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국감, 여야정쟁으로 ‘수박 겉핥기’

지역내일 2012-10-19 (수정 2012-10-19 오후 3:01:31)
국토위, 자료요구 신경전 오전 파행 … 행안위, 자료요청 예년의 절반수준

여·야 의원들의 정쟁과 부실한 준비로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가 수박겉핥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오전 10시부터 서울시 신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서울시 국감이 여·야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를 둘러싼 신경전으로 시작한 지 1시간만에 중단됐다.


<18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토해양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 시작 전 서울시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국정감사의 관행을 바로잡자며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이날 국감중단의 발단은 잇따라 제기된 새누리당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였다.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은 '대규모 사업에 대한 예산낭비 내역'을, 김태흠 의원은 '전 시장이 한 사업 중 박 시장이 취소한 사업과 사유'를, 박상은 의원은 '뉴타운 해제지역 부채해결' 등 4건의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또 안효대 의원은 '미분양 주택 내역과 재건축 주택 가격 추이'를, 함진규 의원은 '뉴타운 수습 방안' 등 9건의 자료를 요청했다.

이같이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가 잇따르자 민주통합당 이미경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자료제출 요구를 미리 해야지, 요청한 자료를 국정감사가 끝나기 전까지 다 준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원순 시장이 민주통합당 소속이어서 그러는 것 아닌가"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함진규 의원을 비롯해 자료요청을 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감에 충실하려고 자료를 요청하는 것인데 자료제출 요구를 못하게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항의한 뒤 "사과를 하지 않으면 국정감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후 양당 의원들 사이에 고성과 막말이 오가자 국토해양위원장인 민주통합당 주승용 의원은 정회를 선언했다. 의원들은 1시간여만에 회의를 속개했으나 점심식사 후 오후 2시 30분이 돼서야 본격적인 국감을 진행할 수 있었다.

국감에서는 전임 서울시장 시정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공방을 벌이는 시간이 많았다.

민주통합당 윤후덕 의원은 "세빛둥둥섬의 감사결과를 보면, 위법·부당·불법행위가 13가지나 된다"면서 "세빛둥둥섬으로 1000억원 이상의 시민 부담이 발생한 만큼, 후임 시장으로서 손해를 산정해 전임 시장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법 위반 사안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은 "전임 시장을 깎아내리는 것은 현재 시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흔적을 지우고 갈아엎기보다는 전임 시장이 하던 일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11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감은 의원들의 부실한 준비가 도마에 올랐다. 행안위 국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계획됐다. 피감기관인 서울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행안위 국감을 위해 준비한 자료가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게다가 이날 의원들의 질의는 우면산 산사태 복구 논란과 지하철 9호선 등 민간투자사업의 특혜 시비 등 지난 1년간 서울시정을 달궜던 이슈에 대해 새로운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 의원들은 보도된 자료를 인용하기 바빴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안위 국감에서 나온 질문 대부분이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들"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예년에 비해 준비가 많이 안 된 느낌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서울시 공무원노조 조합원 20여명은 18일 열린 국토해양위 국감장에서 "국정감사가 지방자치권을 침해한다"며 "소모적인 국감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3일 오전 10시 시 신청사에서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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