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독일경제도 여려워진다

지역내일 2012-11-16

김의기/세계무역기구(WTO) 참사관

국민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유럽 각국이 강력한 재정긴축 기조를 견지하고 있어 유럽사태가 진정국면에 들어가고 있다.

현재 국채 수익률이 치솟지 않고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제금융이 유럽 각국 정부의 조치에 만족을 표시하고 있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임금을 보다 삭감하고 복지제도를 축소하여 유럽이 다시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국제금융은 압박을 계속할 것이다. 유럽에서 사회주의의 잔재를 완전히 쓸어버리겠다는 것이다.

유럽을 제외한 각국의 경제는 정상화 추세로 가고 있다. IMF는 세계경제가 내년에 3.6% 성장한다고 전망한다. 미국은 내년 2.1% 성장한다고 하는데, 3%이상의 성장을 해야 현재 8%에 가까운 미국 실업률을 줄일 수 있다. 고실업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금년 2.7%, 내년 3.6%로 전망하고 있다. 유로지역은 각각 -0.5%, 0.2%로 전망되는데, 유럽에서 가장 막강한 경제인 독일도 형편이 좋지 않다. 금년과 내년에 모두 0.9%에 머물 전망이다. 독일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주범은 전례가 없는 투자의 감소이다.

독일 기업은 국내에서의 투자를 기피하고 해외투자에만 집중하고 있다. BMW는 중국, 북미, 영국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벤츠를 생산하는 다임러도 지난 6월에 인도에 트럭 공장을 세웠다.

독일경제 부진의 주범은 투자 감소

폭스바겐 역시 600억 유로의 해외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럽에서의 판매 실적이 부진하자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 독일 정부는 공공부채를 늘리지 않으려고 공공분야의 투자를 기피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교육 관련 정부지출도 OECD평균 미만으로 떨어졌다. 대학의 질도 많이 떨어져 2011년에 조사된 세계 100개 대학 중 독일 대학이 6개밖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좋은 대학도 47위에 올랐을 뿐이다.

저출산률로 인한 인구의 노령화로 노동력 부족 현상도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신생아의 35%가 이주 외국인 출신이라는 것도 큰 숙제로 대두되고 있다. 메르켈 수상은 노동력 부족 문제를 여성 인력 활용으로 해소하기 위해 23만개의 육아지원시설을 건설했다. 또한 수십억 유로를 투자하여 내년에 26만개를 더 지을 계획이다.

이 육아시설 확충과 원자력 발전소 건설 중단 결정이 독일의 앞날을 위한 청신호가 되고 있다. 2022년까지 원자력 발전소가 전면 폐쇄됨에 따라 재생가능 에너지 등 녹색기술을 사용하는 발전소 설비를 위해 독일은 200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균형재정이 전부가 아니다

문제는 어디서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 하는 데 있다.

독일은 헌법상 재정적자를 확대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성장만이 재원을 만들어 줄 수 있는데, IMF의 전망에서 보듯이 성장률이 당분간 아주 낮을 것 같다.

10년 전 독일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채택했다. 이 결과 기업의 이윤은 늘었지만 노동자의 임금은 삭감되고, 독일의 불평등률은 OECD 평균의 2배로 증가하여 미국에 가까운 수준이 되었다.

유럽의 긴축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균형재정론을 신봉하는 독일이다. 독일의 균형재정론이 독일뿐 아니라 유럽 경제 전체를 침체의 늪으로 빠뜨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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