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경찰들, 퇴직 1년 만에 경비업체 취업

지역내일 2012-10-25 (수정 2012-10-25 오후 6:21:41)
총경 이상 퇴직경찰 22명 취업제한업체 재취업 … "공직자윤리법 유명무실"

고위급 경찰들이 퇴직 후 경비업체·건설사 등 취업이 제한된 기업과 단체에 고위직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경찰청이 행정안전위원회 이상규(통합진보당·서울 관악 을) 의원에게 제출한 퇴직 경찰관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총경급 이상 퇴직 경찰관 22명이 건설, 경비업체 등 취업제한 대상업체나 단체에 고위급 간부나 고문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직자윤리법은 퇴직공무원이 재직시절 업무와 연관성 있는 업체에 2년 내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제한업체 취업을 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행정안전부는 법상 공직자 취업제한 대상에 해당하는 기업 3700여곳의 목록을 정기적으로 고시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까지 총경급 이상 재취업자 중 22명은 행안부 고시목록에 포함된 취업제한 대상 기업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법상 취업제한 기간인 2년을 채우지 않고 퇴직 후 1년 안팎의 기간 내에 해당 기업들에 진출했다.

특히 22명 중 8명은 건설업체, 7명은 경비업체에 고문·감사·부회장 등으로 들어갔다.

제주 해군기지 공사를 맡고있는 삼성물산의 경우 2009년 전직 대전경찰청장이 퇴직 20일도 안돼 상근고문으로 취업했고, 경비업체 중에는 에스원이 총경급 이상 전직 고위경관들을 2009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뽑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직 경비협회 사무총장은 전직 경찰서장(총경) 출신으로 나타났다.

2007년 이인영(민주통합당·서울 구로 갑)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비협회는 지난 2004년에도 총경출신 퇴직경찰관이 사무총장으로 재취업한 바 있었다.

건설업체는 재개발·재건축·철거 등과 관련한 민원이 많고, 경비업체는 지방경찰청장이 허가·감시·감독을 책임지고 있어 경찰과 업무 연관성이 높다.

이상규 의원은 "경찰과 업무연관성이 높은 기업이나 단체가 전직 고위 경찰관을 채용함으로써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경찰로부터 편의와 협조를 받는 구조가 형성돼 SJM의 경비업체 폭력사태에서처럼 유착의혹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무원들의 취업여부를 심사하는 공직자 윤리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해 공직자윤리법의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의원은 "총경급 이상 고위직의 경우, 퇴직 전후의 부정한 알선이나 청탁을 막자는 공직자 윤리법의 취업제한조항의 의미를 고려해 업무연관성 제한 규정과 세부 승인기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공직자윤리위도 법 개정 취지를 제대로 반영해 향후 엄격한 심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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