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0∼2세 무상보육 폐지

지역내일 2012-09-25
소득기준으로 차등 지원·33만명 제외 … "맞벌이부모 상당수 지원 없어져"

정부가 0∼2세 무상보육 지원을 철회했다. 내년 3월부터 전계층 무상지원에서 소득기준으로 차등지원하기로 제도를 바꿨다.

이에 여성단체 등은 보육책임을 가정에 떠넘기는 결정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24일 보건복지부는 새로운 보육지원안을 발표했다. △소득하위 70% 해당가구의 0∼2세에게 양육보조금 20만원, 15만원, 10만원을 지원하고 △전업주부는 반일제로 차등지원하고 △3∼5세 중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 소득하위 70%까지 양육보조금 10만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보건복지부 임채민 장관은 "올해 0∼2세 보육료 전계층 지원이 시행된 이후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했다"라며 "가정에서의 양육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안이 △맞벌이 부모의 어린이집 이용의 어려움 △종일제로만 이용돼 재정누수 등 비율적인 문제 △가정양육과 시설보육에 대한 부모선택권 미흡한 점들을 개선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제도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33만명정도가 지원을 못받게 된다. 이런 이유로 소득하위70% 기준으로 지원유무를 결정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여성단체연합은 "보육정책의 실수요자인 맞벌이 계층이 다수 포함될 소득 상위 30%를 배제하면서 무상보육정책을 후퇴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소득하위70% 기준액이 3인가구는 454만원, 4인가구는 524만원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월소득 합산이 이 기준을 넘어설 맞벌이부부는 상당수일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남윤인순 의원(민주통합당)는 "올해 처음으로 무상보육을 받은 소득상위30% 19만명의 영유아가 내년부터 보육료 지원을 못 받게 됐다"고 비난했다.

이는 맞벌이 부모를 우선 지원한다는 보육지원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여성단체연합은 "보육서비스의 목적은 집에서 돌볼 수 없는 아동을 사회가 안전하게 돌보기 위한 것"이라며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있는데 소득이 높다는 이유로 맞벌이 부부를 제외되는 것은 이번 개편안이 급조된 정책이라고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육보조금으로 영아의 가정양육을 유도하겠다는 발상도 문제다.

그 동안 정부는 보건사회연구원 등 각종 토론회에서 0∼2세는 가정양육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 보장된 출산휴가조차 사용하기 힘들다. 출산휴가를 가려면 퇴직을 각오해야 할 정도다.

남 의원은 "가정양육은 10∼20만원의 현금으로 유도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직장인이면 마음놓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육아휴직제도의 내실화해야한다. 육아지원센터 등 양육지원서비스도 갖춰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여성단체연합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없는 상태에서 가정양육 운운하지 말고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환경을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3∼5세 아이를 둔 부모에게 양육보조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면 저소득층 가정 상당수가 시설보육 대신 현금지원을 선택해 아이들이 보편적 보육·교육에서 배제될 수 있다"라고 지적하며 "양육보조금이 아닌 보편적 아동수당을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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