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경쟁

지역내일 2012-10-04
민간시설·유휴공간 활용 … 민간기업 지원 받기도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아파트단지 어린이집이 최근 구립어린이집으로 바뀌었다.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단지에는 보육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돼있다. 대부분 임대료 수익을 위해 민간에 운영을 맡기지만 성동구는 주민들 93% 찬성을 받아내 구립으로 전환했다,

강서구는 지역 내 5개 교회 내 빈 공간 1398㎡를 20년간 무상으로 빌려 구립어린이집을 확충하기로 했다. 연말까지 개보수를 마치면 어린이 285명이 새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서울 자치구들이 너도나도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천명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기존 시설을 전환하거나 민간시설을 무상 임대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예산도 줄이고 민간시설 반발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성동구는 공동주택단지 내 민간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기 위해 주민 설문조사는 물론 입주자대표회의와 어린이집 대표(원장) 등의 동의를 받고 있다. 성수동을 비롯해 13개 공동주택단지 어린이집도 주민의견조사를 진행 중이다. 구는 이밖에 올해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단지 내 어린이집을 구립으로 전환, 연말까지 총 5개를 추가할 방침이다.

민간시설 구립 전환은 구로구와 성북구에서도 진행 중이다. 구로구는 지난해 말 SH공사가 천왕동 일대 48만4992㎡에 지은 대규모 아파트단지 입주가 시작되기 전부터 주민 의견을 물어 '관리운영 협약'을 맺었다. 일찍부터 서두른 덕에 4억원으로 4개 공보육시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송파와 동대문은 민간시설을 장기간 무상으로 빌려 구립시설을 늘렸다. 송파구는 2009년부터 장지동 재건축아파트단지 6개를 10년간 무상임대해 운영 중이다. 10년 뒤에는 모두 구립이 된다. 동대문구도 지난해부터 전농동과 청량리동 등 4개 민간어린이집을 무상으로 빌린 한편 올해는 종교시설에서 운영중인 어린이집 등 3곳을 공짜로 빌려 구립으로 바꿀 계획이다.

강서처럼 민간과 공공시설 빈공간을 찾아내는 경우 부지비용을 아낄 수 있다. 강남구가 2010년부터 주민센터 강좌를 통폐합하면서 남는 공간에 어린이집을 설치, 7개를 새로 확보했고 송파와 성북도 잠실3동주민센터와 종암동주민센터에 어린이집을 추가했다. 노원구는 공릉2동 육군사관학교와 중계동 북부여성발전센터에 총 119명을 보살필 수 있는 구립시설을 올해 안에 개원할 예정이다. 구는 특히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 보육의 질을 한층 높인다는 방침이다.

아예 민간 지원으로 어린이집을 새로 짓기도 한다. 금천구는 지난해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협약을 맺고 가산디지털단지에 어린이집을 확보했다, 공단이 설치하고 운영은 구에서 맡는 형태다. 올해는 대륭테크노타운12차CEO협의회와 협약을 맺고 디지털단지 내 어린이집 설치비용 중 일부와 운영비, 통학차량 운행지원 등 후원을 받게 됐다. 송파구와 구로구도 전국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서초구는 하나금융공익재단 도움으로 어린이집을 각각 한곳씩 늘렸다.

서울시는 각 자치구에서 시도한 구립 확충기법을 확산시켜 올해 안에 43개, 내년까지는 적어도 95개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국공립어린이집이 없는 동은 37곳에서 25곳으로, 영유아 대기자는 5911명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고재득 성동구청장은 "민간시설을 구립으로 전환할 경우 토지매입부터 공사비까지 평균 20억원 이상 소요되는 예산도 1억5000만~2억원으로 줄일 수 있다"며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이 5.3%밖에 되지 않는 현실에서 공보육 분담률을 단시간에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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