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 문제, 전면 개입 단계 아니다”

지역내일 2012-10-31
금융위, 다중채무자·자영업자 등 취약계층별 대응
금융연구원 "집값 20% 하락하면 14만7천가구 고위험"

금융위원회가 하우스푸어 대책과 관련해 정부와 공공기관이 개입하는 전면적인 대응을 추진하기 보다는 금융권이 자체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다시한번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31일 "전반적인 주택가격 동향이나 금융권 부실화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하우스푸어 문제는 금융권이 자체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개별 금융회사의 자체적인 대응노력과 시장상황을 지켜보면서 금융권 공동 또는 정부차원의 대응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전면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으려는 것은 하우스푸어 문제가 세간의 우려와 달리 아직 심각한 단계는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 동안 수도권 주택가격이 30%이상 상승한 반면 2010년 이후 가격 하락폭은 3% 수준으로 하락폭이 제한적이었다.

또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 8월 1.01%로 2000년대 중반 이전의 절반 수준에 머무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며, 금융권 LTV비율도 49% 수준으로 추가적인 가격 하락시에도 금융회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전날 금융연구원이 주최한 '가계부채 미시구조 분석 및 해법' 세미나에서도 집값 하락에 따른 금융권 손실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연구원 분석결과 소득의 60% 이상 원리금 상환에 써야하는 '잠재적 하우스푸어'는 56만9000가구로 이들의 금융부채는 149조5000억원이었다. 이들 가운데 부동산ㆍ금융자산을 모두 팔아도 대출금을 못 갚거나 부동산 평가액의 40%만 건지는 '고위험가구'는 최대 10만1000가구, 대출금은 47조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연구원이 집값이 20% 하락한다는 가정하에 스트레스테스트를 해보니 고위험가구가 14만7000가구로 4만6000가구 늘고, 금융권이 안게 되는 손실은 16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손실을 고려해도 은행권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2%를 상회해 시스템 리스크는 크지 않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다만 자기자본 대비 과도한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일부 2금융권 회사는 부도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연구원은 전망했다.

연구원은 또 가계부채 취약계층으로 꼽히는 다중채무자와 저소득·고연령층, 자영업자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원 분석결과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316만명으로 대출금은 279조원에 달했다. 특히 다중채무자 가운데 연간 소득이 1000만~2000만원인 저소득층의 연체자 비중은 2010년 11.4%에서 지난해 15.7%로 커졌고 올해는 6월말 현재 17.4%로 증가했다. 소득 1000만원 이하 다중채무자의 연체 비중도 이 기간 11.4%에서 17.2%로 커졌다. 소득이 낮은 상태에서 다중채무를 지면 5명 중 1명은 빚을 못 갚는 셈이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고령층의 가계부채 상황이 비교적 심각해 집값 하락의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과거 주택경기 호황 때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받아 집을 산 이들 고령층의 소득대비 부채비율(LTI)은 200%를 넘었다.

약 350조원의 빚을 진 것으로 추정되는 자영업자는 연령이 많을수록 DSR, LTI, 연체율 등 가계부채 관련 지표가 모두 나쁘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는 바꿔드림론 지원규모를 확대하고 사전채무조정제도를 상시화해 다중채무자의 부담을 완화해주는 등 취약계층별로 대응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저소득·고령층 채무자를 위해서는 서민정책 금융을 확대하고 신용회복 지원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자영업자 대출 부실 예방을 위해서는 신용회복기금을 통해 영세자영업자에게 5년간 1조5000억원의 저금리 전환대출을 공급하는 등 금융이용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융부문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일자리 창출 등 소득기반 확충과 주거·학자금·육아부담 등 지출요인 축소 등 종합적인 정책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연구원의 분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세미나 토론자로 참석한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연간 110만~150만건 가량 거래되는 주택시장에 고위험으로 분류된 10만 가구만 매물로 나온다 해도 주택가격 폭락 등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며 "연쇄적인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주택가격 20% 하락을 가정해 스트레스테스트를 하다보니 낙관적인 결론이 나온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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