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요리
지은이 하시모토 쓰무구
펴낸 곳 북폴리오
값 12,000원
요리는 삶이다!
"냉장고와 가스레인지는 아야의 것. 프라이팬도 그렇다. 냄비와 식탁은 류헤이의 것. 이 방은 서로의 소유물이 섞여 있다. 하지만 언젠가 하나가 될 것이다. 오코노미야키처럼."
"처음 만들었는데 경단 만들기 꽤 재미있더라. 밀가루는 물을 넣으면 질척해지는데 찹쌀가루는 바슬바슬해져. 하지만 그걸 열심히 치대다보니 부드러워지더라고. 마치 가족…… 아니, 사람과 사람의 관계 같지 않은가. 계속 치대는 동안 부드러워지는 것."
"물이 끓고 있다. 스파게티가 익고 있다. 마음이 흔들린다.”
매일 먹는 ‘밥’ 이야기가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아낼 수 있다니, 하시모토 쓰무구는 실로 영민한 작가다. 23명의 이야기를 서툰 요리와 버무려 놓았지만 얼렁뚱땅 만든 요리들은 의외로 맛있고 또한 감동적이다. 더욱이 주부(主婦)일거라 짐작했던 저자가 집에서 살림하는 남자 ‘주부(主夫)’라니, 그 사실을 알고 난 뒤 책장을 다시금 뒤적거리니 이야기 곳곳에 투박하지만 자상한 남자의 향기마저 느껴진다. 가난한 작가인 남편이 도시락을 싸서 벚꽃놀이를 가는 ‘벚꽃놀이 도시락’ 편은 저자의 이야기라 더욱 애잔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입춘 때 나이 수만큼의 콩을 선물 받은 ‘볶은 콩’이나 헤어진 남편에게 여름 선물 국수를 받은 ''국수'', 동생을 위로하며 만들어 준 ‘얼렁뚱땅 스파게티’, 날마다 늦게 퇴근하는 남편과 가을 보름달을 구경을 가는 ''경단'' 등 소박하지만 가장 특별한 음식 이야기로 우리네 삶의 한 단면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더 살갑게 느껴지는 책이다.
내친김에 리포터도 주부(主夫)의 요리를 따라해 봤다. 메뉴는 오코노미야키와 얼렁뚱땅 스파게티. 대화를 양념삼아 가족과 함께 만들어보니 서툰 솜씨지만 의외로 맛이 좋다.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이지만 오늘의 요리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하루다. 아, 요리가 좋아지려 한다.
피옥희 리포터 piokhe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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