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우리나라처럼 학창 시절 내내 시험 압박에 시달리는 곳이 또 있을까 싶다. 수년간 숱한 시험을 치루며 산 덕분인지, 수능 초기 세대인 필자는 아직도 수능이 가까워지면 알 수 없는 두근거림과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아직까지도 마음에 흉터가 남아 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당사자인 수험생과 학부모의 그간 고충에 진심으로 위로의 뜻을 전하면서, 수능 선배이자 한의사로서 수험생에게 80일도 채 남지 않은 수능을 앞두고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잠꼬대로 국사 연표와 영어 단어를 외우고 지나가는 자동차 번호판만 봐도 소인수분해를 하던 필자도 이른바 공부 기계였다. 수능 전날 갑작스런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잠을 이루지 못해 눈물을 흘리며 새벽을 맞이해야 했다. 한의사가 된 이후 수험생 환자를 접하면서 발견한 공통점은 시험 당일 ‘사고’가 발생하는 수험생 대부분이 평소 그럴만한 요소가 있었다는 점이다.
모의고사와 중간고사를 앞두고 심한 가슴 두근거림으로 집중에 방해를 받았거나, 잠을 이루지 못해 뒤척였거나,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갑자기 눈앞이 하얘지거나, 긴 지문을 보면 글이 잘 안 읽히는 일이 있었다면, 지금부터라도 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은 증상은 한의학에서는 대부분 심장의 증상으로 분류하며, 자율신경 중에서 교감신경 항진을 유발하고, 평소에도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교감신경 항진은 불안과 초조, 가슴 두근거림, 불면을 유발한다.
한의학의 치료법은 증상을 호전시키고, 교감신경 항진이 줄어드는 결과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총명탕의 성분 중 하나인 복신은 소양인의 교감신경 항진을 완화시키고 가슴 두근거림을 덜하게 한다. 태음인은 산조인 등을 복용하면 증상이 완화된다. 소음인은 반하와 같은 약재로 증상이 좋아진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 예시일 뿐이며,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수십 가지의 처방이 나올 수 있다.
필자는 수험생의 체질과 체력, 학습 상태를 파악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할 ‘환’이나 ‘단’을 만들어 준다. 탕약보다 복용과 휴대가 간편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 체력과 집중력을 다시 정비하고, 불안과 두근거림, 불면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을 효과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나만의 ‘청심환’을 미리 만들어 평소에 복용해보고 몸에 맞는지 여부도 미리 체크하는 것도 좋다. 든든한 무기가 있다면 위기에 닥쳐서도 마음이 쉽게 흔들리지 않기 마련이다.
김황호 원장
강남경희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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