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은평 교육보조금 지원방식 바꿔
예산낭비 없애고 사교육부담 줄이고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 이상. 서울 자치구들이 자체 수입 3~7%에 달하는 예산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미래 세대에 투자하고 있는 가운데 '제대로 쓸 곳에 쓰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담장 바꾸기, 운동시설 설치, 건물 도색하기 등 학교에서 원하는 시설투자 대신 학생과 학부모가 바라는 사업에 교육경비보조금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예산낭비를 없애고 사교육부담을 줄이는 효과는 덤이다.
◆학생들과 현장 토론 = "졸릴 때는 교실 뒤쪽에 서서 공부하고 싶은데 사물함은 너무 높아요. '키다리 책상'이 있으면 좋겠어요." "전체 몇학급이죠? 39학급?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예요."
"학내 동아리활동이 많은데 지원금이 적어요." "지금도 학생 동아리 지원사업을 여러가지 하고 있어요. 형편이 나아지면 고려해볼게요. 미안해요."

<이동진 서울="" 도봉구청장이="" 구에서="" 학교에="" 지원하는="" 예산을="" '제대로'="" 쓰기="" 위해="" 학생들과="" 직접="" 만났다.="" 사진은="" 구청장과의="" 대화에="" 참여한="" 방학초등학교="" 학생들이다.="" 사진="" 도봉구="" 제공="">
도봉구는 이동진 구청장이 학생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교육경비보조금 용처를 찾기로 했다. 지난 달 10일 창4동 월천초등학교에서 시작한 '학교 현장의 소리 듣기'다. 지역 내 42개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참여를 원한 17개 학교를 찾아 때로는 학생과 학부모, 때로는 학부모 교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3년 교육경비보조금을 어디에 지원할지 각각의 의견을 듣는 일이 우선. 학교 환경개선 현장 등 올해 지원한 교육경비보조금을 어떻게 썼는지 확인하는 일도 일정에 포함돼있다. 현장대화 하루 전에는 교육지원과 공무원들이 학교를 찾아 보조금이 쓰인 현장과 시설장비 등을 미리 점검한다.
학생들이 내놓은 의견은 다양했다. 자전거를 세울 수 있는 거치대를 만들어 달라거나 운동장 정비, 자기소개서 작성이나 모의면접 등 입학사정관제 관련 과정 운영, 방과후 돌봄교실 안전시설 등이었다. 학교 인근 동주민센터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 최신 도서를 비치해달라거나 구 주관으로 예체능 관련 대회 개최, 학교 앞에 출몰하는 '바바리맨' 퇴치 등 교육경비보조금과 거리가 있는 제안도 나왔다.
도봉구는 현장에서 수집한 제안에 대해 내년 교육경비보조금 지원사업을 결정할 때 우선 반영하는 한편 다른 부서와 관련된 사항은 해당 부서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동진 구청장은 "대부분 교육경비보조금은 학교 위주로 지원하는데 내년에는 제대로 예산지원을 하고 싶었다"며 "학생들 요구를 듣고 필요한 곳에 지원할 수 있고 지원금 활용현황도 확인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지역사회와 학교 연계 = 은평구는 지역사회와 학교를 연계해 사교육비를 줄이면서 지역사회 내 자원순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2학기 교육경비보조금을 지원하면서 도입한 '이러닝(Education-running) 사업'이다.
이러닝사업은 교육전문가와 학부모 청소년들이 입을 모아 요구한 '공교육을 살릴 수 있는 과정'이다. 기획단계부터 설명회까지 교육계 사회복지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전문가와 공무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성과물이기도 하다.
은평구는 지난 여름 교육분야에 관심을 갖고 활동 중인 개인 기관 단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받아 97건을 선정, 집단 상담을 거쳐 다듬었다. 새 과정은 '생태야(野) 놀이터 텃밭교실' '자기관리 방법' '똘순이에게 생긴 일' 등 문화·예술·체육 인성 심리 분야에 집중돼 있다. 2학기 시작을 앞두고는 초·중·고등학교 교장과 교무부장, 학교운영위원회 등 학교 관계자를 초청해 설명회를 열고 각 학교에서 필요한 과정을 선택하도록 했다. 학교는 해당 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원하는 시기에 비교과 과정을 진행 중이다.
교육과정 이외의 사업도 현장에서 필요한 항목으로 바꿨다. 구는 "교실과 복도 먼지제거와 소독, 음식물쓰레기 친환경처리기, 특성화고 취업지원관 등 참여예산위원회 청소년분과, 교육경비심의위원회에서 학교에 맞는 맞춤형 사업을 제안·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우영 구청장은 "학교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만든 맞춤형 과정"이라며 "학교와 지역사회간 정보·자원순환은 물론 행복한 학습환경 조성, 학부모 부담 경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이동진>
예산낭비 없애고 사교육부담 줄이고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 이상. 서울 자치구들이 자체 수입 3~7%에 달하는 예산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미래 세대에 투자하고 있는 가운데 '제대로 쓸 곳에 쓰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담장 바꾸기, 운동시설 설치, 건물 도색하기 등 학교에서 원하는 시설투자 대신 학생과 학부모가 바라는 사업에 교육경비보조금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예산낭비를 없애고 사교육부담을 줄이는 효과는 덤이다.
◆학생들과 현장 토론 = "졸릴 때는 교실 뒤쪽에 서서 공부하고 싶은데 사물함은 너무 높아요. '키다리 책상'이 있으면 좋겠어요." "전체 몇학급이죠? 39학급?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예요."
"학내 동아리활동이 많은데 지원금이 적어요." "지금도 학생 동아리 지원사업을 여러가지 하고 있어요. 형편이 나아지면 고려해볼게요. 미안해요."

<이동진 서울="" 도봉구청장이="" 구에서="" 학교에="" 지원하는="" 예산을="" '제대로'="" 쓰기="" 위해="" 학생들과="" 직접="" 만났다.="" 사진은="" 구청장과의="" 대화에="" 참여한="" 방학초등학교="" 학생들이다.="" 사진="" 도봉구="" 제공="">
도봉구는 이동진 구청장이 학생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교육경비보조금 용처를 찾기로 했다. 지난 달 10일 창4동 월천초등학교에서 시작한 '학교 현장의 소리 듣기'다. 지역 내 42개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참여를 원한 17개 학교를 찾아 때로는 학생과 학부모, 때로는 학부모 교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3년 교육경비보조금을 어디에 지원할지 각각의 의견을 듣는 일이 우선. 학교 환경개선 현장 등 올해 지원한 교육경비보조금을 어떻게 썼는지 확인하는 일도 일정에 포함돼있다. 현장대화 하루 전에는 교육지원과 공무원들이 학교를 찾아 보조금이 쓰인 현장과 시설장비 등을 미리 점검한다.
학생들이 내놓은 의견은 다양했다. 자전거를 세울 수 있는 거치대를 만들어 달라거나 운동장 정비, 자기소개서 작성이나 모의면접 등 입학사정관제 관련 과정 운영, 방과후 돌봄교실 안전시설 등이었다. 학교 인근 동주민센터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 최신 도서를 비치해달라거나 구 주관으로 예체능 관련 대회 개최, 학교 앞에 출몰하는 '바바리맨' 퇴치 등 교육경비보조금과 거리가 있는 제안도 나왔다.
도봉구는 현장에서 수집한 제안에 대해 내년 교육경비보조금 지원사업을 결정할 때 우선 반영하는 한편 다른 부서와 관련된 사항은 해당 부서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동진 구청장은 "대부분 교육경비보조금은 학교 위주로 지원하는데 내년에는 제대로 예산지원을 하고 싶었다"며 "학생들 요구를 듣고 필요한 곳에 지원할 수 있고 지원금 활용현황도 확인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지역사회와 학교 연계 = 은평구는 지역사회와 학교를 연계해 사교육비를 줄이면서 지역사회 내 자원순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2학기 교육경비보조금을 지원하면서 도입한 '이러닝(Education-running) 사업'이다.
이러닝사업은 교육전문가와 학부모 청소년들이 입을 모아 요구한 '공교육을 살릴 수 있는 과정'이다. 기획단계부터 설명회까지 교육계 사회복지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전문가와 공무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성과물이기도 하다.
은평구는 지난 여름 교육분야에 관심을 갖고 활동 중인 개인 기관 단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받아 97건을 선정, 집단 상담을 거쳐 다듬었다. 새 과정은 '생태야(野) 놀이터 텃밭교실' '자기관리 방법' '똘순이에게 생긴 일' 등 문화·예술·체육 인성 심리 분야에 집중돼 있다. 2학기 시작을 앞두고는 초·중·고등학교 교장과 교무부장, 학교운영위원회 등 학교 관계자를 초청해 설명회를 열고 각 학교에서 필요한 과정을 선택하도록 했다. 학교는 해당 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원하는 시기에 비교과 과정을 진행 중이다.
교육과정 이외의 사업도 현장에서 필요한 항목으로 바꿨다. 구는 "교실과 복도 먼지제거와 소독, 음식물쓰레기 친환경처리기, 특성화고 취업지원관 등 참여예산위원회 청소년분과, 교육경비심의위원회에서 학교에 맞는 맞춤형 사업을 제안·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우영 구청장은 "학교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만든 맞춤형 과정"이라며 "학교와 지역사회간 정보·자원순환은 물론 행복한 학습환경 조성, 학부모 부담 경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이동진>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