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왕이 된 남자’

해학과 감동으로 참된 지도자의 덕목을 말하다

지역내일 2012-09-24 (수정 2012-09-24 오전 9:05:54)

지난 8월 개봉한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소심했던 충녕대군이 백성들의 고달픈 현실을 몸소 체험하며 성군이 되어가는 과정을 가상 시나리오로 보여주었다. 반면 비슷한 설정으로 지난주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폭군 광해군을 대신해 천민 광대가 선정(善政)을 펼치는 이야기이다.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광해군에 상상의 날개를 달다
‘숨겨야할 일들을 기록에 남기지 말라 이르다.’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이 한 줄의 문구와 상상력이 결합되어 영화 ‘광해’로 태어났다. 영화는 실록에서 사라진 15일 간의 기록을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팩션 사극이다.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당쟁으로 혼란이 극에 달한 광해군 8년, 독살 위협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로 점점 난폭해져 가던 광해(이병헌)는 도승지 허균(류승룡)에게 자신의 대역을 찾으라고 지시한다. 허균은 왕과 똑같은 외모로 기방에서 광대놀음을 하고 있는 하선(이병헌)을 발견하고 간간이 왕의 대역을 맡긴다. 그러던 어느 날 광해군이 갑자기 쓰러지고, 허균은 조정의 혼란을 막기 위해 왕이 은밀히 치료를 받는 동안 하선에게 왕을 대신해줄 것을 명한다.
돈 욕심으로 시작한 대역이지만 하선은 광대 특유의 재치와 입담, 그리고 따뜻한 인간미로 중전(한효주)을 비롯해 궐내 주변 인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한 백성의 입장에서 모든 정치 사안을 바라보니 점차 허균의 지시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하선의 이런 행동에 허균마저 진짜 왕과 가짜 왕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리고 진정한 킹메이커로 나서고자 하지만 하선은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왕이 되고 싶지는 않다”는 말로 거절한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탁월한 몰입 연기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 배우 이병헌은 광해군과 광대 하선, 그리고 왕이 된 하선의 1인 3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독단적인 폭군 광해군 역할에는 원래 그가 지녔던 포스와 카리스마가 그대로 묻어난다. 그야말로 용상의 권위에 딱 어울리는 배우다. 하지만 광대 하선의 역할은 어쩐지 어색할 것만 같다.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넉살을 떠는 광대놀이 모습, 매화틀에 앉아 허둥대는 모습, 중전을 상대로 익살을 부리는 모습은 우리에게 친근한 이미지는 아니다. 그런데도 그의 여유롭고 익살스러운 연기는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의 표정, 몸짓, 목소리는 두 상반된 캐릭터를 섬세하고 완벽하게 분리시킨다.
영화의 또 다른 중심인물인 허균 역의 류승룡은 빈틈없는 전략가이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과감한 결단을 내릴 줄 아는 역사 속의 급진 개혁파 허균의 이미지를 그대로 떠올리게 한다. 또한, 영화의 중심인물은 아니지만 배우 한효주는 스치는 장면마다 중전의 위엄과 단아한 아름다움으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그녀의 의상과 기품은 궁궐의 우아함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낸다. 영화 ‘도가니’에서 악역의 진수를 선보였던 장광은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고 인간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호위무사 역의 김인권과 사월이 역의 심은경은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관객들의 웃음보와 울음보를 자극한다. 

























백성을 위하고 백성을 두려워하는 군주를 바란다

자신의 안위와 왕권만을 염려하던 광해군과 달리, 정치가 무엇인지 잘 몰라도 사람과 백성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는 잘 아는 하선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진정한 군주의 모습을 그려냈다.
급진적인 개혁을 꿈꿨던 역사 속의 인물 허균은 그의 저서 ‘호민론(豪民論)’에서 백성을 항민(恒民), 원민(怨民), 호민(豪民)으로 나누었다. 부당한 대우와 사회의 부조리에 당당하게 도전하는 ‘호민’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어야 하고, 모름지기 한 나라의 지도자는 그런 호민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다가오는 대선에서는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고 두려워하는 지도자를 기대해본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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