농·귀촌 실패하지 않도록 = 전북 김제농협(www.gimjenh.com. 조합장 정식주)은 지난해 6월 조합원 김호원(50세)씨가 구상하고 있는 '지평선 표고마을프로젝트'에 6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변동형기준금리 6.06%로 상환일은 2015년 6월이다.
지평선 표고마을프로젝트는 금산사 초입 3만3000㎡(1만평)에 귀농·귀촌인들이 표고버섯을 재배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자립형 전원마을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농촌주택 20평, 창고형 표고버섯시설 50평, 텃밭 20평을 1가구당 2억7000만원씩 57가구에 분양할 예정이다.
김씨와 김제농협에 따르면 창고형 표고버섯시설 50평에서 월 1200~1500kg의 버섯을 생산해 비용을 제하고 월 200만원 정도의 고정소득을 올릴 수 있다. 2005년에서 2012년까지 8년간 서울 가락시장에서 표고버섯 평균가격은 kg당 평균 8000원이다.
원광대학교 교수로 표고버섯 시설재배에 대한 특허권을 가진 김씨는 갑작스러운 선친의 사망으로 사과과수원을 운영하기 어렵게 되자 과수원과 인근 부지를 활용해 자립형 전원마을을 설계했다. 베이비부머의 귀농·귀촌흐름과 지방자치단체의 귀농·귀촌인 유치 정책 등이 바탕이 됐다. 김씨는 "귀농·귀촌한 후에도 일정한 소득원이 없어 다시 도시로 되돌아가거나 귀농·귀촌 후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을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김제농협은 김씨의 사업구상이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대출했다. 조합원 고령화와 지역인구 정체에 따라 대출할 곳이 점점 없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출수요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김씨는 표고버섯판매를 담당할 영농법인도 설립했고 CJ, 대상 등 식품기업이나 인터파크 등 인터넷판매회사와 판매계약도 진행 중이다. 김씨는 또 금산사, 벽골제 등 인근 관광지와 연계해 표고마을을 체험형 관광농원으로도 발전시킬 계획이다. 농협 관계자는 "김제시도 인구유입과 귀농인 유치를 위해 이 사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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