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베개 /심재우 외 지음
조선왕조 500년은 27명의 왕과 42명의 왕비를 낳았다.
대부분은 태조 이성계부터 순종까지 모두를 기억한다. 반면 조선의 왕비에 대해서는 기껏해야 드라마 사극이나 소설 속에서 보았던 문정왕후, 정순왕후, 인현왕후, 명성황후 정도일 것이다.
'조선의 왕비로 살아가기'는 조선왕비 개별 인물들의 애환이나 흥미가 아닌 왕비의 간택과 책봉에서부터 출산, 수렴청정, 독서와 글쓰기, 왕실 외척과의 관계, 궁중 여성들과의 관계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왕의 여자, 그리고 왕의 어머니가 되다
조선시대 왕비는 왕의 정실부인이었다. 대부분 양반사대부의 자녀 중에서 간택되었으며, 그 조건은 보통 덕행과 문벌, 가훈이었다. 간택되어 가례를 치른 조선의 왕비는 왕의 부인이자 국모라는 점에서 막중한 지위에 있었다. 물론 왕비의 임무 중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왕위 계승권자, 즉 아들을 낳는 일이었다. 임신을 한 왕비는 자신의 몸을 잘 관리하고 안정을 취하며 태교를 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일단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의 육아는 왕비가 아닌 왕실의 몫이 된다. 그러므로 왕실 육아에서 유모는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유모 대부분이 각 기관의 공노비 가운데서 선발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왕실 유모는 천인의 신분이지만, 훗날 자신이 키운 왕자가 왕이 되면 봉보부인(奉保夫人)에 봉해지기도 하였는데, 봉보부인으로서 최고의 위치를 누린 성종때의 백씨는 왕의 유모라는 사실을 믿고 사적으로 누군가에게 관직을 내려줄 것을 청했다가 성종에게 혼이 난 적도 있다. 또한 영조 28년에는 세손이 설사를 자주 했는데 그 원인이 술을 자주 먹는 유모에 있었다.
왕비, 정치를 하다
수렴청정이란 대비가 '발을 내리고(垂簾) 국가의 정무를 보는 행위(聽政)'라는 의미다.
조선시대의 수렴청정은 여섯 명의 대비에 의해 총 일곱 차례 시행되었다. 짧게는 8개월에서 길게는 9년까지 이어졌으며, 왕과 혈연관계가 가까울수록 청정기간이 길었다. 수렴청정은 체계적인 정치 훈련을 받을 기회가 전혀 없었던 대비가 국정을 담당했다는 데 기본적인 특징이 있다. 식견이 부족한 대비가 기댔던 사람들은 주로 친정식구들이었고, 결과적으로 외척세력에 의한 비정상적인 정국의 운영으로 후대에 대단히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은 평범한 여자로서의 삶이 아닌 철저히 정치적인 삶을 살았던 조선왕비의 이야기를 다룬다.
왕의 여자인 왕비가 되고, 왕의 어머니가 되며, 때로는 왕을 대신하는 정치인까지도 되었던 조선의 왕비들.. 국모로서 그녀들의 삶은 왕과 후계자의 흥망성쇠에 따라 크게 좌우되었다.
여성의 일생으로 보자면 그리 평온하거나 행복한 삶은 아니었지만, 그러한 삶이기에 더 알고 싶어지고 더 궁금하다.
문현주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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