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일정 선진화 추진 ‘정기고사 분산실시’
지난 11월 1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는 인천시 교육청을 상대로 ‘정기고사 분산실시’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정기고사 분산실시’란 올 초 시 교육청이 발표한 학사일정 선진화 추진 계획 중 하나로 일부 과목의 기말시험을 방학 전후로 나눠서 보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올해 기말고사 일정은 학교별로 저마다 다르다. 일부는 예전과 동일하게 방학 전에 모든 과목의 기말고사를 치르기도 하지만, 일부는 기말고사를 개학 이후로 연기했다. 또 일부는 국영수 같은 주요 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은 방학 이전에 보고, 주요 과목은 개학하고 나서 보는가 하면, 일부 학교는 국영수 주요 과목의 경우 방학 전후 두 차례에 걸쳐 객관식과 주관식으로 나눠 시험을 보기도 한다.
방학이 없어진 인천 아이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이들과 부모들은 혼란스럽고, 달라진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우리 아이 학교는 개학하고 나서 전 과목 기말고사를 봐요. 일단 방학 전에 시험을 보지 않으니까 당장은 맘이 편한데 방학 내내 아이와 씨름할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죠. 게다가 시험범위가 2학기 전체 과정인 만큼 시험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걱정이에요.” ㅅ초등학교에 재학중인 민지 맘의 말이다.
겨울방학 후 기말고사 실시는 인천지역에서만 시행하는 정책이다. 시 교육청은 올 초 하계·동계 방학이 끝난 후 정기고사(기말고사) 실시를 일반화하는 ‘교육지원 확대와 공교육 신뢰 제고를 위한 학사일정 선진화 추진 계획(안)’을 인천지역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보냈다. 주5일 수업의 전면 실시와 소득 계층별 교육 격차가 심화되는 것을 막고, 방학 중 학습 습관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인천시 학생의 정규교육과정 외 학습 선택권 보장에 관한 조례’로 방과후학교와 자율학습을 운영하는 학교가 줄거나 운영시간이 감소 중인 것도 이유로 꼽았다. 시 교육청은 시행여부와 시행방법은 학교 자율에 맡겼다.
방학 중 학습량 많아져 찬성
정기고사 분산실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방학중 학습량이 많아지는 만큼 인천 학생들의 학력신장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다. 시험 때문이라도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 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에는 진도를 나가지 못해 교과의 후반 부분이 시험범위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방학 이후에 시험을 보면 전 범위를 공부할 수 있어 좋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방학이지만 흐트러지지 않고 평소대로 학습 습관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 찬성한다는 학부모도 많다.
학생 기본권 침해해 반대
반면, 반대하는 입장은 방학의 기본 취지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방학은 아이들이 쉬면서 재충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데 방학 때조차 내신 성적 경쟁으로 아이들을 몰아넣는다는 것은 아이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정책이라는 얘기다. 특히, 방학 보충수업에 학생들을 강제로 참석시키게 하려는 얄팍한 술수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방학 동안 시험준비에만 몰두하다보면 정작 다양한 체험활동이나 봉사활동, 인성활동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반대의 이유다.
학업스트레스만 가중, 학력향상효과 거의 없어
전교조 인천지부는 1학기 기말고사를 여름방학 전후로 나눠서 본 중·고등학교 23곳 가운데 중학교 6곳과 고등학교 3곳의 학생 602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학업스트레스만 가중시킬 뿐 학력향상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86%가 ‘학업스트레스를 가중시켰다’고 답했으며, ‘사교육이 늘어났다’는 응답도 42.2%로 나타났다. 특히, 오히려 ‘공부를 더 안하게 됐다’는 응답이 53.5%로 나타났으며, ‘긴장감이 떨어져 시험 준비가 소홀해져 학력이 떨어졌다’는 응답도 69.3%나 됐다.
실제로 한 중학교의 경우, 수학 평균 점수가 1학년이 중간고사 때 48.1점이었으나 기말고사 때는 35.7점으로 떨어졌고, 2학년은 54.2점에서 46.9점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줬다.
이외에도 ‘향후 기말고사를 겨울방학 전후에 분리 실시하는 것에 대한 의견’에 551명(91.5%)이 반대한다, 32명(5.3%)이 찬성한다고 답했다.
인천지부는 “정기고사 분산실시는 학생들의 학업부담을 강화하고 경쟁교육의 폐해를 증폭시키며 입시학력중심의 교육 강화로 학교를 더욱 황폐화시켰다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겨울방학까지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숱한 반대여론과 시범학교의 부정적 결과 공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천의 중?고등학교의 53.8%의 학교들이 교육청에 의해 강제로 혹은 반강제로 정책에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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