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전주·원주 교도소 이전 장기표류

지역내일 2013-01-09 (수정 2013-01-09 오후 1:56:06)
법무부-지자체 해묵은 갈등 … 법원 "안양교도소 재건축 공익적 필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도소 이전 문제를 놓고 장기간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 행정력 낭비가 우려되고 있다.

9일 법무부에 따르면 교도소 이전을 놓고 지자체와 의견 충돌을 일으킨 곳은 안양교도소와 전주교도소, 원주교도소 창원교도소 등이다. 법무부는 이들 교도소 이전과 증축 문제로 지역 주민 및 지자체의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심각한 갈등을 빚다 법적 공방으로 번진 안양교도소 문제는 법원이 법무부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 됐다.

수원지법 행정1부(장준현 부장판사)는 법무부가 안양시장을 상대로 낸 '건축협의 불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허가권자는 국가의 공용건축물 건축협의 신청에 대해 중대한 공익상의 이유가 없다면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제한사유 이외의 사유로 허가를 거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 안양시는 건축협의 불가 이유로 안양교도소 인근 주민의 권익 보호나 도시 기능의 향상 등과 같은 공익성을 주장하지만, 안양교도소는 국가 교정사무에 필수시설로 재건축을 통한 안전 확보와 기능 유지의 공익적 필요가 더 중대하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지난 1963년 호계동 389만여㎡에 건립된 안양교도소에 대해 1995년과 1999년 구조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전체 89동 가운데 44동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1999년부터 인근 지역으로의 이전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전후보지 주민들의 반대 등에 부딪히자 결국 이전계획을 접고 2006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2010~2012년 4차례에 걸쳐 안양시에 교도소 재건축을 위한 건축협의를 신청했다. 하지만 시가 지역주민들의 반발 등을 이유로 잇따라 건축협의 불가 통보를 하자 지난해 7월 행정소송을 냈다.

강원도 원주시도 원주교도소 이전 사업을 두고 법무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원주시는 지난해 10월말 2005년부터 7년간 추진해 오던 원주교도소 이전사업을 두고 법무부에 전면취소 통보를 했다. 원주교도소는 인근지역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현재 도시 한가운데에 위치하게 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원주시는 새로운 교정시설을 조성해주고 현 교도소 부지를 개발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키로 합의했지만, 지역 부동산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원주교도소 이전은 난관에 봉착했다.

전주교도소 이전사업도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법무부는 2002년 전주시의 건의로 전주교도소 이전 사업을 추진했다. 전주시는 1972년 평화동에 세워진 교도소 주변까지 아파트 단지가 잇따라 들어섬에 따라 외곽 이전을 추진해 왔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중단됐다.

전주시는 이전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지난해 9월 전주교도소 이전과 관련한 기초조사 공모방식, 인센티브 등 용역을 발주하고, 올해 말까지 복수 후보지 받기로 했다. 법무부도 내년 전주교도소 이전사업에 착수해 2018년 이전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올해 지가 보상비 등으로 5억원을 책정했다.

경남 창원교도소(옛 마산교도소) 이전 사업도 13년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창원교도소는 1970년 마산회원구로 이전한 후 주민들 민원과 창원시 요구에 따라 법무부가 2001년 이전에 동의한 곳이다. 하지만 법무부와 창원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이전사업은 초기사업비 분담방식 등에 이견이 있어 아직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교도소 이전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행정력 낭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김성호 실장은 "흔히 말하는 혐오시설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지자체가 꾸준히 제기하고 있지만, 결국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해 행정력과 예산 낭비 우려가 있다"며 "인센티브제 등을 활용해 공익공간으로 활용하는 선진형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배·곽태영·한남진·차염진·이명환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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