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 입학 '하늘의 별따기' … 서울서 10만명 대기
"박근혜식 공공형, 오세훈·이명박 실패한 정책 반복"
"문재인 공약, 재정확보·부실민간 정리 없이 불가능"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상사들이 TV뉴스에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재료로 급식을 만들거나 자질이 부족한 보육교사들이 어린이들에게 가혹행위를 했다는 뉴스가 나오면 부모는 "내 자식만큼은 국공립보육시설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품곤 한다. 국공립시설은 최소한 돈벌이에만 급급한 일부 민간어린이집과는 다를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국공립시설을 원하지만, 공급은 태부족이다. 민간보육시설이 급증하는 동안 국공립시설은 느림보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다보니 전체 보육시장에서 국공립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감소세다.
지난 1990년 국공립시설 비중은 18.3%였지만, 2010년엔 5.3%에 불과한 형편이다. 민간시설이 전체의 90%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수요는 커지는데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국공립시설에 어떻게든 들어가려는 대기자 숫자는 갈수록 쌓인다. 국공립시설 이용 대기자는 서울시에서만 1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내 보육시설 이용자가 21만4863명(9월말 현재)인데, 이중 절반에 가까운 10만18명이 국공립시설에 입소하겠다고 신청해놓고 '로또' 잡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국공립시설에 대한 요구가 폭발 직전인 셈이다.
◆공공형 확대는 의견일치 = 대선후보들도 이런 현실을 의식해 국공립시설 확충을 앞다퉈 내걸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매년 50개를 신설하고 100개를 매입할 방침이다. 매년 150개의 국공립시설이 늘어나는 셈이다. 물론 수요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박 후보는 대신 공공형 보육시설 구축을 제안했다. 매년 민간시설 900개를 공공형으로 지정해 국공립 수준으로 질을 올린다는 구상이다. 임기 5년이면 국공립은 750개가 늘고 공공형은 4500개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국공립을 현행 5%대에서 대폭 늘린다는 공약이다. 문 후보는 국공립을 전체 시설의 40%까지 늘리고, 이용아동은 전체의 50%까지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임기 5년내에 전체 아동의 절반이 국공립에 다닐 수 있도록 해준다는 얘기다.
◆특별법으로 예산확보 필요 = 보육전문가들은 보육의 공공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최정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연구원은 "이명박정부는 보육도 시장이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경쟁을 통해 저렴하고 질좋은 보육시설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비싸면서 질낮은 시설만 양산했다"고 비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이여진 조사관은 지난해 7월 보고서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조직이 주된 (보육) 서비스공급자가 되도록 하는 시장접근을 채택하는 경우 사회적 보호의 공공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고 이용자의 비용부담 통제에서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선후보들의 공약에 비판적이다.
박 후보의 공공형 전환에 대해선 "실패한 정책의 반복"이라는 평가다. 최 연구원은 "민간을 지원해 국공립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건 이미 오세훈 전 시장과 이명박 대통령이 시도했다가 실패한 정책"이라며 "보육시설 운영예산의 절반만 지원해서 공공형으로 전환하겠다고 하면 시설원장과 부모 모두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문희 육아정책연구소 기획조정실장은 "새누리당이 민간보육시설 눈치를 보느라 (국공립 확충 대신) 공공형 전환을 공약했겠지만 지원이 부족해 질좋은 민간시설을 (공공형으로) 끌어오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서 실장은 "목표는 좋지만, 실현되려면 특별법을 통해 중앙정부가 직접 전국의 국공립 수요를 파악하고 설립하는 적극성을 띠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처럼 국공립시설 설치비용의 대부분을 지방정부가 떠맡는 식으론 문 후보 공약은 "실현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최 연구원은 "공약이 지켜지려면 국공립시설을 확충할 중앙정부 예산을 확보해야하고, 기준에 미달하는 민간시설이 대해선 단계적으로 폐쇄시키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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