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서 살다 귀농.귀촌해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시골살이에 대한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고 여자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시골 가서 살자!”고 하면 순순히 따라나설 뱃장 좋은 아내는 없다. 밀고 당기다 마지못해 따라나서기도 하고 심지어 따로 사는 주말부부가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남편들은 시골에 가서 살 계획을 하며 용기백배해 서둔다. 도시에서 보다 훨씬 멋있게 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마뜩잖아 하는 아내를 달래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하며 시골행을 감행한다.
이렇게 남편들은 자신만만하고 아내들은 마지못해 시작한 전원생활도 3~5년만 지나 역전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 몇 해는 남편들이 신나 한다. 집을 짓고 정원을 가꾸며 텃밭도 일군다. 마을 사람들을 사귀면서 재미를 붙이는 시간이다. 남편들이 신나 있을 때 아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힘들어 한다.
하지만 몇 년 살고 나면 남편들은 싫증을 느낀다. 집 짓는 것이나 정원 가꾸는 것이 끝나고 나면 할 일이 없어진다. 텃밭 일구는 일도 더 이상 재미가 없다. 남편들은 이때부터 새로운 이벤트가 필요한데 마땅치 않으면 갑갑해 한다. 딱히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두지 않은 남자들에게 이때가 고비다.
이쯤 되면 여자들은 반대로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다. 남편을 따라 마지못해 내려온 시골서 살다 보니 재미있는 것들이 하나 둘 생겨난다. 마당에 야생화를 키우고 텃밭에 채소를 기르는 것, 그것들을 요리해 음식을 만들고 식탁을 꾸미는 것도 아내들에게는 큰 재미다. 근처 재래시장에 들러 시장을 보는 것도 재미고 면사무소 2층에서 여는 문화강좌를 들으며 새로운 것들을 배워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귀농 귀촌해 전원생활을 계획한다면 5년 후 내가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어떻게 살고 있을까를 생각하며 준비해야 한다. 또 5년은 살아봐야 제대로 된 전원생활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재미없고 불편한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재미난 전원생활 소재로 바뀔 수도 있다.
전원생활을 서둘렀던 남편들이 집 짓고 정원 만들기로 3~4년을 보낸 후 할 일 없어 방황하게 되는 것도 그 다음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5년 후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준비하지 않고 시작하는 전원생활은 실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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