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국민은행연구소 인재개발원 팀장
19세기 미국 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에서 주인공 헤스터는 가슴에 간통(Adultery)을 표시하는 A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산다. 불륜을 저지른 표시로 평생 그녀를 따라다니는 낙인이다. 그런데 요즘 저신용자에게는 신용등급이 바로 주홍글씨다. 그러다 보니 신규대출·카드발급·보험가입 등 거의 모든 경제활동에 신용등급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신용등급이 나쁘면 마치 주홍글씨가 새겨지듯이 저신용자로 낙인이 찍혀 경제활동에서 온갖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저신용자에게 금융기관 문턱은 높고도 높은 산이고 금융기관 대출은 그림의 떡이기 십상이다. 운 좋게 대출을 받는다 하더라도 훨씬 비싼 이자를 물어야 한다. 금융기관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신용등급별 대출이자율이 최상위인 1등급과 최하위인 10등급 간에 최소 10%이상 차이가 난다. 신용등급이 나쁘면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다.
벽돌쌓기와 같은 신용등급
신용등급은 간단히 개인의 신용(정보)을 점수화해서 등급을 매긴 것이다. 1등급에서 10등급까지 총 10개 등급으로 나뉘는 데, 등급이 낮을수록 신용이 좋은 사람이다. 보통 저신용자는 7등급 이하를 의미한다. 그런데 신용등급은 벽돌 쌓기와 비슷하다. 벽돌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한 장 한 장 다시 쌓아 올리려면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신용등급도 마찬가지다. 눈 깜빡 할 사이에 추락할 수 있지만 한 번 떨어진 신용등급을 다시 회복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일단 저신용자로 분류되고 나면 아무리 애를 써봐도 신용등급을 올리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왜 그럴까. 신용등급을 높이려면 일정한 신용거래실적을 쌓아야 한다. 신용등급을 매길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대출·신용카드 사용 등의 신용거래실적이다. 그래서 연체 없이 대출이나 신용카드를 쓰는 것이 신용등급에는 가장 확실한 플러스요인이 된다. 반대로 신용거래실적이 없으면 신용등급 자체를 산출 할 수 없기 때문에 좋은 신용등급을 받기 힘들다.
하지만 신용도가 낮은 개인이 대출이나 신용카드를 발급받기란 연목구어나 마찬가지다.
저신용자는 신규대출은 물론 신용카드발급까지 거절당하기 일쑤다.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신용거래에서 밀려나고 신용거래 실적이 없다 보니 신용등급이 올라가지 않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한번 금이 간 신용도 회복하기 어렵다.
그러니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예방이다. 평소에 신용등급을 잘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특히 연체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연체는 신용등급에 곧바로 악영향을 끼친다.
또 연체는 금액보다는 기간과 빈도가 더 중요하다. 소액이더라도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연체를 하다가는 신용등급 추락이라는 뜻밖의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용등급관리가 재테크
일반적으로 10만원 미만의 작은 금액이라도 5일 이상 연체하면 모든 금융기관에 그 정보가 공유된다. 특히 신용등급을 매길 때 활용하는 자료에는 대출이자·카드대금 등 금융거래뿐만 아니라 세금·공과금·통신요금·자동차할부금 등 비금융권 채무의 연체자료까지 포함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예컨대, 국세·지방세 등 세금도 체납액이 500만원이 넘고 체납 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났거나 1년에 3회 이상 체납하면 공공기록정보에 등록돼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연체를 모두 갚는다고 해서 즉시 신용등급이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연체기록이 일정기간 보관되기 때문이다. 한 번의 연체라도 신용등급 산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신용등급관리를 위해서는 연체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대출금이나 신용카드결제대금의 만기일을 정확히 체크하고 어지간한 결제는 통장 한 곳으로 모아 자동이체를 해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바쁜 일상에 쫓겨 깜빡 연체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신용사회에서 신용등급은 개인의 모든 경제활동에 대한 종합진단서다. 그래서 미국 등 신용선진국에서는 신용등급관리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심지어 개인을 대상으로 신용등급관리 비법을 알려주는 신용등급 상담서비스까지 성업 중이다. 신용이 곧 돈인 세상이다. 신용등급관리야 말로 재테크의 기본이다.
신용등급을 관리하는 왕도는 없다. 신용관리를 습관처럼 생활 속에 스며들게 하는 것만이 신용등급을 올리는 유일하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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